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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색경제

FAO “초지와 목축민은 기후·생물다양성·토지황폐화 위기의 해법”…유엔, 2026년 ‘국제 초지와 목축민의 해’ 지정

the International Year of Rangelands and Pastoralists (IYRP) 몽골 제안으로 유엔 지정… FAO, 글로벌 행동계획 추진 초지, ‘불모지’ 아닌 세계 최대 생태 기반 절반 가까운 초지 황폐화…전용과 방치, 기후위기가 위협 가중

FAO “초지와 목축민은 기후·생물다양성·토지황폐화 위기의 해법”…유엔, 2026년 ‘국제 초지와 목축민의 해’ 지정
유엔이 2026년을 ‘국제 초지와 목축민의 해(International Year of Rangelands and Pastoralists)’로 지정하며 초지와 목축민 공동체의 전략적 가치를 재조명하고 있다.(사진=AI 생성) 
유엔이 2026년을 ‘국제 초지와 목축민의 해(International Year of Rangelands and Pastoralists)’로 지정하며 초지와 목축민 공동체의 전략적 가치를 재조명하고 있다.(사진=AI 생성)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붕괴, 토지 황폐화가 서로 얽혀 전 세계 식량체계와 생태계를 동시에 압박하는 가운데, 유엔이 2026년을 ‘국제 초지와 목축민의 해(International Year of Rangelands and Pastoralists)’로 지정하며 초지와 목축민 공동체의 전략적 가치를 재조명하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최근 인터뷰를 통해, 초지와 목축민이 단지 전통적 생계 집단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농식품 시스템, 생물다양성 보전, 기후 회복력 강화의 핵심 주체'라고 강조했다.

FAO 동물생산보건국장 타나왓 티엔신(Thanawat Tiensin)은 FAO 뉴스룸과의 인터뷰에서 “세계가 기후·생물다양성·토지황폐화라는 연결된 위기의 해법을 찾고 있는 지금, 초지와 목축민은 그 해답의 일부”라며 “올바른 조건만 주어진다면, 이들은 지구를 파괴하지 않고도 세계를 먹여 살릴 수 있는 자연 기반 식량생산 시스템”이라고 밝혔다.

 초지, ‘불모지’ 아닌 세계 최대 생태 기반

초지(rangelands)는 가축 방목에 이용되거나 방목이 가능한 토지를 뜻한다. 여기에는 건조지, 초원, 관목지, 사바나, 사막, 스텝, 산악지대, 습지 등 매우 다양한 생태계가 포함된다. 전통적인 농업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로 종종 ‘비생산적 토지’로 오해받아 왔지만, 실제로는 풀과 관목, 나무 등이 어우러진 복합 생태계로서 야생동물과 가축, 그리고 목축민 공동체를 오랫동안 지탱해온 공간이다.

FAO에 따르면 초지는 아프리카 사바나, 중앙아시아 스텝, 남미 팜파스, 북미 대평원, 유라시아 산악지대, 세계 각지의 건조지에 광범위하게 분포한다. 전 세계 육지의 약 절반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될 만큼 규모가 크며, 몽골·호주·모리타니처럼 국토의 대부분이 초지로 이루어진 국가도 적지 않다.

목축민은 자연 초지의 사료 자원을 활용해 양·염소·소·순록·야크·들소·버펄로·낙타·라마·알파카·말·당나귀 등을 기르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물과 먹이, 시장 접근, 질병 회피 등을 위해 계절별·일상적으로 이동하며 살아간다. 특히 계절 이동인 ‘이동 방목(transhumance)’은 건조 지역에서 800km 이상에 이를 정도로 광범위할 수 있다.

이러한 이동성은 단순한 생계 방식이 아니라 목축민의 문화와 음식, 신앙, 이야기, 노래에 깊이 스며든 생활 세계다. 실제로 유네스코는 유럽 여러 국가의 요청에 따라 이동 방목을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했으며, 다른 국가들도 동참 의사를 보이고 있다.

 식량안보·생물다양성·생태 건강에 기여

초지와 목축 시스템은 세계 식량체계에서도 결코 주변적이지 않다. FAO는 약 20억 명이 초지에 의존하고 있으며, 전 세계 육류 공급의 약 10%가 초지에서 나온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초지는 야크, 영양류, 사슴, 물소, 코뿔소, 북미 프롱혼, 남미 과나코 등 고유 야생동물의 서식지이자 풍부한 식물다양성의 터전이다.

목축은 이 생물다양성을 두 가지 방식으로 지키는 데 기여한다. 첫째, 토종 식생을 농경지로 대체하지 않고 유지한다는 점이다. 둘째, 가축의 이동이 식물 재생을 돕고 분변을 통해 씨앗을 퍼뜨리며 서로 다른 생태계를 연결한다는 점이다. 이는 가축에게도 다양한 영양원을 제공한다. 또 목축 시스템은 지역 환경에 적응한 가축 품종을 유지해왔는데, FAO 가축다양성정보시스템(DAD-IS)에 따르면 이들 품종의 약 40%는 멸종 위험에 놓여 있다.

 절반 가까운 초지 황폐화…전용과 방치, 기후위기가 위협 가중

문제는 이러한 초지와 목축 시스템이 심각한 위협에 직면해 있다는 점이다.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에 따르면 전 세계 초지의 약 절반이 황폐화된 상태다. 식물 높이와 피복도, 생물다양성이 줄어들고, 심한 경우 토양 화학성이 변형돼 염류화와 토양 압밀까지 발생한다.

FAO는 초지가 ‘쓸모없는 땅’이라는 오해와 목축민 토지권 보호의 취약성이 초지 전용을 부추긴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많은 지역에서 초지는 도시 개발, 광산, 농경지, 인프라 사업뿐 아니라 조림 사업이나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로도 전환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시장 인센티브 부족과 안전망 미비, 빠른 경제 변화가 과잉 방목을 낳고 기후 압박과 결합해 황폐화를 더 악화시킨다. 반대로 농촌 이탈이 심한 지역에서는 초지가 방치되면서 관목 침입이 진행돼 사람도 자연도 번성하기 어려운 풍경으로 바뀌고 있다.

목축민들은 이러한 변화의 최전선에서 생활 터전이 줄어드는 현실을 직접 겪고 있다. 이동 경로가 끊기고, 국경을 넘나들던 전통적 방목이 중단되며, 천연자원을 둘러싼 갈등도 늘고 있다. 낮은 시장가격, 제한된 시장 접근, 열악한 가축 보건 여건도 지속적인 부담이다. 여기에 사회적 인정 부족까지 겹치면서 젊은 세대가 목축을 기피하는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기후변화, 초지 생산성과 적응 능력 동시에 약화

기후변화는 초지와 목축민에게 직접적이고 중층적인 충격을 주고 있다. 강수 부족으로 초지 생산성이 떨어지고, 가뭄· 홍수 ·혹한 등 극한 기후가 더 자주, 더 강하게 발생하고 있다. 몽골의 대규모 가축 폐사 사태인 ‘주드 (dzud)’가 대표적 사례다. 가축에게 필수적인 수원은 점점 말라가고, 그 결과 방목 가능한 공간 자체가 축소된다.

목축민은 원래부터 기후 변동성과 불확실성에 적응해 온 집단이지만, 기후변화는 그 속도와 강도를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이고 있다. 동시에 이동 공간은 줄어들고 있어 적응 여지가 더욱 좁아지고 있다는 것이 FAO의 진단이다.

FAO는 목축민을 단순한 생산자가 아니라 '초지의 관리인 (custodians)'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목축민은 세대를 거쳐 초지와 함께 진화하며 환경, 날씨, 동물 행동을 관찰하고 그에 맞춰 이동과 방목을 조절하는 지식을 축적해 왔다. 이러한 이동성은 식물 재생과 초지 회복, 생태계 전반의 건강성 유지에 필수적이다.

이들은 약용식물과 전통 수의학, 야생동식물의 지속가능한 채집, 자원 과잉 이용 방지에 대해서도 깊은 지식을 갖고 있다. 의료·수의 서비스 접근이 제한된 지역에서는 이러한 토착 지식이 지금도 실질적인 생존 기반으로 기능한다.

 건강한 초지, 탄소 저장·수문 조절·토양 보호에 기여

건강한 초지는 기후 대응과 생태계 서비스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초지 식물은 깊은 뿌리를 내려 물과 영양분을 찾아가며 토양을 붙잡고 통기성을 높인다. 이는 토양 구조와 공극률, 물 침투, 토양 생물다양성을 향상시킨다. 식생 피복은 토양 표면 온도를 완화하고 빗방울 충격으로부터 토양을 보호해 침식을 줄인다.

FAO는 초지가 '전 세계 탄소의 최대 30%를 포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축은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으로 비판받아 왔지만, 최근 연구는 초지에서 가축이 완전히 사라질 경우 비슷한 배출량을 내는 야생동물이 그 자리를 대체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이 때문에 일부 연구는 목축 시스템의 배출을 단순한 인위적 배출로만 계산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무엇보다 목축 시스템은 화석연료 투입이 거의 없거나 매우 적은 방식으로 식량을 생산하는 장점이 있다.

목축 시스템의 미래를 위해서는 토지권과 거버넌스, 포용성이 핵심이라는 점도 강조됐다. 목축민은 시기와 장소에 따라 달라지는 사료 자원을 따라 넓은 지역을 이용해야 하므로, 사유지·국유지·공동지 등 복합적인 권리 체계가 얽혀 있다. 특히 공동지는 목축민에게 필수 자산이지만, 이는 무주지 (open access)가 아니라 세대를 거쳐 발전한 신뢰·호혜·유연성 기반의 규칙과 제도로 관리된다.

FAO는 국가들이 이러한 관습적 합의를 인정하고 보호해야 하며, 계절적 토지 이용권도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사유지 기반 목축 지역에서는 여성과 청년이 토지에 접근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성인지적이고 형평성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초지 관리의 핵심은 방목과 토지 생산력 사이의 균형을 유연하게 맞추는 것이다. 목축민은 전략적 이동, 순환 방목, 가축군 관리, 공동체 규범을 통해 오랫동안 이 균형을 유지해왔다. 초지는 방치될 경우에도 황폐화될 수 있는데, 특히 농촌 공동화가 진행되는 선진국에서 이런 문제가 두드러진다.

다행히 초지는 관리가 개선되면 생태 기능을 상당 부분 회복할 수 있는 높은 복원력을 지닌다. 복원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방목 관리를 개선하고 제한적 이용 아래 자연 회복을 유도하는 ‘수동적 복원’이고, 다른 하나는 재파종, 침입종 제거, 목초지 개선 등 적극적 조치를 포함한 ‘능동적 복원’이다. 전통적인 산림-목축 복합 시스템을 회복하는 방식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다만 FAO는 초지가 오래 황폐화될수록 복원 비용과 시간이 더 커진다고 지적하며, **조기 행동이 더 효과적이고 비용도 적다**고 강조했다.

몽골 제안으로 유엔 지정… FAO, 글로벌 행동계획 추진

2026년 ‘국제 초지와 목축민의 해’는 몽골 정부가 FAO 농업위원회에 요청하면서 성사됐다. FAO는 이 해의 국제운영위원회 사무국 역할을 맡고 있으며, 정부 대표와 목축민 단체, 학계, 민간 부문, 유엔 기구 등이 함께 글로벌 행동계획을 수립했다. 현재까지 400개가 넘는 기관과 개인이 참여하는 ‘초지와 목축민 글로벌 연합’도 형성됐다.

FAO는 초지와 목축민에 대한 정책적 인식을 높이기 위해 '목축민 지식 허브 (Pastoralist Knowledge Hub)'를 운영하며, 목축 시스템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기여도를 계량화하고 더 나은 투자를 촉구하고 있다. 또한 PRAGA (참여형 초지· 초원 평가), RECSOIL 프로토콜, 목축 토지 거버넌스 기술 가이드, 가축부문 투자· 정책 툴킷 등 다양한 실무 도구를 개발해왔다. 현장에서는 목축민· 농목민 학교, 참여형 확장 서비스, 여성 ·청년 ·지역 조직 역량 강화도 지원하고 있다.

FAO는 이번 국제 연도가 단순한 기념이 아니라 정책과 투자 전환의 계기가 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타나왓 티엔신 국장은 “초지는 움직이는 땅이고, 목축민은 지식과 미래의 관리자”라며 “이들의 목소리를 듣고 지식을 인정하며, 이를 더 나은 정책과 투자로 연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초지와 목축민은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기후위기 시대의 미래 해법으로 다시 평가받고 있다. 자연을 파괴하지 않으면서 식량을 생산하고, 생물다양성을 지키며, 토지와 물, 탄소 순환의 균형을 유지하는 시스템이라는 점에서, 초지와 목축민의 가치는 2026년 이후에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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