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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색경제

"규제 중심에서 기술 지원으로"…정부·재계, 탄소중립 전략 대전환 모색

대한상의·서울대, 제8회 탄소중립 세미나 개최…정부·기업·학계 400여 명 참석 최태원 회장 "일본 GX 전략 벤치마킹, 한일 협력 통해 아시아 녹색 전환 선도해야"

"규제 중심에서 기술 지원으로"…정부·재계, 탄소중립 전략 대전환 모색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왼쪽 일곱번째)과 유홍림 서울대학교 총장, 위성곤 국회 기후위기 특별위원회 위원장,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 등 참석자들이 10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탄소중립과 에너지정책 세미나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왼쪽 일곱번째)과 유홍림 서울대학교 총장, 위성곤 국회 기후위기 특별위원회 위원장,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 등 참석자들이 10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탄소중립과 에너지정책 세미나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가 탄소중립 전략을 현행 규제 중심에서 기술개발 지원으로 중심축을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정부와 재계, 학계가 참여한 대규모 세미나에서 제기됐다.

대한상공회의소와 서울대학교는 10일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제8회 탄소중립과 에너지 정책 세미나'를 공동으로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는 '새 정부의 탄소중립·에너지 정책 방향과 과제'를 주제로 구체적인 탄소중립 이행 방법론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과 유홍림 서울대 총장을 비롯해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 위성곤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 위원장, 정부 관계자, 기업·학계·시민단체 인사 등 각계 주요 인사 400여 명이 참석했다.

세미나 연혁과 취지

'탄소중립과 에너지 정책 세미나'는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의 제안으로 국가적 아젠다인 탄소중립과 에너지 정책의 해법을 모색하는 취지에서 2022년부터 개최됐으며, 이번이 8번째 행사다.

최태원 회장은 개회사에서 "지난 10년을 돌아보면 국제사회는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해 새로운 글로벌 룰들을 세팅했다"며 "그러나 최근 기후 규제가 예전보다 약해지고 글로벌 금융시장의 녹색 투자가 감소하고 있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그는 "탄소중립을 이행할 수 있는 기술들의 상용화 시기가 조금씩 늦어지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대한민국이 어떻게 대응하는지가 상당히 중요한 정책 방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또 "새 정부에서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새롭게 출범하고 2035년 NDC(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 목표도 발표하며 새로운 시각에서 탄소중립과 에너지 정책 방향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GX 전략 벤치마킹 제안

최 회장은 일본의 사례를 들며 향후 기후 정책 방향에 대해 구체적으로 제언했다. 그는 "일본은 GX(Green Transformation, 녹색전환) 전략을 마련해 산업과 에너지 기술 정책을 통합하고 성장과 탈탄소, 에너지 안보를 동시에 추구하는 통합적인 정책 패키지를 가동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테크놀로지를 중심으로 한 이런 통합적인 새로운 방법론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본은 GX 전략을 통해 산업·에너지·기술 정책을 통합하고, 성장·탈탄소·에너지 안보를 동시에 추진하는 종합 패키지를 운영 중이다. 특히 20조 엔(약 190조 원) 규모의 GX 경제이행채 발행, 탄소가격제 도입, 전환금융 활성화, 세제·보조금 지원 등 정부의 정책 지원과 금융, 인센티브를 결합해 기업의 탈탄소 투자와 기술 개발을 유도하는 것이 핵심이다.

한일 협력 통한 아시아 녹색 생태계 선도

최 회장은 일본과의 협력 확대도 제안했다. 그는 "일본의 공급망·에너지 시스템·산업 구조가 우리와 유사해 실제로 협력할 분야가 상당히 많다고 생각한다"며 "양국이 GX 전략을 공동으로 설계하고 기술 실증이나 표준 정립, 시장 창출 등을 함께 추진한다면 아시아의 GX 생태계를 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이 자리에 정부와 학계, 시민단체, 기업 등에서 다양한 전문가들을 모신 만큼 새로운 방법론을 모색하는 자리가 되었으면 좋겠다"며 "대한상공회의소도 산업계를 대표해서 적극적인 역할을 해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성환 장관 "재생에너지·원전 믹스 유일한 대안"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기조 강연에서 "석탄과 LNG를 줄이고 재생에너지와 원전을 믹스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정책상 유일한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지구가 빠른 속도로 더워지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고 이 문제를 막지 못하면 우리 인류는 사라질 수 있다"며 "기후 관련 산업에 투자하는 것이 돈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정부가 출범한 이후 NDC 53~61%안을 만들었다"며 "이재명 대통령 임기 중에 2억 톤가량을 더 줄여야 한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앞으로 탄소중립과 녹색 대전환으로 막대한 규모의 신시장이 창출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이에 대비해 전기화를 가속화하고, 재생에너지 가격 경쟁력을 제고하는 한편, 녹색 산업을 우리 경제의 핵심 동력으로 성장시켜 미래 산업 경쟁력을 주도하기 위해 노력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홍림 총장 "탄소중립은 국가 핵심 의제"

유홍림 서울대 총장은 "탄소중립 정책은 기업의 생존 전략이자 국가의 경제 산업 전략"이라며 "사회적 안전망 모두와 연결된 국가 핵심 의제"라고 강조했다.

유 총장은 "기후 위기를 학술 연구나 미래 세대 문제로만 바라볼 수 없다"며 "현재 극단적인 이상 기후 현상이 글로벌 공급망 불안정성과 에너지 가격 변동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산업계는 저탄소 전환의 흐름 속에서 주체 연구뿐 아니라 새로운 성장 기회를 모색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에 있다"고 덧붙였다.

유 총장은 "재생에너지와 에너지 효율 증대·탈탄소 모빌리티·전력망 디지털화 등이 이미 글로벌 투자 흐름을 이끌고 있다"며 "한국이 국제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기후테크에 대한 선제적 규제 혁신·기술 실증 환경 마련·투자 생태계의 활성화·정부의 전략적 지원 체계가 구축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규제 중심 체계 한계, 기술혁신 중심으로 전환해야"

첫 번째 세션에서 전문가들은 규제 중심의 탄소 감축 체계가 가진 한계를 지적하며, 산업 전환을 뒷받침할 탄소중립 혁신기술 개발 정책의 필요성과 구체적 추진 방안을 논의했다.

정은미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산업부문의 탄소중립 정책은 한국 산업이 어떤 구조로 성장할 것인지에 대한 장기 비전과 사회적 공감대가 전제되어야 한다"며 "규제 강화만으로는 기업 활동 위축 위험이 있는 만큼 산업 성장을 견인할 혁신기술 개발 중심의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홍종 단국대 교수는 "철강·석유화학·시멘트 등 탄소 감축이 어려운 산업은 기존 기술만으로는 감축에 한계가 있어 과학적 감축 로드맵과 대규모 기술 개발 투자가 필수"라며 "일본처럼 정부가 중장기 방향을 제시하고, 제도·재정 지원으로 민간 투자를 촉진하는 생태계 조성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기후테크 지원 체계 강화 필요성 제기

두 번째 세션에서는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기후테크의 역할과 과제가 논의됐다. 참석자들은 우리 경제가 에너지 다소비 산업 중심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기술혁신 없이는 목표 달성이 어렵다는 데 공감하고, 이를 위해 △실증 지원 확대 △민간투자 유인 △규제 합리화 △인력·인프라 기반 강화 등 통합적 지원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후테크 스타트업 대표 기업으로 참석한 이칠환 ㈜빈센 대표이사는 "과도한 사전 규제와 부처 간 분절된 절차가 기후테크의 시장 확산을 늦추고 있다"며 "규제 샌드박스 확대, 실증특례 허용, 인허가 절차 표준화 등 혁신 친화적 규제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부 부처 참여로 정책 협력 방안 모색

이날 세미나에는 기후에너지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에서 기후테크 정책을 담당하는 부처 관계자들이 참석해 정부의 기술혁신 전략과 향후 지원 방향을 직접 소개하고, 산업계·전문가들과 정책 실행 과정의 과제와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환경단체 "국가의 기본권 보호 의무 강조"

환경단체를 대표해 참석한 최창민 플랜1.5 정책활동가는 "기업의 과도한 온실가스 배출은 국가의 기본권 보호 의무 위반과 국제적 책임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며 "국가는 기업이 1.5℃ 목표에 부합하도록 법적 수준의 감축 조치를 요구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앞으로도 정부·학계·산업계·시민사회와 함께 새로운 탄소중립 전략을 모색하는 논의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최 회장은 지난 8일 일본상공회의소와 함께 개최한 '제14회 한일상공회의소 회장단 회의'에서 한일 경제연대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이번 세미나에서도 일본과의 협력을 재차 강조하며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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