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집권2기를 시작하자마자 파리기후협약을 탈퇴하는 등 기후대응에 역행하는 행보를 보이자, 독일과 프랑스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규제완화를 주장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독일과 프랑스는 영국의 이탈로 EU(유럽연합)를 실질적으로 주도하는 양강이다. 이런 두나라가 EU집행위에 ESG규제완화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22일(현지시간) EU가 기업의 ESG 책임 강화를 위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프랑스 정부는 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CSRD)의 규제 범위 축소를 골자로 한 제안서를 EU집행위에 전달할 계획이다.
CSRD는 역내에서 경제 활동을 하는 비(非) EU기업을 포함한 대기업, 상장 중소기업이 환경·사회적 영향 활동에 대해 정기적으로 보고하도록 하는 규정이다.
특히 CSRD 지침에 따라 올해부터 기업 규모별로 순차적으로 보고서 공개가 의무화될 예정이어서 유럽에 진출했거나 진출을 추진중인 기업의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CSRD의 현행 지침에 따르면 ESG규제 적용 대상 기업은 약 5만개에 달하며 유럽에 진출한 한국 기업 상당수도 영향권에 놓여있다.
다만 규제 시행에 앞서 EU 경제가 경쟁력을 잃어간다는 비판과 함께 기업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주장이 입법 과정에서부터 꾸준히 제기됐다.
프랑스 정부 대변인은 이날 CSRD와 관련해 "기업에 큰 비용을 초래하지 않아야 한다"면서 "현행대로 CSRD가 시행되는 건 기업들에 지옥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프랑스에 앞서 독일 정부 주요 장관들도 지난달 EU집행위에 CSRD 시행을 연기해달라는 서한을 보냈다.
당시 독일 장관들은 "기업들이 감당해야 할 지나친 보고 부담을 없애는 것이 우리의 우선순위"라며 "CSRD 보고 항목은 물론 적용 대상 기업의 범위도 축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를 지낸 마리오 드라기 전 이탈리아 총리도 지난해 9월 집행위 의뢰로 발표한 'EU의 미래 경쟁력'에 관한 자문 보고서에서 CSRD와 EU의 별도 기업규제인 공급망 실사 지침을 "규제 부담의 주된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일각에서는 EU집행위가 CSRD의 적용 범위를 상당 부분 축소하는 쪽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지만, EU집행위 대변인은 자세한 설명 없이 CSRD 관련 논의가 다음 달 26일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이처럼 EU를 움직이는 프랑스와 독일 정부가 CSRD에 제동을 걸고 나선 건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복귀하면서 국제 기후질서의 재편이란 현실을 고려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의 기후정책을 모두 뒤집어 화석연료 생산을 늘리고 미국 우선주의 원칙에 따라 EU를 비롯한 동맹에 관세 부과를 예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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