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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색경제

갑각류 ‘애완 무척추동물’…기후·생태 위기 속 멸종을 부추기는 이소포드 거래

"쿠바 스파이키 이소포드는 쿠바의 극히 제한된 자연 보호구역에만 서식하는 종으로, 특별 허가 없이 반출·수입하는 것은 불법"

갑각류 ‘애완 무척추동물’…기후·생태 위기 속 멸종을 부추기는 이소포드 거래
과학자들에 따르면 쿠바 스파이키 이소포드는 쿠바의 극히 제한된 자연 보호구역에만 서식하는 종으로, 특별 허가 없이 반출·수입하는 것은 불법이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쿠바 스파이키 이소포드는 쿠바의 극히 제한된 자연 보호구역에만 서식하는 종으로, 특별 허가 없이 반출·수입하는 것은 불법이다.

작은 플라스틱 테이크아웃 컵 하나. 흙 몇 숟가락과 마른 낙엽이 담긴 듯 보이는 이 용기는 언뜻 쓰레기처럼 보인다. 그러나 최근 미국 뉴욕주 화이트플레인스에서 열린 한 애완동물 박람회에서 이 컵은 수집가들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안에 들어 있던 것은 ‘쿠바 스파이키 이소포드(Cuban Spiky isopod)’라 불리는 희귀 절지동물이었다.

새끼손톱만 한 크기의 이 무척추동물은 컵 뚜껑 위에 붙은 형광 주황색 가격표에서 그 가치를 증명했다. 가격은 무려 350달러. 쿠바 스파이키 이소포드는 몸을 감싸는 외골격 위에 날카로운 가시가 줄지어 나 있어 마치 용의 비늘을 연상시키며, 전 세계 이소포드 수집가들 사이에서 가장 탐나는 종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문제는 이 생물이 단순한 ‘희귀 애완동물’이 아니라는 점이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쿠바 스파이키 이소포드는 쿠바의 극히 제한된 자연 보호구역에만 서식하는 종으로, 특별 허가 없이 반출·수입하는 것은 불법이다. 연구자들은 이 종이 이미 멸종위기 단계에 근접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소포드는 흔히 ‘공벌레’, ‘쥐며느리’, ‘롤리폴리’로 불리는 무척추동물이다. 최근 수년간 전 세계 수천 명의 애호가들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다양한 이소포드를 수집하고 번식시키며 하나의 시장을 형성했다. 캘리포니아에서 이소포드 번식 회사를 운영하는 데이비드 바르가스는 “이 현상은 포켓몬 수집과 비슷하다”며 “모든 종류를 모아야 한다는 욕구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이 같은 유행이 취약한 종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지난해 10월 학술지 컨서베이션 바이올로지(Conservation Biology)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살아 있는 이소포드에 대한 수요 증가는 보호구역 내 불법 채집을 부추기고 있으며, 이는 야생 개체군의 붕괴와 멸종으로 이어질 수 있다. 더 나아가, 외래종 이소포드가 유통되며 토착 종을 밀어내는 생태계 교란 위험도 커지고 있다.

문제는 이 시장이 사실상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많은 이소포드 종은 과학적으로 충분히 연구되지 않았고, 일부는 공식적으로 기록조차 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보전 상태를 평가할 데이터가 부족하고, 법적 보호를 적용하기도 어렵다. 무척추동물 보전을 담당하는 제르크세스 협회의 세바스티안 에체베리는 “무척추동물 애완동물 거래는 통제 없이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며 “문제가 될 수 있는 거의 모든 지점에서 이미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일부 상인들이 학술 논문이나 시민과학 앱 ‘아이내추럴리스트(iNaturalist)’를 통해 새롭거나 희귀한 종 정보를 파악한 뒤, 이를 노리고 채집에 나선다고 밝혔다. 논문 공동저자인 벨기에 겐트대의 이소포드 연구자 팔리에터 더 스메트는 “일부 판매자들은 유럽과 동남아시아 전역을 돌며 값비싼 종을 찾는 원정까지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소포드 거래가 단순한 취미 시장을 넘어 생물다양성 위기와 기후위기 속에서 새로운 불법 야생동물 거래 축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작고 눈에 띄지 않는 무척추동물이라 하더라도, 통제되지 않은 수집과 거래는 생태계 붕괴를 가속할 수 있다는 경고다. 값비싼 ‘가시 달린 애완동물’ 뒤편에서, 또 하나의 멸종 위기가 조용히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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