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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색경제

백년 전통 이어온 강진 '가래치기'...한 해 농사 마무리 축제

대나무 바구니로 물고기 잡는 전통 어업...세계관개시설물 유산 연방죽에서

백년 전통 이어온 강진 '가래치기'...한 해 농사 마무리 축제
19일 오전 전남 강진군 병영면 중고저수지에서 주민들이 대나무를 줄로 엮어 만든 원통형 바구니인 '가래'를 이용해 물고기를 잡고 있다. 한 해 농사를 끝낸 주민들은 물을 뺀 저수지에서 전통 방식으로 물고기를 잡아 잔치를 벌이는 행사를 매년 이어오고 있다. [전남 강진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19일 오전 전남 강진군 병영면 중고저수지에서 주민들이 대나무를 줄로 엮어 만든 원통형 바구니인 '가래'를 이용해 물고기를 잡고 있다. 한 해 농사를 끝낸 주민들은 물을 뺀 저수지에서 전통 방식으로 물고기를 잡아 잔치를 벌이는 행사를 매년 이어오고 있다. [전남 강진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19일 오전 전남 강진군 병영면 중고저수지가 한 해 농사를 마친 주민들의 환호성으로 가득 찼다. 주민들은 전통 어업 방식인 '가래치기'로 물고기를 잡으며 수확의 기쁨을 나눴다.

가래치기는 대나무를 삶아 줄로 엮어 만든 원통형 바구니인 '가래'로 물고기를 가둬 잡는 전통 어로 방식이다. 위쪽은 좁고 아래로 내려올수록 넓게 만들어진 가래로 물이 빠진 저수지 바닥을 눌러 물고기를 가두는 방식이다.

이날 행사에는 강진군 관계자와 주민 등이 참여해 이른 아침부터 2시간여에 걸쳐 가래치기 체험에 나섰다. 저수지 곳곳에서 붕어, 메기, 가물치 등이 잡히며 주민들의 환호가 이어졌다.

가래 안으로 물고기가 들어오면 진흙 속으로 탈출하려고 몸부림치는 느낌이 손으로 전해진다. 이 손맛이 가래치기의 매력이다. 특히 어른 팔뚝만 한 큰 붕어나 힘이 센 가물치가 잡힐 때는 큰 쾌감을 느낄 수 있다.

가래치기는 150년도 훨씬 넘는 조선시대에 성행했던 어업 방식으로 나일론 소재가 없던 시절 대나무가 주요 재료였다. 강진 지역에서는 100년 이상 이 전통이 이어져 오고 있다.

한 해 농사를 끝내고 저수지 물을 흘려보내면서 수확을 자축하고 내년 농사의 풍년을 기원하는 마을 축제에서 유래된 행사다. 가장 큰 물고기를 잡으면 한 해에 행운이 찾아온다는 전설도 전해진다.

병영면 중고리 일대 주민들은 한 해 논농사를 끝낸 뒤 서로를 격려하는 의미로 매년 가래치기 행사를 열어왔다. 조용한 동네 잔치로 간신히 명맥을 이어오던 전통은 자치단체가 관심을 보이면서 본격적으로 알려지게 됐다.

중고저수지를 포함한 강진 연방죽 생태순환 수로는 국가중요농업유산 제16호이자 세계관개시설물 유산으로 지정된 소중한 자산이다. 지난해 모로코에서 열린 제72차 ICID(국제관개배수위원회) 세계총회에서 등재 인증서와 인증패를 받았다.

강진의 연방죽은 연(蓮)이 자생하고 주변에 높은 산이 없는 특징을 지닌다. 얕은 언덕과 언덕을 가로질러 둑을 막아 생성됐으며, 수심이 깊지 않아 퇴적물이 유입되면서 물고기가 먹을 수 있는 충분한 양분이 공급돼 어류가 풍부하다.

주로 잡히는 어종은 붕어, 메기, 가물치 등이다. 이 중 가물치는 검은색에 힘이 세 잡기가 쉽지 않지만, 큰 것은 어른 종아리만 할 정도로 크기가 크다. 무게가 10kg을 넘는 가물치가 잡히기도 한다.

가래치기는 어류자원 고갈 방지를 위해 병영면 중고, 중가, 배진강 저수지 등을 2~3년 주기로 번갈아 가며 실시하고 있다. 참가 인원도 100명 이내로 제한해 생태계 보호에 힘쓰고 있다.

과거 행사에서는 붕어 부문과 가물치 부문으로 나눠 시상식을 진행하기도 했다. 참가자 중 최고령자에게 특별상을 수여하는 등 어르신들을 공경하는 전통도 이어지고 있다.

1970년대 130가구에 달했던 중고리는 현재 50가구 이하로 줄었다. 농사짓는 사람도 점점 줄어들고 있지만, 가래치기 행사가 열릴 때만큼은 외지인들이 몰려들어 마을에 활력이 넘친다.

마을 주민들은 "가래치기는 농사짓느라 고생한 주민들이 한 해 노동을 마무리하는 동네 잔치"라며 "저수지도 자기 할 일을 다 했으니 자연과 함께 수확을 자축하는 의미"라고 설명한다.

강원 강진군수는 "병영면과 작천면 일대 연방죽 수로는 국가중요농업유산이자 세계관개시설물 유산으로 지정된 소중한 강진의 자산"이라며 "전라병영성, 한골목, 하멜기념관 등 역사문화 자원과 연계해 강진만의 대표 행사로 거듭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가래치기 행사는 농사와 저수지, 연꽃, 물고기, 대나무 가래 등이 어우러진 농촌 공동체의 전통문화를 보여주는 소중한 어업 유산이다. 주민들은 이 전통이 미래 세대로도 이어지기를 바라고 있다.

현재 강진군에는 연방죽과 저수지, 둥범 등 약 200개소가 있으며, 이 중 연이 자생하는 연방죽은 7개소다. 강진군은 노후화된 저수지 준설과 수리시설 보강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깨끗하고 안정적인 농업용수 공급 체계를 구축할 방침이다.

한편 가래치기에서 잡은 물고기는 주민들이 함께 매운탕으로 끓여 나눠 먹으며 마을 잔치를 벌이는 전통도 이어지고 있다. 한 해 농사의 노고를 함께 나누고 풍요로운 한 해를 기원하는 공동체 문화가 살아 숨 쉬는 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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