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 부산물, 유기성 폐기물 등을 열분해시키거나 발효시켜 얻는 에너지를 뜻하는 바이오에너지는 현재 재생에너지로 분류된다. 이러한 생물 연료를 연소할 때 배출되는 탄소는 식물이 성장하면서 흡수했던 탄소를 다시 내놓는 것이란 측면에서, 또 자연 상태에서 분해되도록 내버려 둬도 똑같은 양의 탄소를 배출한다는 측면에서 발전 시 배출량으로 잡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원료인 식물 재배 과정에서 환경 파괴 및 인권 침해 등의 문제가 부각됨에 따라 해외에서는 이러한 바이오에너지의 지속가능성을 재고하는 정책 변화가 추진 중이다. 반면 국내에서는 별다른 정책 개선 없이 보급 확대에만 치중하는 추세라, 이에 대해 환경단체들의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이에 공익법센터 어필, 사단법인 기후솔루션, 한경운동연합은 `착한 기름은 없다 : 한국 바이오연료 정책 현황과 개선과제`라는 주제로 보고서 발표 겸 기자회견을 지난 18일 개최했다.
이날 발표를 통해 이들은 액체 바이오연료인 바이오디젤, 바이오중유에 관한 국내외 정책 현황을 검토하고, 바이오연료 공급망에 내재한 문제점을 다각도로 조명함으로써 해결방안을 제시하고자 했다.
바이오디젤은 팜유(기름야자의 열매를 가압해 찐 후 압착해 추출하는 기름) 및 팜 부산물과 폐식용유를 주원료로 하며, 수송용 연료로 주로 사용된다.
바이오중유는 팜 부산물 또는 바이오디젤 공정 과정에서 추출되는 부산물인 피치를 원재료로 하며, 국내에서만 이용되는 독특한 에너지원으로 주로 화력발전소에서 발전용으로 사용된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바이오에너지는 2019년 기준 국내 재생에너지 총생산량 15,539,093toe 중 4,162,427toe로 약 26.7%를 차지했으며, 이 중 바이오디젤과 바이오중유의 에너지 생산량이 약 28.6%를 차지하면서 37%인 목재펠릿의 뒤를 이었다. 발전량 기준으로 봤을 때도 바이오에너지는 전체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의 25% 이상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처럼 바이오연료의 생산량과 발전량이 많은 이유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정책 때문이다. 바이오디젤은 2015년부터 수송용 연료 공급자가 자동차용 경유에 일정 비율 이상의 바이오디젤을 혼합해 공급하도록 하는 '신재생에너지 연료 혼합 의무화제도(RFS)'가 시행됨에 따라 그 생산량이 증가했다. 이 혼합의무 비율은 2015년 2.5%였으나, 2021년 현재 3.5%로 증가했으며, 2030년까지 5%로 더욱 확대될 방침이다.
바이오중유 역시 500MW 이상의 발전설비를 보유한 발전사업자가 총발전량의 일정 비율 이상을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해 전기를 생산하도록 의무화한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PS)'가 시행되면서 사용량이 증가했다. 현재 바이오중유는 REC(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 가중치 1.0을 부여받아 기저 발전으로 활용되면서 발전량이 매년 증가세에 있다.
이에 따르면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는 3년마다 정부가 고시하는 REC 가중치에 매월 전력 생산량을 곱한 만큼 REC를 발급받게 되고, 그렇게 발급받은 REC는 다시 전력시장 등을 통해 1REC당 매매가격을 적용해 판매할 수 있으므로, REC 가중치가 높을수록 발전사업자 수익도 많아지는 구조이다.
현재 대표적인 바이오중유 전환설비는 제주의 중부발전, 남부발전이 있으며, 이들은 국내 바이오중유의 약 75%를 소비한다.
그러나 제주환경운동연합 김정도 정책국장은 "제주도에 있어 바이오중유 발전소는 기존 중유 발전을 대체했을 뿐, 환경적으로 큰 이익이 없다"라면서 "도리어 화력발전을 유지하는 역할을 하며 제주도 내 태양광, 풍력 등의 재생에너지 발전 확대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해 현행 바이오중유 발전소에 지급하는 높은 REC 가중치를 철회하고, 바이오중유 발전소 또한 하루빨리 폐쇄해야 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바이오연료 원료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팜유와 팜 부산물의 수입량은 2020년 기준, 2014년 대비 두 배 이상 급증했으며, 전체 원료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비율도 48.2%에서 55%로 증가했다.
반면, 바이오디젤 원료에서 폐식용유가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줄어들고 있으며, 국내산 폐식용유 또한 2009년 27.3%에서 2020년 22.8%로 오히려 그 비중이 감소했다. 바이오중유의 경우에도 바이오디젤 공정에서 발생한 부산물인 피치의 사용 비중이 2014년 30.9%에서 2020년 18.3%로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문제는 바이오연료 원료로 점차 사용량이 증가하고 있는 팜유가, 그 생산 과정에서 많은 환경 및 사회적 문제를 발생시킨다는 데 있다.
우선 팜 나무 재배를 위한 경작지 확보 과정에서 생산국의 열대림 및 이탄지(식물의 유해가 미분해되거나 약간 분해된 상태로 오랜 시간에 걸쳐 두껍게 퇴적된 토지)가 파괴되고 있다. 열대림이나 이탄지는 온실가스의 주범인 탄소의 저장고로 역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특히 이탄지는 일반 산림의 18~28배에 달하는 양의 탄소를 보유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이러한 지형의 파괴가 온실가스 급증에 끼치는 영향은 매우 심각하다는 평가이다.
기후솔루션 김수진 선임연구원에 따르면, 팜유를 원료로 하는 바이오디젤이 액체 화석연료의 온실가스 배출량보다 약 2.5배 높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된 바 있으며, 열대림 파괴로 생물다양성이 훼손됨에 따라 최소 193개의 멸종위기종이 영향을 받고 있다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보고서도 나와 있는 상황이다.
토착민과 소작농 역시 고통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세계 팜유의 주요 생산국인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의 팜유 플랜테이션은 대개 토착민이 소유하고 있는 토지에 위치하고 있어, 이로부터 토지 분쟁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이들은 삶의 터전인 숲과 토지를 상실하고, 식량과 물에 대한 권리를 침해당하며, 토지를 지키는 과정에서 탄압받는 경우도 빈번하다. 아울러 팜유 플랜테이션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역시 장시간 고강도 노동에도 불구하고 저임금으로 착취를 당하고 있으며, 특히 여성 노동자들은 화학물질 사용으로 건강에 대한 위협에 더해 관리자에 의한 성 착취 위험에도 노출돼 있다.
이러한 환경, 인권적인 문제들이 알려지면서 점점 더 많은 업계 관계자와 투자자들이 `NDPE(No Deforestation, No Peat, No Exploitation) 정책`을 채택하고 있다. 글자 그대로 산림과 이탄지를 파괴하지 않고, 지역주민과 노동자를 착취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 기업에서는 이러한 NDPE 정책 채택률이 현저히 낮은 수준으로 밝혀졌다. 현재 해외에서 팜유를 생산·수입하는 8개 국내업체 가운데 NDPE를 채택한 업체는 삼성물산이 유일하다.
환경운동연합 국제연대 담당 김예린 활동가는 "팜유 산업에 종사하는 많은 기업이 ESG 경영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정작 신규 산림파괴를 막고 현장에서 발생하는 착취를 감시할 수 있는 NDPE 정책 채택에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라며 강하게 꼬집었다.
한편, 우리나라 정부는 바이오에너지 원료 확보를 위해 기업의 해외농업, 산림자원 개발을 장려해왔다. 정부는 2011년 이후 약 7백억 원 규모의 융자를 인도네시아 팜유 플랜테이션 운영 기업에 지원했으나, 이들 기업은 앞서 언급한 대로 환경, 사회적 문제에 깊이 연루돼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공익법센터 어필 정신영 변호사는 "한국 정부는 팜유 플랜테이션 운영 기업들에 금융지원을 해 본래 목표로 한 에너지 원료 확보는커녕 환경 파괴와 인권 침해에 기여해 왔다"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또 "앞으로는 에너지 원료 생산 과정에서 환경 파괴와 인권 침해가 발생하지 않는 경우에만 공적 자금 지원을 하는 등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라고 피력했다.
세계적으로는 이미 정책 변화가 한창이다. 유럽연합 위원회는 2030년까지 팜유를 바이오디젤 연료에서 단계적으로 퇴출하기로 결정했고, 미국은 바이오연료를 원료별로 4개의 범주로 구분해 화석연료 대비 온실가스 감축 기준을 충족시킬 때만 재생에너지로 인정하고 있다. 또 일본에서는 온실가스 전(全) 과정 평가에 따른 바이오에너지 지속가능성 가이드라인을 도입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김수진 선임연구원은 "국내에는 바이오연료에 대한 기본적인 품질기준만 있을 뿐 기후, 환경, 사회적 영향을 고려한 재생에너지 인정 기준이 없다"라고 지적하며, "REC 가중치와 같은 국가 지원을 받는 근거로 원 단위당 전(全) 과정 온실가스 최대 배출량 등 객관적인 지표를 도입하고 불안정 기준을 마련하는 등 획기적인 정책 개선이 요구된다"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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