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훔볼트 세계사: 自然史(자연사) 혁명’은 독일의 지리학자이자 자연과학자, 박물학자이자 탐험가인 알렉산더 폰 훔볼트의 사상을 바탕으로 세계사를 바라보는 책이다. 아울러 이 책은 아프리카, 아메리카 자연사를 인류사와 연결하여 훔볼트의 융합적 세계관을 펼치는 내용이다.
‘自然史(자연사)’와 ‘훔볼트’는 현대 한국의 초·중등학교 교과서에도, 어린이 과학위인전이나 과학탐험 동화에서도 찾기 힘들 정도로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하다.
自然史(자연사)는 자연의 역사로 동·식물이나 광물의 종류, 성질 등에 관해 과학적으로 탐구하는 학문을 말하며, 훔볼트는 독일의 지리학자이자 자연과학자, 박물학자이자 탐험가로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예술의 전 분야를 아우르는 융합적 학문을 직접 실천했던 학자이다.
훔볼트는 프로이센 귀족가문에서 태어나 정치, 경제, 언어, 문학, 수학, 지리, 과학 등 폭넓은 분야에 대한 교육을 받았고, 독일 관방주의에 의해 지질학과 광물학을 공부하여 관료가 되었다.
그러나 그는 동물학, 식물학, 지질학, 지리학, 광물학, 천문학 등 과학의 다양한 분야에 걸쳐 박식했으며, 프랑스의 식물학자인 에밀 봉플랑과 함께 1799년에서 1804년까지 약 5년에 걸쳐 아메리카 대륙을 탐험하면서 자연에 관한 치밀한 연구를 펼치고 기록하면서 다양하고 깊이있는 학문적 성과를 축적했다.
찰스 다윈이 청년 시절 그의 탐험일지를 읽고, 깊은 감명을 받아 ‘진화론’을 탄생시킨 비글호에 올랐다는 얘기는 너무 유명하다.
“自然史 탐험, 훔볼트 과학, 낭만주의를 주춧돌로 삼아, 훔볼트는 열대 아메리카 自然史를 혁명했노라.”
저자인 이종찬 열대학연구소장은 “열대 자연사는 훔볼트 과학, 식민적 문화융합, 낭만주의 예술이라는 세 차원의 유기적 네트워크를 통해 근대 공간으로 발명되었다”라며, “이것이 열대 자연사 혁명의 요체”라고 말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훔볼트의 생애를 말하면서 세계사의 다양한 주제들을 다룬다.
특히 그는 세계 최초로 노예가 주도한 혁명인 콩고-아이티 노예혁명을 이 책에서 비중 있게 다뤘다.
콩고-아이티 노예혁명은 노예들의 신앙인 보두교가 카톨릭에 의해 탄압받자 인종차별을 부르짖으며 50만 명의 노예들이 뭉쳐서 혁명을 일으킨 것으로, 이 당시 아메리카 전역에 거쳐서 독립혁명의 메아리가 울려 퍼졌다.
그러나 훔볼트를 비롯해 칸트, 괴테, 헤겔 등 당대 유럽의 최고 사상가들은 '콩고-아이티 노예혁명'을 은폐시켰다. 이 노예혁명이 프랑스혁명에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외면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아프리카 노예들이 끌려가 힘든 노동을 했던 플랜테이션(집단 농장), 노예들의 신앙인 보두교, 무서운 전염병인 황열이 삼위일체가 된 콩고-아이티 노예들의 혁명이야말로, 프랑스혁명을 추동시킨 역사적 원동력"이라고 말하며, "콩고-아이티 노예혁명의 지평에서 프랑스혁명은 혁명적으로 다시 탐구되어야 한다"고 덧붙인다.
저자는 훔볼트가 아메리카 탐험한 시기였던 18세기 조선시대에 대한 이야기도 언급했다.
표류에 휩쓸려서 제주도를 거쳐 필리핀의 로손까지 갔다왔던 우이도 홍어장수 문순득과 실학자 정약용의 만남.
외국인을 보고 열대 해양무역 네트워크의 실체를 느꼈으나 언문을 몰라 기록을 못한 문순득과 열대를 인식하지 못해 세계에 대해 배울 기회를 놓친 당대 최고의 실학자인 정약용의 대화를 통해 그 당시 안타까운 시대상황을 대변한다.
과거 쿠바의 체 게바라와 함께 앞장서서 쿠바혁명을 주도했지만 한국의 역사에선 볼 수 없는 헤로니모 임의 이야기도 볼 수 있다.
저자는 또한 훔볼트의 과학은 정확한 측정, 실용적인 지도 제작, 예술적 감성 등 세 가지 차원이 서로 유기적으로 융합됨으로써 만들어졌다고 설명한다.
훔볼트는 구대륙과 신대륙을 망라하는 방대한 과학적, 역사적 지식을 총동원하여 아메리카 자연을 측정했고, 아주 정확하고 세밀한 지도를 펴냈다. 그가 그 당시 제작한 지도는 현대의 지도와 비교했을 때, 큰 차이가 나지 않을 만큼 정확하다. 그는 과학의 탐구영역을 유럽대륙에만 한계 짓지 않고, 새로운 대륙과 미지의 공간으로까지 확장했다.
훔볼트는 풍경화가 독일의 초기 낭만주의 형성에서 중요한 위상을 차지하는 데 주목했고, ‘픽처레스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아메리카 탐험에서 마주친 역사지질학적 풍경을 1천 2백여 장의 동판화로 제작했다.
저자는 훔볼트의 위대한 학문적 성취는, 17세기 과학혁명에서는 찾을 수 없는, 열대 自然史 탐험에 기초한 식물지리학과 광물학을 근대 과학의 핵심적인 층위로 만들었다는 데 있다고 강조한다.
한편, 훔볼트는 말년에 남긴 대작 ‘코스모스’에서 “열대 식물의 재배, 열대 自然史의 풍경화, 그리고 열대가 촉발시키는 낭만주의적 언어의 힘. 자연의 상관(像觀)은 이 세 가지 힘에 의해 형성된다”고 말했다.
열대 공간은 원주민들에게 전체적인 구조가 없는 장소에 불과하다. 그 장소는 열대 특유의 다양한 식물과 숲, 강, 습지, 산, 암석, 초원, 동물들로 오밀조밀하게 짜여 있는 自然史의 망이다.
훔볼트는 이 공간을 선, 각, 숫자, 지도, 지자기로 이루어진, 근대적 공간으로 발명했는데, 이것은 수만 년간 원주민들이 호흡해 왔던 존재론적 열대와 서구적 근대에 의해 발명된 인식론적 열대의 분기점이 되었다.
그리고 이후 식민 통치의 방법은 훔볼트 과학에 기초해서 더욱 정교하게 발달하면서 그의 연구 방법론과 저술들은 그의 뜻과는 상관없이 제국주의 형성에 유용한 도구로 쓰였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자신이 내린 역사적 평가가 어떤지 질문을 던지며 이 책을 마무리한다.
클로드 레비-스트로스의 ‘슬픈 열대’로는
열대 自然史를 탐구하지 못하거늘,
“나는 생각한다, 존재한다.”의 데카르트를 넘어,
아프리카를 세계사의 바깥으로 밀어내면서
동물을 식물과 광물보다 상위의 유기체적 존재로 간주했던,
헤겔을 넘어
“나는 느낀다, 존재한다.”의 헤르더로부터
괴테의 직관적 통찰력을 통해
훔볼트의 명제 “自然史는 인류사와 공명한다.”로 이어지는,
아프리카, 아메리카 自然史와의 진정한 문화융합을 향해
‘열대 自然史혁명’을 위한 통합의 공간을 같이 만들어 나가자.
- 이종찬 -
[ 저자 소개 ]
저자 이종찬은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인문사회의학교실 교수를 역임했으며 현재는 열대학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서울대학교에서 학사와 석사학위를 받고,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하버드대학 과학사학과와 옌칭연구소, 영국 웰컴의학사연구소와 니덤연구소, 일본 준텐도대학에서 동서양 문명에 관해 탐구했다.
유럽과 일본을 여행하면서 ‘열대’가 서구 문명을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라는 점을 깨달았으며 동료 교수들과 함께 한국 최초로 열대학연구소를 설립하였다.
‘열대의 서구, 朝鮮의 열대’(2016)는 열대학의 총론에 해당하며, ‘훔볼트 세계사’는 그 각론의 첫 작품이다. 훔볼트가 탐험했던 아메리카의 멕시코시티, 아바나, 보고타, 키토, 쿠스코, 리마 등에서 현지 조사했다.
이런 작업에 이르기까지 ‘난학의 세계사’(문화체육관광부 우수학술도서, 2014), ‘파리식물원에서 데지마박물관까지’(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서 선정, 2009), ‘열대와 서구: 에덴에서 제국으로’(2009), ‘의학의 세계사’(2009)를 출간했다.
그 외 저서로는 동아시아 문명에서 의학의 위상을 탐구한 ‘동아시아 의학의 전통과 근대를 포함하여 ’한국에서 醫를 논한다‘, ’서양의학의 두 얼굴‘ 등이 있다.
[ 목차 ]
책머리에 : 왜? 훔볼트 세계사인가
감사의 글
그림 / 지도 / 표 목록
Contents for Foreign Readers
Preface for Foreign Readers
1장. 한국에서 훔볼트는 어떻게 환생하는가
왜 훔볼트인가?
열대 자연, 제국의 욕망과 충족을 위한 공간
‘홍어 장수’와 조선 실학자의 열대 인식
세계사와 세계지리의 상관성
기술과 과학의 관계
한국의 훔볼트 풍경
독일 중심적 ‘과학 영웅’ 만들기
현대 독일 문학 비평
언어의 분류와 서구 석학들의 혼돈
학문의 분수령을 넘다
환생을 위한 다섯 가지 문턱
훔볼트 세계사를 어떻게 쓸 것인가
2장. 융합 교육과 유럽 여행
어머니의 일생과 자녀 교육
광업의 낭만주의적 상상력
열대 自然史 탐험의 전환점에 서다
런던, ‘열대 식물원 네트워크’의 허브
파리, 유럽 과학의 수도
베를린식물원의 열대 용혈수
괴테의 자연 탐구
나폴레옹의 이집트학사원 설립
부르봉 왕실의 특별 여권
에스파냐의 열대 自然史 탐험대
아메리카 탐험의 목적과 측정 기구
아메리카 自然史를 둘러싼 유럽의 논쟁
3장. 콩고-아이티 노예혁명: 헤겔의 은폐
‘열대 自然史 전쟁’과 식민화의 지정학
아프리카에서 아메리카로의 디아스포라
플랜테이션 공장형 농업
왜 ‘콩고-아이티 노예혁명’이라고 부르는가
보두교, 해방과 치유의 영성
혁명과 ‘인종’에 대한 훔볼트의 인식
프랑스혁명의 역설
황열의 自然史혁명
헤겔의 침묵, 훔볼트의 비판
독일 ‘역사주의’의 발흥: 열대 自然史의 은폐
4장. 열대 아메리카 탐험과 문화융합
《열대 아메리카 여행기》의 글쓰기 전략
아바나, 18세기 대서양 최대 무역항
오리노코 강에서 전기뱀장어와 사투를 벌이다
호세 무티스의 왕립 自然史 탐험대
‘크리오요’의 정치적 독립 의지
식민적 문화융합
침보라소와 코토팍시, 훔볼트 自然史의 백미
해양공간의 ‘발명’: ‘南洋’인가 ‘태평양’인가
멕시코시티에 평생 살고 싶었다, 왜?
미국 대통령 4명에 혼신의 정열을 쏟다
5장. ‘훔볼트과학’에서 ‘열대 自然史혁명’으로
훔볼트는 과학혁명을 어떻게 이해했을까
훔볼트과학의 스펙트럼: 세 층위
멘델스존의 ‘훔볼트 칸타타’
‘열대성’: 자연의 상관
아름다움, 숭고함, 픽처레스크
훔볼트과학과 낭만주의 풍경화의 공명
공간의 제국적 시각화
괴테 풍경화에 대한 역사지질학적 도상해석
근대 공간의 발명
열대 自然史혁명의 선구자들
부록 1. 훔볼트 연보
부록 2. 훔볼트 저서 분류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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