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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색경제

거대 거미 조종하는 '인형술사 거미' 발견… 정교한 가짜 분신으로 포식자 속여

사체와 파편으로 자신보다 3배 큰 '인형' 제작 위협 감지하면 거미줄 흔들어 생동감 있는 움직임까지 연출

거대 거미 조종하는 '인형술사 거미' 발견… 정교한 가짜 분신으로 포식자 속여

 

필리핀에서 발견된 기이하게 거미 같은 생물체.
필리핀에서 발견된 기이하게 거미 같은 생물체.

페루와 필리핀의 열대우림에서 자신의 몸집보다 훨씬 큰 '가짜 분신'을 만들어 포식자를 위협하는 놀라운 거미의 행동이 세계 최초로 정식 보고됐다. 이 거미들은 단순히 거미줄을 장식하는 수준을 넘어, 먹이의 사체와 부스러기를 이용해 정교한 '거미 모양 인형'을 조각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정교한 위장술: "나보다 큰 거미가 여기 있다"
최근 학술지 '생태와 진화(Ecology and Evolution)'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호주 국립대학교의 에콜로지스트 조지 올라(George Olah) 박사팀은 2012년부터 수집된 발견 사례들을 바탕으로 이 특별한 행동을 분석했다.
발견된 거미들은 몇 밀리미터에 불과한 작은 크기임에도 불구하고, 실크와 먹이 찌꺼기, 주변 파편들을 꼼꼼하게 배치해 자신보다 3배 이상 큰 거미의 형상을 만들어냈다. 특히 페루에서 발견된 왕거미 속의 일종인 Cyclosa longicauda는 몸체 형상의 덩어리에 평균 5개의 돌출된 '다리'까지 덧붙여 거대 거미의 실루엣을 완성했다.

필리핀에서 관찰된 안정화 구조물(A)과 그 조성자(B). 페루의 안정화 구조물 사례(C, D)와 그 조성자(E). 그리고 마다가스카르에서 발견한 사례(F).
필리핀에서 관찰된 안정화 구조물(A)과 그 조성자(B). 페루의 안정화 구조물 사례(C, D)와 그 조성자(E). 그리고 마다가스카르에서 발견한 사례(F).

생존을 위한 인형극: 위협 시 거미줄 흔들어
이 거미들의 전략은 시각적 모방에서 그치지 않는다. 포식자와 같은 위협이 거미줄 근처로 다가오면, 거미는 거미줄 가닥을 정교하게 당겨 가짜 분신이 살아있는 거미처럼 움직이게 만든다. 마치 거대 거미 인형을 조종하는 '인형술사'와 같은 모습이다.
연구진은 이러한 행동이 주로 실잠자리(Damselflies)와 같은 포식자를 겨냥한 것이라고 추정한다. 실잠자리는 거미줄을 치는 작은 거미를 전문적으로 사냥하지만, 자신보다 큰 거미 종은 피하는 습성이 있다. 따라서 작은 거미들이 거대 거미처럼 보이는 분신을 만들어 실잠자리의 접근을 차단하도록 진화했다는 분석이다.

진화의 선택: 은신처 대신 '소모성 방어물' 구축
플로리다 대학교의 곤충학자 로렌스 리브스(Lawrence Reeves)는 "많은 왕거미들이 숨을 곳을 만드는 것과 달리, 이 종들은 시간과 자원을 '소모성 시각 방어물'을 구축하는 데 투자한다"며 "이는 거미 세계에서 나타나는 근본적인 진화적 절충안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조사된 거미줄에는 수컷과 암컷 모두가 이 가짜 장식물을 이용하고 있었으며, 일부 암컷은 이 파편들 사이에 알집이나 새끼 거미를 숨겨 보호하기도 했다. 연구팀은 향후 가짜 분신이 있는 거미와 없는 거미의 생존율을 비교해, 이 '인형술'이 조류나 도마뱀 등 다른 포식자에게도 얼마나 효과적인지 추가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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