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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색경제

생태계교란종 붉은귀거북 확산 심각...전국 하천 점령 우려

24년 만에 퇴치 성과 제한적...경북 개체수 5배 급증으로 생태계 위협 가속화

생태계교란종 붉은귀거북 확산 심각...전국 하천 점령 우려
2일 강원 강릉시 경포천에 생태계교란종인 붉은귀거북이 모습 사진=연합뉴스
2일 강원 강릉시 경포천에 생태계교란종인 붉은귀거북이 모습 사진=연합뉴스

2001년 환경부가 생태계교란종으로 지정한 붉은귀거북의 확산이 24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심각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전국 각 지자체의 지속적인 퇴치 노력에도 불구하고 개체수 증가세가 계속되면서 토종 생태계에 대한 위협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붉은귀거북의 생물학적 특성과 확산 원인

붉은귀거북은 미국 미시시피강 유역이 원산지인 반수생 거북으로, 눈 뒷부분의 선명한 빨간 줄이 특징이다. 등갑 길이는 평균 15-30cm이며, 암컷이 수컷보다 크게 자란다. 수명은 35-40년으로 매우 길고, 강한 생명력과 환경 적응력을 보인다.

1980년대부터 애완용으로 인기를 끌었던 붉은귀거북은 키우기 쉽고 가격이 저렴해 널리 보급되었다. 특히 일부 종교단체의 방생 행사에서 대량으로 사용되면서 자연 생태계로 유입되는 사례가 급증했다. 2001년 수입 금지 조치 이후에도 기존에 방생된 개체들의 번식으로 개체수 증가가 지속되고 있다.

전국 개체수 현황과 증가 추세

국립생태원의 '2023년 외래생물 전국 서식 실태 조사'에 따르면 경북에서 발견된 붉은귀거북 개체수는 342마리로 2020년 68마리보다 5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경북에서 확인된 양서·파충류 1,519마리 중 붉은귀거북이 22.5%를 차지해 참개구리 다음으로 높은 비중을 기록했다.

경북에서 붉은귀거북이 많이 발견된 지역은 영천 69마리, 고령 57마리, 청도 54마리 순이었다. 경주시에서도 지속적으로 발견 신고가 접수되고 있으며, 해변에서 방생으로 인한 폐사체가 확인되기도 했다.

전국 지자체 퇴치 현황과 성과

수원시는 2020년 4월부터 10월까지 지역 내 저수지와 연못에서 284마리를 포획했다. 만석거, 서호저수지, 신대저수지, 원천저수지, 광교저수지 등에서 22회에 걸쳐 포획 작업을 실시했다.

안산시는 화랑유원지 저수지에서 70여 마리를 포획했다. 이곳은 천연기념물 제453호인 남생이를 비롯한 다양한 수생생물이 서식하는 곳으로, 붉은귀거북의 개체수 증가가 토종 생물들의 서식지를 위협하고 있어 적극적인 퇴치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호수공원은 붉은귀거북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대대적인 포획 작업을 실시하고 있다. 청주시도 맹꽁이생태공원 내 잠자리 연못에서 3마리를 포획하는 등 각 지자체가 개별적으로 퇴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과 피해

붉은귀거북은 잡식성으로 새끼일 때는 육식 성향이 강하다가 성장하면서 초식 성향이 우세해진다. 작은 물고기, 새우, 달팽이, 지렁이, 개구리, 곤충 등을 가리지 않고 먹어치운다.

국립생태원의 '동·남해안 일대 하구습지 내 생태계교란 생물 분포 현황' 조사에서는 288개 하구습지 중 118개에서 환경부 지정 생태계교란 생물 4,690개체가 확인되었다. 이 중 붉은귀거북은 10개소에서 44개체가 발견되어 하구습지 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붉은귀거북은 별다른 천적이 없고 환경 적응력이 뛰어나 기존 생태계의 먹이 사슬을 교란시키고 있다. 성체의 경우 수달이나 왜가리 등이 천적 역할을 할 수 있지만, 개체수 조절에는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토종 거북 남생이와의 경쟁 관계

붉은귀거북이 토종 거북인 남생이의 개체수 감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환경부는 붉은귀거북을 남생이 개체수 감소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보고 있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서식지 파괴와 무분별한 남획이 더 큰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남생이는 2005년 천연기념물 제453호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지만, 여전히 시장에서 불법 포획된 개체가 판매되는 사례가 발견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남생이 개체수 회복을 위해서는 붉은귀거북 퇴치와 함께 서식지 보호와 불법 포획 단속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방생 관행과 인식 개선 필요성

붉은귀거북 확산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종교적 목적의 방생 행사다. 2000년대 초까지 일부 불교 사찰에서 부처님오신날 등에 붉은귀거북을 대량으로 구입해 하천에 방생하는 행사가 빈번히 열렸다.

다행히 2001년 생태계교란종 지정 이후 불교계에서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이러한 행사는 크게 줄어들었다. 하지만 개인 차원에서 애완용으로 기르던 거북을 자연에 방생하는 사례는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생명체 방생이 생태계에 미칠 수 있는 악영향에 대한 지속적인 교육과 홍보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외래종의 경우 아무리 선한 의도라도 자연 생태계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

현행 법적 규제와 처벌 현황

생태계교란생물은 학술연구나 전시 등의 목적으로 환경부의 허가를 받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수입·사육·양도·양수가 금지된다. 이를 위반할 경우 2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개인 간 거래나 불법 판매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일부에서는 여전히 방생용으로 판매되거나 건강원에서 약용으로 판매되는 사례가 발견되고 있어 단속 강화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효과적인 퇴치 방안과 한계

현재 각 지자체에서 실시하고 있는 퇴치 방법은 주로 통발을 이용한 포획이다. 동물성 미끼를 사용해 붉은귀거북을 유인한 후 포획하는 방식으로, 특히 산란기 암컷이나 육식 성향이 강한 새끼 개체를 대상으로 효과적이다.

포획된 붉은귀거북은 주로 동물원의 맹금류나 하이에나 등의 먹이로 활용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가공식품 개발을 통한 활용 방안도 모색되고 있지만, 대부분 폐기 처분되는 것이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산란기를 기점으로 한 대대적인 퇴치 운동과 함께 하천 모래 속 알 수거 작업이 개체수 조절에 더욱 효과적일 것이라고 조언한다. 붉은귀거북의 산란기는 5-8월로, 이 시기에 평균 20-25개의 알을 산란한다.

국제적 동향과 비교

붉은귀거북은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 유럽, 중국, 캐나다, 호주 등 전 세계적으로 외래종으로 정착한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일본에서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생태계교란종으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다.

미국 내에서도 원산지인 미시시피강 유역 밖의 태평양 연안주에서는 유입된 붉은귀거북이 이입종으로서 그 지역의 고유 토종거북을 위협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는 붉은귀거북의 생태계 교란 능력이 매우 강력함을 보여주는 사례다.

장기적 대응 전략과 과제

붉은귀거북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단순한 퇴치 작업을 넘어서는 종합적 접근이 필요하다. 우선 신규 유입을 완전히 차단하고, 기존 개체들의 번식을 억제하는 동시에 지속적인 개체수 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시민들의 인식 개선을 통해 무분별한 방생을 방지하고, 애완용으로 기르던 개체의 적절한 처리 방법에 대한 교육이 강화되어야 한다. 전문가들은 개체 처리 시 저수지나 하천에 방생하지 말고 적절한 방법으로 폐기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아직도 반려거북 동호인들 사이에서는 오래 키우던 거북이 교란종으로 지정되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 해결 방법을 고민하는 사육자들이 많다. 이들을 위한 적절한 대안 제시와 함께 신중한 규제 운영이 필요한 상황이다.

생태계 보호를 위한 시민 참여 방안

붉은귀거북 퇴치는 정부와 지자체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조가 필수적이다. 하천이나 저수지에서 붉은귀거북을 발견할 경우 즉시 관련 기관에 신고하고, 개인적인 포획이나 이동은 자제해야 한다.

특히 애완용으로 기르던 개체를 처리해야 할 상황이 생겼을 때는 절대 자연에 방생하지 말고 관련 기관에 문의해 적절한 처리 방법을 안내받아야 한다. 작은 실천이 우리나라 고유 생태계를 보호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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