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베대학교 생물학자 스기우라 신지 교수 연구팀은 최근 진행한 실험에서, '일본흑점개구리'가 장수말벌을 포함한 일본산 말벌 3종을 거의 문제 없이 잡아먹는 장면을 영상으로 확인했다.
일명 ‘살인말벌’로 불리는 '장수말벌'은 길이 0.6cm에 달하는 침과 강력한 신경독으로 악명이 높다. 사람에게는 극심한 통증을 유발하며, 다수의 쏘임은 치명적일 수 있다. 그러나 일본의 한 양서류에게는 이 치명적 곤충조차 단숨에 삼켜버리는 간식거리에 불과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고베대학교 생물학자 스기우라 신지 교수 연구팀은 최근 진행한 실험에서, '일본흑점개구리'가 장수말벌을 포함한 일본산 말벌 3종을 거의 문제 없이 잡아먹는 장면을 영상으로 확인했다. 연구는 생태학 학술지 Ecosphere에 7일 발표됐다.
반복되는 독침 공격에도 무반응…개구리, 장수말벌을 80% 이상 섭취
스기우라 교수는 이전 연구에서 개구리가 독침을 가진 벌을 문제없이 삼키는 모습을 관찰한 바 있다. 그러나 장수말벌과 같은 초강력 독침 포식 장면이 어떻게 가능한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진은 실험을 위해 개구리와 말벌을 한 수조 안에 함께 두었고, 고속 촬영 영상을 분석했다. 그 결과 개구리는 입·혀·눈 주변을 말벌에게 반복적으로 쏘였음에도 상처나 행동 장애 없이 즉시 말벌을 삼켜 버렸다.
장수말벌을 제공한 개구리의 약 80%가 말벌 섭취에 성공
스기우라 교수는 “슬로모션 영상을 보면 개구리가 여러 차례 찔리지만 눈에 띄는 피해나 사망이 없었다”며 “개구리의 체내가 독극물에 강력히 저항하는 생리적 구조를 갖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장수말벌의 독침은 원래 포식자를 방어하거나 설치류 같은 척추동물을 공격하도록 진화했기 때문에, 양서류에는 독 효과가 상대적으로 약할 수 있다는 가설도 제시됐다.안정적인 먹잇감 확보 전략으로 개구리의 ‘위장 내성’이 오랜 진화 과정에서 강화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독개구리·두꺼비 사례도 뒷받침…“인간 통증 완화 연구에도 단서 될 수 있어”
미국 해노버 칼리지의 생물학자 브라이언 갤(Brian Gall) 교수는 이번 결과를 두고 “양서류는 위험한 먹이를 통째로 삼키는 능력을 갖춘 놀라운 포식자”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두꺼비는 극도로 단단한 외골격과 강력한 독침을 가진 '벨벳개미(velvet ant)'를 먹기도 하며, 남미의 Rhinella icterica 두꺼비는 맹독성 브라질황전갈도 문제없이 소화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독화살개구리(poison dart frog)'처럼 독성 곤충을 먹어 그 독을 체내에 축적해 스스로 무독성 무기로 전환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특징은 양서류가 타고난 독 내성 시스템을 갖고 있음을 시사한다.
스기우라 교수는 이번 발견이 독성 내성 및 통증 억제 메커니즘 연구에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개구리가 말벌 독에 저항하는 생리적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면, 이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인간의 통증·염증 반응을 완화하는 의학적 단서가 발견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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