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에너지환경부 소속 국립생물자원관이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과 3차원 라이다(LiDAR, Light Detection and Ranging, 레이저 기반 거리·지형 측정 기술) 데이터를 활용해 서울·인천 도심지의 멧돼지·너구리 출몰 지역을 과학적으로 예측한 지도를 구축했다. 도심 야생동물 관리가 단순 민원 대응에서 데이터 기반 예방 행정으로 전환되는 신호탄이다.
국립생물자원관은 2023년부터 무인기와 무인카메라, 포획·현장 조사 등을 통해 도심 출몰 멧돼지와 너구리의 이동 경로 및 휴식 공간을 추적해 왔다. 최근 3년간 서울 도심에서 접수된 출몰 신고는 멧돼지 1,479건, 너구리 2,656건에 달한다. 도시와 야생동물의 접점이 구조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번 멧돼지 예측지도는 북한산 일대에서 수집한 무인기 3차원 라이다 데이터와 도심·산림 경계 지역 무인카메라 관측 지점 415곳을 인공지능 모델로 분석해 도출됐다. 분석 결과 멧돼지는 남향이면서 경사가 가파르고 관목 밀도가 높은 지역을 휴식 공간으로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다. 먹이활동은 텃밭과 사찰 인근에서 집중되는 패턴이 확인됐다.
라이다를 통해 추출한 수관 높이, 하층 식생 밀도, 지형 거칠기 등 3차원 지형·식생 변수는 멧돼지 출몰과의 상관성을 정밀 분석하는 데 활용됐다. 종분포모형(SDM, Species Distribution Model)과 딥러닝 기술을 결합해 출몰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도면화함으로써 단순 관측 자료를 넘어 예측 기반 관리로 확장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너구리의 경우 서울·인천 전역의 지리·환경 정보를 분석해 핵심 서식지와 이동 경로를 도출했다. 인구밀도와 야간조도 정보를 결합해 시민과 너구리의 접촉 가능성이 높은 지역 47곳(서울 36곳, 인천 11곳)을 특정했다. 주요 지역은 하천과 도시공원, 녹지 공간이 인접한 구간으로, 산책·여가 활동과 맞물려 접촉 빈도가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지도는 이달 중 서울시와 인천시에 제공된다. 향후 질병 관리, 로드킬 예방, 지역 맞춤형 피해 저감 대책 수립 등에 활용될 예정이다. 행정기관의 사후 포획 중심 대응에서 벗어나, 위험 예측·공간 관리 중심의 구조적 전환이 가능해진 셈이다.
도시화와 기후변화로 야생동물의 서식 경계는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도시 생태계 관리의 핵심은 ‘차단’이 아니라 ‘관리된 공존’이다. 인공지능 기반 공간 예측 기술은 생태 리스크를 데이터로 계량화함으로써 정책 의사결정의 객관성을 높인다.
이번 사례는 도시 안전·환경 관리·기술 혁신이 결합된 청색기술 적용 모델로 평가된다. 도시 생태계 관리가 감(感)과 경험이 아닌 정량 데이터 기반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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