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가 대한민국의 미래 산업·안보 경쟁력을 좌우할 55개 국가전략기술에 향후 5년간 총 60조 원을 투입하는 대규모 육성 청사진을 확정했다.
정부는 인공지능(AI), 반도체, 바이오, 양자, 에너지, 국방기술을 아우르는 ‘넥스트 국가전략기술’ 체계를 고도화하는 동시에, 나노기술 분야에서는 세계 최초 연구를 목표로 한 5대 시범사업을 본격 추진하기로 했다. 이는 기술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글로벌 환경 속에서 국가 차원의 전략기술 주도권 확보에 나선 것으로 평가된다.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는 27일 제6회 심의회의를 열고 ▲제6기 나노기술종합발전계획(2026~2035) ▲국가전략기술 체계 고도화 방향을 심의·의결했다.
동시에 ▲제6차 국가표준기본계획(2026~2030) ▲탄소중립 10대 유망기술 지원·확산 전략 ▲지방 주도 과학기술 혁신 추진 현황 등 3건의 국가 미래전략도 보고받았다. 정부는 이를 통해 연구개발부터 산업화, 표준화, 지역혁신까지 전주기 과학기술 체계를 재편한다는 구상이다.
핵심 축 가운데 하나는 나노기술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비롯해 산업통상자원부, 교육부, 기후에너지환경부, 국토교통부, 중소벤처기업부, 우주항공청, 방위사업청 등 14개 부처가 공동 참여하는 제6기 나노기술종합발전계획은 한국을 ‘나노기술 3대 강국’으로 도약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정부는 이를 위해 연구개발·산업화·AI·양자 융합·생태계 구축 등 4대 전략과 13개 중점 과제를 제시했다.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세계 최초 연구를 겨냥한 ‘나노 프런티어 프로젝트’다. 정부는 △서브 나노 제어 △인공 나노물질 △나노 지능화 △나노 전환 △나노-바이오 하이브리드 등 5개 분야를 선정해 올해 시범사업으로 추진하며, 5월 28일까지 사업자를 모집한다. 이는 단순 추격형 연구를 넘어, 세계 기술질서를 선도할 원천기술 확보 전략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나노기술을 에너지·환경·질병 등 인류 공동 문제 해결에도 적극 연결한다. AI 기반 소재 다중물성 예측, 자율실험실 확산, 피지컬 AI 핵심소재 개발, 연구데이터 공유 체계 구축 등을 통해 나노와 AI·양자기술의 융합을 가속화한다. 동시에 나노 인프라 특화, 안전성 표준 개발도 병행해 산업 생태계 기반을 넓힐 방침이다.
국가전략기술 고도화 방향은 ▲AI 전환 선도 ▲통상·안보 주도권 확보 ▲미래혁신 기반 조성의 3대 축으로 정리됐다. 새롭게 보강된 기술에는 AI 인프라, 블록체인, 핵융합, 스마트그리드, 재생에너지, CCUS가 포함됐고, 국방·안보 영역에서는 국방반도체, 바이오 인공장기, BCI, 재사용 발사체, 드론, 친환경 자율운항 선박 등이 추가됐다. 산업 경쟁력 분야에서는 ESS, 차세대 OLED, 그린바이오, 지속가능 소재 등도 전략기술군에 편입됐다.
정부는 이들 전략기술에 대해 향후 5년간 60조 원 규모의 재정·정책 지원을 통해 원천기술 확보, 사업화, 산업생태계 조성, 기술유출 방지까지 포괄하는 전주기 육성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는 단순 R&D 확대가 아니라 국가 전략산업의 공급망·안보·표준 경쟁력까지 동시에 강화하는 구조적 투자다.
한편 국가표준기본계획에서는 AI 기반·융합 표준과 18대 미래 핵심산업 국제표준 개발이 추진된다. 정부는 연내 국가 AI 표준화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전략 로드맵을 마련해 글로벌 표준 경쟁에도 본격 대응할 방침이다.
지방 주도 과학기술 혁신 부문에서는 ‘지방 주도 과학기술혁신 촉진법’ 후속조치와 함께 4극3특 광역권 단위 블록펀딩형 지역 자율 R&D가 새롭게 도입된다. 중앙정부 중심에서 지역 주도형 R&D 체계로 전환해 지역별 산업·기술 특화 전략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이번 결정은 한국 과학기술 정책이 개별 기술 지원을 넘어, 국가 생존전략 차원의 ‘기술국가 프로젝트’로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AI·나노·양자·국방·탄소중립·지역혁신이 하나의 전략 프레임으로 통합되면서, 향후 5년은 한국이 기술패권 경쟁에서 추격자가 아닌 선도국가로 도약할 수 있을지 가늠할 중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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