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로키산맥 동쪽을 강타하고 있는 기록적인 한파와 폭설, 치명적인 빙판 폭풍은 지구온난화가 가속되는 시대와 모순처럼 보인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이런 극단적 겨울 폭풍이 기후변화와 충돌하는 현상이 아니라, 오히려 기후위기 속에서 더 자주, 더 강력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현재 중서부와 동북부를 중심으로 확산 중인 혹독한 추위는 수십 년 전 이 지역에서 흔히 경험하던 겨울과 유사한 수준이다. 다만 중요한 차이는 이런 ‘뼛속까지 파고드는 한파’가 과거보다 훨씬 드물어졌음에도 불구하고, 특정 조건이 맞아떨어질 경우 여전히 발생하며 때로는 더 극단적인 형태로 나타난다는 점이다.
실제로 기후가 따뜻해지면서 혹한 자체는 전반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미국에서는 겨울이 사계절 가운데 가장 빠르게 온난화되고 있으며, 이번 겨울에도 미국 본토 48개 주에서는 한파 기록보다 고온 기록이 훨씬 더 많이 세워졌다. 이는 특히 서부 지역에서 기록적인 고온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콜로라도 등 전통적인 스키 명소들이 눈 부족에 시달릴 정도로, 서부의 겨울은 이례적으로 따뜻하다.
기후 연구 비영리단체 ‘클라이밋 센트럴’의 수석 기상학자 베르나데트 우즈 플래키는 “올겨울 지금까지는 추위 기록보다 더위 기록이 압도적으로 많았다”면서도 “현재의 한파는 분명 이례적으로 강하며, 수십 년 전 중서부와 동북부에서 흔히 겪던 겨울을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다.
기후 센트럴 연구진이 미국 주요 도시를 대상으로 ‘1년 중 가장 낮은 기온’의 장기 추세를 분석한 결과, 기후변화의 영향은 분명했다. 미니애폴리스에서는 연중 최저 기온이 1970년 이후 약 섭씨 6.7도(화씨 12도) 상승했고, 클리블랜드에서도 같은 기간 약 섭씨 6.2도(화씨 11.2도) 높아졌다. 즉, 겨울 자체가 예전만큼 차갑지 않다는 의미다. 이번 한파는 그런 흐름 속에서 드물게 나타난 사례로, 아직 사상 최저 기온 기록이 대거 경신될지는 불확실하다.
그럼에도 일부 기후 과학자들은 이번 겨울 폭풍과 뒤따를 북극발 한기가 기후변화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우드웰 기후연구센터의 제니퍼 프랜시스 연구원은 “지구온난화로 겨울이 전반적으로 따뜻해지고 있지만, 그것이 혹독한 겨울 날씨가 사라진다는 뜻은 아니다”라며 “인위적 기후변화는 단순한 온도 상승 외에도 극단적 겨울 날씨를 부추기는 여러 조건을 만들어내고 있으며, 이번 주 그 요인들이 동시에 작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한파의 직접적 원인은 극소용돌이(polar vortex)다. 이는 보통 캐나다 허드슨만 인근에 자리 잡고 북극의 찬 공기를 가두는 강력한 회전성 기류다. 하지만 이 소용돌이가 늘어나거나 찢어질 경우, 일부 찬 공기가 남하해 중위도로 쏟아져 내려온다. 현재 미국 중부와 동부 상공의 제트기류가 크게 남쪽으로 휘어지며, 북극의 찬 공기를 끌어내리고 있는 상황이다.
MIT의 유다 코헨 연구원은 이런 극소용돌이의 ‘늘어짐’ 현상이 북극 해빙 감소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지적한다.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로 북극해의 해빙이 줄어들면서, 시베리아 일부 지역에서는 평년보다 많은 적설이 발생하고, 이는 극소용돌이가 불안정해질 가능성을 높인다. 특히 바렌츠해와 카라해의 해빙 감소가 이러한 과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코헨은 “극소용돌이가 늘어나는 현상과 미국의 극심한 겨울 날씨 사이에는 분명한 연관성이 있다”며 “북극 기후변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동안, 극소용돌이는 더 불안정하고 변동성이 커졌고, 그 결과 미국과 유럽, 아시아 중위도 지역에서 혹독한 겨울 날씨가 나타날 위험이 커졌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단일 기상 현상을 기후변화 탓으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기후변화가 ‘주사위를 불리하게 던지게 만들었다’고는 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이번 한파가 기후변화의 부정이 아니라, 기후위기가 만들어낸 새로운 극단성의 한 단면이라고 강조한다. 따뜻해지는 지구 속에서도 혹한은 사라지지 않으며, 오히려 불규칙하고 파괴적인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경고다. 기후위기의 시대, 겨울 폭풍은 더 이상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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