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기후협약에 따라 전세계적으로 2050년경 탄소중립(넷제로)이나 역배출을 달성한다해도 꽁꽁 얼어붙어있는 영구동토층에선 탄소가 지속적으로 뿜어져나올 것이란 연구결과가 나왔다.
세계 각국이 탄소중립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을 기울여 지구온도를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하로 줄이는 목표를 이룬다해도 영토동토층에 의한 탄소배출만큼은 어찌할 도리가 없다는 암울한 분석이다. 탄소중립으로 가는길에 의외의 복병을 만난 꼴이다.
서울대 국종성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연구팀은 탄소중립 혹은 역배출을 뒤늦게 달성하더라도 영구동토층의 탄소배출이 지속될 것이란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어드밴시스'에 최근 게재했다고 14일 밝혔다.
영구동토(永久凍土, permafrost)는 2년 이상 연속적으로 0°C(물의 어는점, 32°F) 이하를 유지하는 토양 또는 수중 퇴적물을 일컫는다. 빙하와 빙상 아래 땅은 일반적으로 영구동토에 포함하지 않는다.
연구팀은 늘상 얼어있는 영구동토층의 유기물 분해가 느린 속도로 진행되면서 이산화탄소 배출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봤다. 영구동토층이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약 두 배에 해당하는 탄소를 저장하는 거대한 탄소 저장고란 뜻이다.
시뮬레이션 결과 영구동토층은 초기 배출 시기에 탄소 흡수원 역할을 했다. 하지만 탄소중립이 늦어지고 온도가 증가하면서 녹아내린 영구동토층은 곧 탄소 배출원으로 전환됐다. 온실가스 감축을 통해 탄소중립을 달성해 온도가 낮아지더라도 영구동토층은 계속 탄소 배출원으로 남을 것이란 의미다.
영구동토층의 융해는 침수 지역의 비가역인 증가를 일으켰다. 무산소 환경의 확대를 야기하며 메탄(CH4) 배출량을 크게 증가시켰다. 침수 지역이 증가하면서 토양 내 유기물의 분해가 촉진됐다.
이는 혐기성 조건에서 메탄의 생성 및 방출을 가속화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연구팀은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25~30배 높은 온난화 잠재력을 가지고 있어 메탄 배출 증가는 기후 시스템에 더욱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학계에선 지구온난화로 영구동토층이 녹으면 저장됐던 막대한 양의 탄소가 대기 중으로 방출될 수 있다고 관측한다. 이는 기후변화에 심각한 위험 요소로 작용할 수 있어 기후의 '티핑 포인트(변환점)' 중 하나로 꼽힌다.
탄소중립 이후 영구동토층이 탄소 배출원으로 작용할 지 혹은 흡수원으로 기능할 지는 미래 기후변화 전망에서 중요한 변수다. 탄소중립을 달성하더라도 영구동토층에서 탄소가 방출되면 기후변화 완화 노력의 최대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과거에는 영구동토층이 탄소 흡수원 역할을 했지만 탄소 배출원으로 전환된 이후에는 뒤늦게 탄소중립 혹은 역배출을 달성하더라도 탄소를 방출하는 상태로 남아있다"며 "탄소중립의 달성도 중요하지만 달성 시기 또한 매우 중요함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연구를 이끈 국종성 교수는 “이번 연구는 자연적 탄소 순환의 이해도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제시한다"며 "영구동토층이 탄소 배출원으로 작용할 경우, 기후변화 예측 모델과 정책이 이를 반영할 수 있도록 더욱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이한나 노르웨이 과학기술대학교(NUST) 교수, 노먼 스타이네르트 노르웨이연구소(NORCE) 기후 및 환경 연구소 연구원, 안순일 연세대 교수, 신종수 미국 우즈홀 해양연구소 연구원이 공동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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