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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색경제

미 '원자과학자회(Bulletin of the Atomic Scientists)', 2026년 둠스데이 시계 자정까지 85초 설정

인류 멸망까지 85초…‘둠스데이 시계’, 사상 최악의 시간으로 앞당겨 핵무기, 기후변화, 파괴적 기술이 초래하는 위험은 모두 커지고 있어

미 '원자과학자회(Bulletin of the Atomic Scientists)', 2026년 둠스데이 시계 자정까지 85초 설정
2025년 이후에도 핵무기 위험, 기후위기, 생물학적 위협, 인공지능(AI)과 같은 ‘파괴적 기술(disruptive technologies)’에 대한 대응에서 충분한 진전이 없었다는 점이 이번 조정의 배경이 됐다. 여기에 허위 정보와 음모론의 확산 역시 인류 존속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2025년 이후에도 핵무기 위험, 기후위기, 생물학적 위협, 인공지능(AI)과 같은 ‘파괴적 기술(disruptive technologies)’에 대한 대응에서 충분한 진전이 없었다는 점이 이번 조정의 배경이 됐다. 여기에 허위 정보와 음모론의 확산 역시 인류 존속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인류가 스스로 만든 기술로 지구를 파괴하기까지 남은 시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둠스데이 시계(Doomsday Clock)’가 또다시 앞으로 이동했다. 미국 비영리단체 '원자과학자회(Bulletin of the Atomic Scientists)'는 2026년 둠스데이 시계를 자정까지 85초로 설정했다고 28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는 1947년 시계가 처음 만들어진 이후 사상 가장 자정에 가까운 시간이다.

원자과학자회는 이날 워싱턴DC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존 B. 울프스탈, 아샤 M. 조지, 스티브 페터 등 과학·안보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새로운 시각을 공개했다. 자정은 인류가 지구를 더 이상 살 수 없는 상태로 만들어버린 순간을 의미한다. 지난해 설정된 89초보다 4초 더 앞당겨진 것으로, 인류가 직면한 위협이 그만큼 심화됐다는 판단이 반영됐다.

원자과학자회는 이미 2023년과 2024년에 시계를 자정 90초 전으로 설정하며 강력한 경고를 보낸 바 있다. 그러나 2025년 이후에도 핵무기 위험, 기후위기, 생물학적 위협, 인공지능(AI)과 같은 ‘파괴적 기술(disruptive technologies)’에 대한 대응에서 충분한 진전이 없었다는 점이 이번 조정의 배경이 됐다. 여기에 허위 정보와 음모론의 확산 역시 인류 존속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알렉산드라 벨 원자과학자회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인류는 우리 모두를 위협하는 실존적 위험에 대해 충분한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며 “둠스데이 시계는 인간이 스스로 만든 기술로 얼마나 세계 파괴에 가까워졌는지를 알리는 도구”라고 말했다. 그는 “핵무기, 기후변화, 파괴적 기술이 초래하는 위험은 모두 커지고 있으며, 매초가 중요하다. 우리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과학·안보위원회 의장인 대니얼 홀츠 시카고대 교수 역시 국제 정세 악화를 강하게 비판했다. 홀츠 교수는 “지난해 우리는 국가들이 국제 협력과 행동의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경고했지만, 주요 국가들은 이를 외면한 채 더 공격적이고 대립적이며 민족주의적으로 변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2025년에는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들이 연루된 군사 작전이 잇따르며 분쟁이 격화됐다”고 덧붙였다.

특히 미국과 러시아 간 핵무기 보유량을 제한해온 마지막 남은 핵군축 조약이 오는 2월 4일 만료될 예정이라는 점이 심각한 우려로 꼽혔다. 홀츠 교수는 “반세기 넘게 핵무기 경쟁을 억제해온 장치가 사라지면, 통제 불능의 핵무기 경쟁을 막을 아무런 제약도 남지 않게 된다”고 경고했다.

생명과학 분야의 위험도 간과할 수 없는 요소다. 홀츠 교수는 “합성 ‘미러 생명체’ 개발과 같은 신흥 생명과학 영역에서 중대한 위험이 지속되고 있음에도, 국제사회는 이에 대한 조율된 대응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여기에 규제 없는 AI 기술의 급속한 확산이 허위 정보와 조작된 정보의 확산을 가속화하며, 핵·기후·생물학적 위협 대응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둠스데이 시계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과학자들이 1945년 설립한 원자과학자회의 상징적 장치다. 당초 핵무기 위협을 경고하기 위해 만들어졌으나, 2007년부터는 기후위기 역시 주요 판단 요소에 포함됐다. 매년 과학·안보위원회와 노벨상 수상자들이 포함된 후원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시간이 조정된다. 이 후원위원회는 1948년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설립했고, 로버트 오펜하이머가 초대 의장을 맡았다.

둠스데이 시계는 과학적 수치를 정밀하게 측정하는 도구라기보다, 인류가 직면한 실존적 위기를 사회에 환기시키는 상징적 장치다. 일부 학자들은 서로 성격과 시간 규모가 다른 위험을 하나의 시계로 묶는 방식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펜실베이니아대 마이클 만 교수는 “불완전한 은유일 수 있지만, 우리가 얼마나 위태로운 상황에 놓여 있는지를 매년 상기시키는 강력한 수사적 도구”라고 평가했다.

자정에 도달한 적은 아직 없다. 전 원자과학자회 회장 레이철 브론슨은 “자정은 핵전쟁이나 치명적인 기후 붕괴로 인류가 사라진 상태를 의미한다”며 “우리는 결코 그 순간에 도달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인간이 이 위협을 만들어냈듯, 인간의 선택으로 되돌릴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1991년 미국과 소련이 전략무기감축조약(START)을 체결했을 때, 둠스데이 시계는 자정에서 가장 멀어진 17분 전으로 이동한 바 있다. 원자과학자회는 “대담하고 실질적인 국제 협력만이 시계를 되돌릴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전문가들은 개인 차원에서도 사실에 기반한 토론과 정보 공유,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생활 속 실천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둠스데이 시계가 가리키는 85초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그것은 인류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는 경고이자, 아직 행동할 시간이 남아 있다는 마지막 신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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