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워싱'이란, 녹색을 뜻하는 ‘Green’과 세탁을 뜻하는 ‘White Washing’의 합성어로 기업들이 친환경적 경영을 하는 것처럼 홍보하지만, 정작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것을 빗대어 표현한 말이다. '위장환경주의'라고도 할 수 있다.
일례로, 제지업체가 벌목 및 운송으로 야기되는 환경과 생물다양성 파괴에 대한 정보는 공개하지 않은 채, 재생지 활용 등 자사에 유리한 부문에만 초점을 맞춰 친환경 경영을 강조하는 것을 들 수 있다.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친환경 관련 기업의 가치가 과도하게 부풀려지는 '그린버블'(Green Bubble)이란 단어도 있다.
그린워싱의 실제 해외 대표 사례로는 자사의 디젤 차량을 '클린 디젤' 또는 '친환경 차량'이라며 광고했던 독일 폭스바겐사가, 실상은 전자제어장치(ECU) 프로그램을 조작함으로써 자사에 유리한 배기가스 검출 결과를 냈던 전 세계를 상대로 벌인 사기극이 있다.
이외에도 미국 석유기업 엑슨모빌이 기후변화를 부인하는 조직을 후원한 사건, 스위스 식음료 기업 네슬레가 자사 홍보 내용과는 달리 턱없이 낮은 수준으로 알루미늄을 재활용한 사건, 코카콜라가 2015년까지 용기의 25%를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만들겠다고 2008년 선언했던 것과는 달리 2019년까지도 해당 비율이 고작 9%에 머문 사건 등이 있다.
제조업체뿐 아니라 금융계에서도 그린워싱은 예외가 아니다.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을 선언했던 미국 최대 은행 중 하나인 JP Morgan은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맞춘 금융‧연구‧자문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하기 위해 탄소전환센터를 설립했다. 또 관련 기업들의 성장을 지원하고자 녹색 경제 전문 산업팀을 출범시켰으며, 대규모 녹색채권을 발행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해왔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 2016년 이래 630~700억 달러 규모의 자금을 화석연료 산업에 대출하는 모순도 보였다.
영국 경제 평론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지속가능한 금융 상품들이 알고 보면 그린워싱으로 만연하다”라면서 세계 최대 규모의 ESG 펀드 20개 중 6곳은 미국 최대 정유사인 엑슨모빌에, 2곳은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기업 아람코에, 1곳은 중국 석탄 채굴 회사에 투자했다고 전했다.
국내도 그린워싱의 사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올해 국내 기업들이 발행한 녹색채권(친환경 사업에 투자할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 규모는 2021년 7월 기준 12.9조 원으로 아시아에서는 중국에 이어 두 번째이다. 13.2조 원 규모의 지속가능채권까지 합하면 26조 원이 넘는다. 하지만 미국 경제매체 블룸버그는 녹색채권을 발행한 한국전력이 동남아시아의 석탄화력발전소에 투자한 점 등을 지적하며, “녹색채권을 발행한 한국 기업들 대부분은 탄소 배출을 많이 하는 굴뚝산업에 속한다”라고 비판했다.
다른 사례로 현대차그룹은 현대건설의 최대 주주인 현대자동차를 필두로 2050년까지 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는 내용의 ‘RE100’을 지난 7월 초 선언한 바 있다. 그러나 본지에서도 앞서 다뤘듯, 정작 현대건설이 베트남에서 고(高) 탄소배출 산업인 석탄발전 건설사업을 추진 중임이 드러나면서 그 이중성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베트남 중부 해안 꽝빈성에 600MW급 화력발전소 2기를 건설하는 일에 일본 미쓰비시, 베트남1건설공사(CC1)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해당 사업을 수주했다.
그린워싱과 비슷하지만 좀 더 확장된 의미에서 ‘ESG워싱’이란 말도 있다. 앞서 그린워싱이 환경 측면에서의 위장주의만을 다뤘다면, ESG워싱은 환경뿐 아니라 사회 및 기업지배구조 측면에서의 위장주의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즉 기업이 스스로 친환경‧사회공헌‧윤리적 경영활동을 하고 있다고 홍보하지만, 막상 실체를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를 말한다.
대표적으로는 국내 굴지의 태양광 모듈 제조업체인 한화큐셀, 현대에너지솔루션, 효성의 사례를 들 수 있다. 이들 기업은 ESG 경영을 표명하면서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RPS) 경쟁입찰 시 또는 정부보급사업 등에 지원 시 보조금을 우선 지원받는 등 많은 혜택을 받아왔다.
한국에너지공단에서는 탄소인증제에 따라 점수를 차등 적용해 태양광 모듈 등급을 총 세 등급으로 구분하는데, 각 등급에 따라 가산점을 달리 부여한다. 상기 언급한 기업들은 이 과정에서 높은 등급의 모듈 평가를 받아 높은 가산점을 받았고, 이에 따라 정부로부터 각종 혜택을 우선 적용받는 등 유리한 위치를 선점한 것이다.
문제는 탄소인증제 검증은 오직 국산 모듈만을 대상으로 함에도 불구하고, 이들 기업이 태양광 모듈에 들어가는 전력변환장치(인버터)를 중국으로부터 그대로 들여와 라벨만 자사 것으로 바꾼 뒤 대량 유통‧판매해 온 데 있다. 이는 ‘끼워팔기’와 유사하며, 끼워팔기는 불공정거래 행위의 한 유형인 “거래강제”로 분류돼 공정거래법 위반에 해당한다. 즉 상기 업체들의 행태는 ESG워싱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환경부는 기업 경영활동 및 기업이 생산하는 제품의 친환경성을 소비자와 투자자, 또 여러 이해관계자가 확인할 수 있도록 '환경성적표지'와 '저탄소제품' 인증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그린워싱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EU에서는 그린워싱을 막기 위해 2020년 6월부터 녹색분류체계(Green Taxonomy) 규정을 법제화했다. 녹색분류체계는 ▲기후변화 완화 ▲기후변화 적응 ▲수자원‧해양자원의 지속 가능한 이용 및 보호 ▲순환경제로의 전환 ▲오염 방지 및 관리 ▲생물다양성과 생태계 보호 및 복원이라는 6가지 환경목표를 제시하고, 기업의 친환경 활동을 가늠하기 위한 기준으로 3가지 판단기준을 제시한다.
3가지 판단기준이란 △상기 6개의 목표 중 하나 이상의 달성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다른 환경목표에 중대한 피해를 주지 않으며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장치를 준수하는 것이다. 이 기준을 만족할 시 대상 기업의 활동은 '친환경'으로 구분된다.
또한, EU는 2018년 발표한 지속가능금융 실행계획(Action Plan Financing Sustainable Growth)에 따라 지속가능금융 공시규정(SFDR)도 추진했다. 이는 EU 역내의 금융서비스 기관(은행‧연기금‧자산운용사)들이 투자나 상품과 관련해서 지속가능성 관련 정보를 의무적으로 공시하게끔 하는 제도이다. 특히 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가 주요 대상으로, 이를 통해 지속가능 분야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그린워싱을 방지하며, 최종적으로 투자자 보호를 강화한다는 취지이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 중 유럽에 진출한 기업 또는 유럽 금융기관으로부터 투자를 받는 기업이 있다면, 유럽 기업이나 금융기관으로부터 지속가능성 관련 정보 제출을 요청받을 수 있다. 국내에도 EU 기준에 준하는 지속가능성 관련 정보 공시제도의 정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이유이다.
이러한 강력한 제도적 노력 외에도 유럽에서는 환경시민단체의 활동도 활발하다. 이들은 전문성을 갖고 오랜 시간 활동을 지속해 왔고, 서로 간의 연대도 강하며, 많은 이들로부터 후원도 받고 있어 이들의 목소리는 정부가 쉽게 좌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기업 스스로 아무리 ESG 경영을 외치더라도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장기적인 사안보다는, 당장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받지 않기 위해 단기적인 수익 달성을 더 시급하고 중요한 사안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다.
정부 역시 큰 방향성을 제시해 줄 수는 있어도, 산업 현장 전반에서 세세한 실천방안을 확립하고 시행 여부를 일일이 관리‧감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국내에서도 그 어느 때보다 환경시민단체의 진정성 있는 활동이 절실할 때라는 평가이다.
국내 환경단체 현황을 살펴보면, 2021년 8월 초 기준 환경부에 등록된 비영리 민간단체의 수로만 집계하면 188개이다. 각 지자체에 등록돼 있거나, 미등록 단체까지 포함하면 이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외에도 단체의 목적이 명확하게 ‘환경보전’이 아니더라도 폐자원 재사용 활동, 로컬푸드 활동, 환경친화적 생산 및 소비 활동 등 직‧간접적으로 친환경 활동에 참여하는 단체들도 있다.
다만 현재 국내의 많은 환경단체 활동이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소규모 캠페인 수준에 머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따라서 향후 기업과 정부를 상대로 한 감시활동, 친환경 경영 및 정책 이행을 위한 촉구활동 등이 병행되기 위해서는 전문성 있는 인력의 참여와 더욱 폭넓은 재원 마련이 활성화돼야 한다는 판단이다. 그럴 때 비로소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중립적인 입장에서, 높은 전문성에 기반해 정부와 기업을 상대로 거침없는 비판의 목소리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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