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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색경제

거미줄 단백질에서 영감 얻은 청색기술…세상에서 가장 강하고 탄력있는 섬유 개발

생명공학과 청색기술이 결합한 걸작품으로 평가 섬유, 생분해성 포장재, 화장품, 생체 적합성 의료용 봉합사, 낙하산, 자동차 산업의 에어백 등 사용처 다양

거미줄 단백질에서 영감 얻은 청색기술…세상에서 가장 강하고 탄력있는 섬유 개발
거미의 특수 분비샘에서 생산되는 실크에서 영감을 받은 새로운 세대의 청색기술 섬유 탄생했다. [사진=Credit: Ian Bottle / Alamy Stock Photo]
거미의 특수 분비샘에서 생산되는 실크에서 영감을 받은 새로운 세대의 청색기술 섬유 탄생했다. [사진=Credit: Ian Bottle / Alamy Stock Photo]

이달 11일 바이오 기술 국제전문지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Nature Biotechnology)'는 독일 및 이스라엘  기업과 중국 과학자들이 각각 새로운 도구를 사용해 강철처럼 견고하고 고무처럼 탄력 있는 유전자 조작 거미줄(silk) 섬유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그 동안 거미줄은 섬유 기반 소재에 있어 선망의 대상이 되는 소위 '황금 표준(gold standard)'으로 선전되어 왔으며, 살아 있는 거미의 필요성을 극복하기 위해 여러 기업이 거미줄 유전자를 조작하여 바이오실크(Biosilk) 소재를 개발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합성 생물학 도구를 사용하여 이식형 장치, 화장품, 섬유 공학, 심지어 운동화에 이르기까지 적용되는 새로운 유형의 바이오폴리머를 만들고 있다.

바이오실크는 자연의 살아있는 거미줄 단백질보다 기계적으로 우수할 뿐만 아니라 면역 체계에 거의 상관이 없고 생체 적합성 및 생분해성이라는 환경친화적인 특성으로 인해 다양한 산업에 기여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수십 년 동안 재료 과학자들은 거미줄이 나일론이나 케블라(Kevlar) 같은 합성 섬유를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소재라고 생각해 왔지만 비용과 확장성 문제로 인해 거미줄은 상용화되지 못했다. 그러던 중 2017년 자마이카 섬에 서식하는 네필라 클라비페스(Nephila clavipes)라는 '구슬 짜는 거미' 게놈의 전체 염기서열이 밝혀지면서 다양한 종류의 실크를 만들어내는 거미줄 유전자의 다양성이 부각되었다. 그리고 이를 계기로 거미줄의 상업적 생산 가능성이 한층 더 높아졌다.

현재 많은 생명공학 기업들이 지속가능한 생물학적 합성 실크를 생산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으며, 섬유뿐만 아니라 생분해성 포장재, 화장품, 생체 적합성 의료용 봉합사, 낙하산, 자동차 산업의 에어백 등 어디에나 쓰일 수 있는 실크의 사용을 목표로 하고 있다.

거미는 거미줄을 포식은 물론 주거용으로 사용하므로 거미줄은 예측할 수 없는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만큼 탄력적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 스피드로인(spidroin)이라고 알려진 거미줄 단백질은 반복되는 단위의 GGX 아미노산(여기서 G는 글리신, X는 글루타민, 알라닌, 티로신 등 여러 아미노산 중 하나)으로 구성되어 β-시트 결정 구조를 형성한다.

이러한 시트 형태는 단백질 사슬을 정렬하고 단단하게 포장하여 섬유에 인장 강도를 부여한다. 동시에 β-시트 결정 영역 사이의 수소 결합 및 기타 비공유 상호 작용으로 인해 섬유는 통합 구조를 잃지 않고 늘어나면서 모양이 변할 수 있다. 보호용 큐티클(cuticle) 층이 이 전체 시스템을 덮고 있어 섬유의 견고함을 보장한다. 이 큐티클 층을 재현하는 것은 기업들에게 어려운 과제였지만 마침내 생명공학적 섬유로 빠르게 분해시키는데 성공했다.

구슬 짜기의 명수 '네필라 클라비페스' 거미의 암컷(중앙)과 수컷(위) 모습 [사진=Wikipedia]
구슬 짜기의 명수 '네필라 클라비페스' 거미의 암컷(중앙)과 수컷(위) 모습 [사진=Wikipedia]

독일 뮌헨에 본사를 둔 바이오테크 기업 'AM실크'는 '21세기 바이오(21st Bio)'와 협력하여 인공지능(AI)과 기계학습(machine learning)을 사용하여 주요 섬유의 단백질 서열을 파악하고 이를 효모 세포에서 발현시켜 합성 단백질을 생산하는 순수 합성 접근법을 채택했다. AM실크에 2,900만 유로(3,150만 달러)를 투자한 코펜하겐 소재 노보 홀딩스의 수석 파트너인 앤더스 벤센 스포(Anders Bendsen Spohr)는 "이 신바이오(synbioㆍ합성생물학)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용도에 맞게 유전자 구조를 조정하여 바이오 섬유의 길이와 기능을 조절할 수 있다"고 말한다.

단백질 섬유를 생산하기 위해 'AM실크' 팀은 대장균의 생산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AM실크의 CEO인 울리히 셰르벨(Ulrich Scherbel)과 발효 서비스 제공업체인 '21세기 바이오'의 공동 설립자 겸 CSO인 페르 팔홀트(Per Falholt)는 "우리는 최첨단 미생물 분석법을 사용하고 원래 단순 단백질용으로 설계된 기존의 대량 바이오 발효기를 개조하여 복잡한 단백질을 생산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면서, "이 방법은 다양한 파트너와 애플리케이션을 위한 맞춤형 섬유를 제조할 수 있을 만큼 다재다능한데, 주요 제품 중 하나는 의료 및 화장품에 사용할 수 있는 생분해성 코팅제인 '바이오스틸(Biosteel)이라고 불리는 바이오실크로, 스포츠 신발 제조업체인 아디다스와의 협업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합성 섬유를 환경친화적인 하이드로젤(hydrogel) 또는 파우더 코팅으로 전환하는 여러 단백질 폴리머 식별 및 발효 방법에 대한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대부분의 발효 기반 제품에서 스케일업 하는 일은 여전히 어려운 과제다. 'AM실크'와 '21세기 바이오' 경영진에 따르면, 생산 비용이 높기 때문에 다른 많은 거미줄 회사와 마찬가지로 AM실크는 적어도 현재로서는 메르세데스 벤츠나 아디다스와 같은 럭셔리 파트너를 타깃으로 삼고 있다고 한다. 이 파트너들은 접근성을 넓히기 위해 중저가 시장 개척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와 유사하게 예루살렘에 본사를 둔 '씨빅스 머티리얼 사이언스(Seevix Material Sciences)'는 효모 발효를 통해 스피드로인에서 영감을 받은 섬유 단백질의 키메라 혼합물(chimeric mix)을 생산한다. 특허받은 자기 조립 공정을 사용하여 20개의 단백질 단량체(monomer)가 더 큰 나노섬유로 자발적으로 조립될 때 자사 브랜드인 'SVX 파이버'가 만들어진다. 이 때 수소 결합이나 염교(鹽橋ㆍsalt bridge)와 같은 3차 상호 작용이 이러한 자기조립 과정을 주도한다.

씨빅스의 CEO인 슐롬지온 쉔(Shlomzion Shen)은 "기본적으로 자기조립 SVX 바이오폴리머의 구조는 약 47만 개의 단량체 단백질로 구성되어 있다"고 설명한다. 씨빅스는 특히 피부와 모발을 강화하는 SVX 섬유로 화장품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최근에는 암세포나 줄기세포와 같은 세포가 3D 구조로 조립할 수 있는 발판을 제공하고 2D 구조에서 3D 구조로 전환하도록 유도하여 현미경으로 쉽게 감지할 수 있도록 하는 섬유인 스페로씨브(SpheroSeev)와 하이드로씨브(HydroSeev)를 생산하고 있다. 이러한 섬유는 이미 암 연구 그룹이 실험실에서 암세포를 감지하고 성장시키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스페로씨브와 하이드로씨브는 줄기세포 연구, 섬유 공학, 심지어 배양육 개발에도 사용된다.

한편 기업들이 바이오실크 제품을 적극적으로 개발하는 가운데, 바이오실크의 기계적 특성을 더욱 향상시킬 수 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도 발표됐다. 중국의 상하이동화대 재료 과학자들은 '크리스퍼-캐스9(CRISPR-CAS9)' 방식을 사용하여 전체 길이의 거미줄을 생산하는 형질전환 누에를 만들었다. 형질 전환 누에를 사용하면 거미의 주요 문제인 포식성 경향을 극복할 수 있다. 과학자들은 이 전장(full-length) 단백질이 나일론의 1.3배에 달하는 탄성과 총알을 막을 수 있을 만큼 강하고 경찰복과 군복에 자주 사용되는 대표적인 경량 합성 섬유인 케블라의 6배에 달하는 인성을 지니고 있다고 보고한 바 있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라고 알려진 CRISPR-CAS9은 10년전 제니퍼 다우드나(Jennifer A. Doudna)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 화학과 교수와 프랑스 출신 에마뉘엘 샤르팡티에(Emmanuelle Marie Charpentier)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병원체연구소 교수가 함께 개발한 유전자 편집 기술이다. 두 명의 여성 과학자는 지난 2020년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 화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사용자가 원하는 DNA 염기서열을 골라서 잘라내는 기술이다. 원하는 염기서열을 자를 수 있는 기술은 이전에도 있었지만,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정확도가 99%에 달했다. 자르고 싶은 염기서열과 결합하는 RNA를 빠르고 저렴하게 합성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이 안전성과 정확도를 높이며 꾸준히 발전하고 있는만큼, 앞으로는 우리 삶에 밀접한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로 이어질 전망이다.

한편 과학자들은 거미와 누에의 방적 메커니즘이나 내부 화학 원소가 섬유의 인성과 강도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선 거의 알지 못한다. 실크의 인성과 인장 강도에 기여하는 화학 원소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상하이동화대의 준펑 미(Junpeng Mi) 연구원과 그의 동료들은 CRISPR-CAS9 기술을 사용하여 거미줄 단백질을 코딩하는 '유사분열 방추체(MiSp)' 유전자와 표식으로서 적색 형광 단백질(눈을 밝은 빨간색으로 빛나게 함) 유전자를 포함하는 플라스미드(plasmidㆍ자기 복제로 증식할 수 있는 유전 인자)를 만들었다.

그런 다음 이 플라스미드를 누에나방의 알에 주입한 다음, 형질 전환에 성공한 나방을 식별하기 위해 적색 형광 단백질을 선별했다. 새로운 형질 전환 섬유는 발린(valine), 류신(leucine), 히스티딘(histidine), 아르기닌(arginine)이라는 아미노산이 더 많이 함유되어 있어 인장 강도가 높고 분자 간 결합이 더 강해져 앞뒤로 미끄러질 수 있는 섬유가 탄생했다. 이 섬유는 단백질 사슬 사이의 분자 간 마찰이 증가하면서 가장 강한 실크로 기록된 '다윈나무껍질거미(Caerostris darwini)'의 실크보다도 더 강한 인장 강도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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