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 최장 한파는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러시아 극동의 캄차카 반도에서는 기록적인 폭설로 상점과 주택 출입구가 눈더미에 파묻히고, 사람 키를 훌쩍 넘는 ‘눈벽’ 사이를 지나야 할 정도로 도시 기능이 마비됐다. 원래도 혹한으로 유명한 지역이지만, 이번 겨울 폭설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유럽에서도 이상 저온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중앙유럽 최대 호수인 헝가리 발라톤호는 무려 9년 만에 완전히 얼어붙었다. 얼음 두께는 최대 15센티미터에 달해 주민들이 호수 위를 걸을 수 있을 정도다. 현지 주민 소피아 나지는 “발 아래에 물이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지만, 얼음이 깨질까 걱정되면서도 생각보다 안전하다”고 말했다.
한반도 역시 예외는 아니다. 김포 한강 하구는 바다와 맞닿은 구간까지 얼어붙어, 얼음 조각들이 둥둥 떠다니는 장면이 연출됐다. 바다와 호수까지 얼어붙게 만든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역설적으로 ‘녹아버린 북극 해빙’을 지목한다.
지난 20일 기준 북극 해빙 면적은 1,300만㎢를 간신히 넘겼다. 이는 관측 이래 가장 작은 수준이다. 특히 유라시아 북쪽의 바렌츠해를 중심으로 해빙이 집중적으로 줄어든 것이 특징이다. 이 지역의 해빙 감소는 북극의 찬 공기가 중위도로 급격히 남하하는 통로를 열어준다.
기후학자들 “한국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북극해 지역이 바렌츠해, 동시베리아해, 랍테프해”라며 “이곳의 해빙이 줄어들면 저장돼 있던 열이 빠르게 대기로 방출되고, 그 결과 북극 한기가 한반도에 직격으로 유입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기온 기록도 이를 뒷받침한다. 올 들어 서울의 최저기온이 영하 10도 아래로 떨어진 날은 모두 6일로, 최근 5년 사이 가장 많았다. 만약 이번 주말까지도 영하 10도 이하의 추위가 이어질 경우, 올해 1월은 최근 10년 사이 두 번째로 추운 1월로 기록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겨울의 강추위가 단순한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기후변화로 인한 북극 해빙 감소와 대기 순환 변화가 맞물린 결과라고 분석한다. 북극이 따뜻해질수록 중위도 지역은 오히려 더 잦고 강한 한파를 겪는 ‘기후의 역설’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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