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와 음식점에서 당연하게 제공받던 일회용 플라스틱컵을 앞으로는 돈을 내고 구매해야 하는 시대가 열린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17일 플라스틱 일회용컵 무상 제공을 금지하고 유상으로 구매하도록 하는 방안을 오는 23일 발표 예정인 '탈플라스틱 종합대책'에 담겠다고 밝혔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소비자와 판매자가 모두 불편했던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가칭 '컵 따로 계산제'로 개편하겠다"며 "컵 가격을 내재화하고 다회용컵 인센티브와 연계해 플라스틱을 감량하겠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는 카페 등 식품접객업소에서 음료를 일회용컵에 담아갈 경우 매장이 자율적으로 정한 컵값을 별도로 받는 방식이다.
이번 대책은 기존 일회용컵 보증금제와는 다른 접근 방식이다. 보증금제는 컵 구매 시 보증금 300원을 내고 반납하면 돌려받는 '소비자 환급형' 구조였다면, 유상화 방안은 아예 컵 사용 자체를 억제하는 '소비 억제형' 시장 메커니즘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문재인 정부 시절 추진돼 2022년 6월 전국 시행이 예고됐으나 소상공인 부담 논란으로 같은 해 12월 세종과 제주에서만 제한적으로 시행됐다. 이후 윤석열 정부 들어 전국 확대 계획이 사실상 중단됐고, 제주 등 시범 지역에서도 2024년 6월 컵 반환율이 44.3%로 급락하는 등 실효성 논란이 이어졌다.
김 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도 "일회용컵 보증금제만으로는 일회용컵 감량 효과가 미흡해 실질적으로 줄일 수 있는 실효적인 대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일회용 종이컵에 대해서도 규제가 강화된다. 기후부는 식품접객업소 등에서 종이컵 사용을 규모가 큰 카페부터 단계적으로 금지하기로 했다.
빨대 제공 방식도 바뀐다. 김 장관은 "플라스틱 빨대를 금지한다고 하니 종이빨대 공장이 돌아갔지만, 종이빨대는 물을 먹기 때문에 특수 코팅이 필요하고 오히려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는 분석도 많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종이든 플라스틱이든 매장 내에서는 원칙적으로 빨대를 쓰지 않도록 하고, 노약자 등 꼭 필요한 사람에게만 요청 시 제공하는 방식"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국내 일회용 플라스틱컵 사용량은 심각한 수준이다. 그린피스와 충남대 장용철 교수팀 조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민 1인당 연간 일회용 플라스틱컵 102개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7년 65개에 비해 56.9% 급증한 수치다. 국내 인구 5184만명을 기준으로 환산하면 연간 약 53억개의 플라스틱컵이 사용되고 있다.
생수 페트병 109개, 일회용 비닐봉투 533개, 일회용 플라스틱 배달용기 568개까지 합치면 1인당 연간 약 1312개, 무게로 약 19kg의 일회용 플라스틱을 사용하고 버리는 셈이다. 2020년 기준 생활계 폐기물의 약 20%가 이들 네 가지 일회용 플라스틱으로 구성된다.
정부는 이번 유상판매 제도를 통해 기업이 생산량을 줄이고 소비자는 진짜 필요한 만큼만 구매하도록 유도하겠다는 구상이다. 또한 플라스틱컵을 생산하거나 수입·판매하는 기업들에게 자체 회수 및 재활용 의무량을 부과하는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확대 적용 방안도 대책에 포함될 예정이다.
기후부는 제품의 제조부터 유통, 사용, 폐기까지 전 과정에서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설계하는 '한국형 에코디자인' 도입 방안도 이번 탈플라스틱 종합대책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김 장관은 "환경 정책 전반에 대해 필요성만 보고 제도를 만들면 생활 불편 때문에 저항이 생기고, 비난을 받으면서 정책 신뢰도가 떨어진다"며 "실현 가능성과 국민 편의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후부는 23일 탈플라스틱 종합대책 초안을 공개하고 공청회를 열어 업계와 시민사회의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이후 세부 방안을 확정해 시행 시기와 구체적인 이행 계획을 발표할 방침이다.
환경단체들은 이번 대책에 대해 환영과 우려를 동시에 나타내고 있다. 경기환경운동연합 등 8개 환경단체는 앞서 15일 "지난 3년간 후퇴한 1회용품 규제 정책을 즉각 정상화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1회용품은 가장 퇴출이 쉽고 시민적 합의가 이미 형성된 플라스틱"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토대로 플라스틱 배출량을 2030년까지 절반으로 줄이고 2050년 순환경제 완전 전환을 달성한다는 장기 목표를 세웠다. 소비자의 구매 행태뿐 아니라 컵을 생산·유통하는 기업 구조와 재활용 시장 전반이 근본적으로 바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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