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야생동물 개체수가 급감하는 위기 속에서도 유네스코(UNESCO) 지정 보호 구역 내의 생태계는 상대적으로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유네스코가 발표한 최신 보고서 유네스코 지정 지역 내 사람과 자연: 글로벌 및 지역적 기여(People and Nature in UNESCO-Designated Sites)에 따르면, 유네스코 세계유산,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지질공원을 아우르는 2,260여 곳의 네트워크가 기후 위기와 생물다양성 손실을 막는 핵심 전략 자산임이 입증됐다.
■ 전 세계 종 60%의 서식처… 탄소 흡수원 역할도 '톡톡'
보고서는 유네스코 지정 지역이 전 세계적으로 매핑된 생물 종의 60% 이상을 품고 있으며, 이 중 약 40%는 지구상에서 오직 해당 지역에서만 발견되는 고유종이라고 밝혔다. 1970년 이후 전 세계 야생동물 개체수가 73% 감소한 반면, 유네스코 보호 구역 내의 개체군은 비교적 안정적인 수치를 기록하며 생태적 탄력성을 증명했다.
또한 이들 지역은 약 240기가톤(Gt)의 탄소를 저장하고 있다. 이는 현재 전 세계 연간 배출량의 약 20년 치에 해당하는 양이다. 특히 이 구역 내 산림은 매년 전 세계 산림 탄소 흡수량의 약 15%를 담당하며 기후 조절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 인류 10%의 삶의 터전이자 '문화의 보고'
유네스코 지정 지역은 단순히 자연 보호구역에 그치지 않는다. 이곳에는 전 세계 인구의 약 10%에 해당하는 9억 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전 세계 GDP의 약 10%가 이 구역과 주변 지역에서 창출된다.
문화적 가치 또한 독보적이다. 해당 지역 내에서는 1,000개 이상의 언어가 사용되고 있으며, 전체 사이트의 4분의 1(아프리카 및 라틴 아메리카는 약 50%)이 원주민 영토와 겹쳐 있어 자연과 전통 지혜가 공존하는 살아있는 현장으로 평가받는다.
■ 2050년 '티핑 포인트' 경고… 국가적 차원 투자 시급
하지만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보고서는 전체 사이트의 약 90%가 높은 환경적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있으며, 지난 10년간 기후 관련 재해는 40%나 증가했다고 경고했다. 이대로라면 2050년까지 4곳 중 1곳이 회복 불가능한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에 도달해 빙하 소멸, 산호초 붕괴, 산림의 탄소 배출원 전락 등의 재앙이 닥칠 수 있다.
유네스코는 위기 극복을 위해 ▲생태계 복원을 통한 탄력성 강화 ▲국가별 기후 변화 대응 계획(NDC) 내 유네스코 사이트 통합 ▲원주민 및 지역 공동체와의 포괄적 거버넌스 구축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칼레드 엘-에나니(Khaled El-Enany) 유네스코 사무총장은 "이번 보고서는 우리가 이 지역들을 우선순위에 두지 않을 때 무엇을 잃게 될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긴급 호출"이라며, "유네스코 지정 지역을 단순한 보존 구역이 아닌 기후 변화에 맞설 전략적 자산으로 인식하고 투자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