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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색경제

[심층기획] 생물다양성 손실의 경제학: 아시아·태평양 경제를 위협하는 ‘보이지 않는 위기’

환경 문제를 넘어 경제적 생산 요소로 접근… 생태계 붕괴가 초래할 금융·산업의 연쇄 충격 정부와 투자자들은 지금 당장 생물다양성 리스크를 금융 의사결정의 핵심 요소로 통합해야

[심층기획] 생물다양성 손실의 경제학: 아시아·태평양 경제를 위협하는 ‘보이지 않는 위기’
자연은 '생태계 서비스'라는 형태로 경제에 필수적인 투입 요소를 제공한다.
자연은 '생태계 서비스'라는 형태로 경제에 필수적인 투입 요소를 제공한다.

자연은 '생태계 서비스'라는 형태로 경제에 필수적인 투입 요소를 제공한다. 하지만 현재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가속화되고 있는 생물다양성 손실은 이러한 서비스를 침식하고 있으며, 외부 충격에 대한 취약성을 높이는 동시에 투자자와 정부에 새로운 위험을 초래하고 있다. 이제 생물다양성은 단순한 환경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을 위한 핵심적인 '생산 요소'로 인식되어야 한다.

사례 연구: 인도의 독수리와 동남아의 산호초
생물다양성 손실이 어떻게 경제적 재앙으로 이어지는지는 과거의 사례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1990년대 인도에서는 가축용 소염제인 '디클로페낙'의 부작용으로 독수리 개체수가 91~98% 급감했다. '자연의 청소부' 역할을 하던 독수리가 사라지자 사체가 방치되었고, 이는 수질 오염과 질병 확산으로 이어져 인간의 사망률을 높였다.
연구 결과, 2000~2005년 사이 인도에서는 매년 약 10만 명의 추가 사망자가 발생했으며,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연간 약 700억 달러(한화 약 93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었다. 유사한 위기가 동남아시아의 '산호 삼각대(Coral Triangle)'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산호 백화 현상과 서식지 파괴는 이 지역에 의존해 살아가는 1억 명 이상의 생계를 위협하며 거대한 경제적 리스크를 형성하고 있다.

생물다양성과 경제 생산의 메커니즘
생물다양성 손실의 효과는 기후 변화보다 덜 알려져 있지만, 그 메커니즘은 매우 정교하다. 본 연구팀은 이를 설명하기 위해 이론적 모델을 제안한다.

1. 보완적 기능의 결합 (The Power of Complements)
생태계 서비스는 식량, 목재, 약초를 제공하는 '공급 기능'과 수질 정화, 탄소 저장, 수분(pollination)을 담당하는 '조절 기능' 등 서로 보완적인 기능들의 상호작용으로 생성된다. 이러한 기능들은 서로 대체가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벌이 사라져 수분 기능이 마비된다면 이를 더 깨끗한 물이나 뛰어난 정화 시설로 대체할 수 없다. 생태계 서비스가 하락하면 토지, 노동, 자본이 아무리 투입되어도 전체 경제 생산량은 감소할 수밖에 없다.

2. 오목 함수(Concave Function)와 생태적 취약성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상태에서는 특정 종 하나가 사라져도 비슷한 역할을 하는 다른 종들이 그 공백을 메울 수 있다. 하지만 종의 다양성이 줄어들수록 살아남은 종 하나하나의 '한계 중요성'은 급격히 커진다.
해안 침식 방지 기능을 예로 들면, 맹그로브와 나사말(screw pines) 등 다양한 종이 존재할 때는 한 종의 감소가 큰 타격을 주지 않지만, 종이 단순화된 상태에서 발생하는 추가 손실은 생태계를 순식간에 붕괴시킨다. 이는 경제 시스템을 극도로 취약하게 만든다.

자연은 '생태계 서비스'라는 형태로 경제에 필수적인 투입 요소를 제공한다.
자연은 '생태계 서비스'라는 형태로 경제에 필수적인 투입 요소를 제공한다.

지역별 리스크 노출: 말레이시아에서 싱가포르까지
생물다양성 리스크는 지역별로 다르게 나타난다.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는 절대적인 생물다양성 손실 규모가 커서 리스크 점수가 매우 높다. 반면, 싱가포르와 같은 도심 국가들은 전체 손실량은 적을지라도 특정 핵심 생태 기능에 불균형적인 손실이 집중되어 있어 '기능적 불균형'으로 인한 높은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즉, 숲이 적더라도 그 숲이 담당하는 핵심 기능이 무너지면 국가 경제에 미치는 타격은 치명적일 수 있다는 뜻이다.

금융 시장의 반응과 새로운 솔루션
최근 금융 시장에서도 생물다양성 리스크가 자산 가격에 반영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시장 참여자들은 여전히 이 위험이 '저평가'되어 있다고 믿는다. 급격한 경제 손실을 방지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금융 도구들이 도입되고 있다.
 * 생물다양성 채권 (Biodiversity Bonds): 투자자들이 보전 프로젝트에 자금을 제공하고, 발행 기관은 이를 통해 생태계 복원을 추진한다. 2024년 10월,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일본 제일생명보험과 협력해 최초의 생물다양성 채권을 발행했다.
 * 부채-자연 보전 스왑 (Debt-for-nature Swaps): 국가의 부채를 탕감해 주는 대신 그 자금을 현지 보전 활동에 투입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2024년 7월, 미국과 인도네시아는 산호 삼각대 보호를 위해 3,500만 달러 규모의 딜을 체결했다.
 * 자연 크레딧 (Nature Credits): 유럽연합(EU)은 농민들이 생태계를 보호할 때 직접 비용을 지불하는 시장 기반 솔루션을 개발 중이다.

정책적 과제: 기후 변화보다 복잡한 ‘생물다양성’
생물다양성 정책은 탄소 배출권 거래제보다 훨씬 복잡하다. 탄소는 어디서 배출되든 지구 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이 동일하지만, 종의 가치는 '지역적 조건'에 따라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어떤 종이 사라졌을 때의 비용은 그 지역에 남은 유사 종의 수, 생태계의 취약성, 그리고 그 기능이 지역 경제에 얼마나 필수적인지에 달려 있다. 따라서 단순히 종의 수만 맞추는 '순 손실 제로(No Net Loss)' 전략은 생태계 기능의 보존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 보전 정책은 "필수적인 기능을 수행하면서 대체 종이 거의 없는 생태계"에 최우선적으로 집중되어야 한다.

결론: 지속 가능한 번영을 위한 투자
생물다양성 손실은 기후 변화와 깊이 얽혀 있는 '최우선 경제 리스크'다. 자연이 제공하는 무상의 서비스를 당연하게 여기던 시대는 끝났다. 자연을 보호하는 것은 단순한 환경 보호 운동이 아니라, 장기적인 경제적 회복력과 번영을 지키기 위한 가장 현명한 투자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정부와 투자자들은 지금 당장 생물다양성 리스크를 금융 의사결정의 핵심 요소로 통합해야 한다.
요약컨데 생물다양성은 경제의 기초 생산 요소이며, 그 손실은 아태 지역 국가들의 GDP와 금융 안정성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한다. 이제는 '자연 자본'을 평가하고 관리하는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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