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이 중부 지역을 중심으로 대규모 홍수 피해를 겪고 있다. 특히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도시인 아유타야가 심각한 침수 피해를 입으면서 주민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태국 재난예방완화국(DDPM)은 11월 중순 현재 중부와 북부 지역 17개 주에서 47만 명 이상이 홍수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사망자는 13명으로 집계됐으며, 이 중 11명이 아유타야주에서 발생했다.
태국 지리정보우주기술개발국(GISTDA)이 11일 센티넬-1C 위성으로 촬영한 영상을 분석한 결과, 침수 면적은 약 244만 라이(약 390만㎢)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반도 전체 면적의 약 1.7배에 해당하는 규모다.
침수 피해를 입은 17개 주는 아유타야, 나콘사완, 수판부리, 피칫, 수코타이, 핏사눌록, 롭부리, 나콘파톰, 차이낫, 앙통, 싱부리, 우타이타니, 캄팽펫, 웃타라딧, 논타부리, 펫차분, 파툼타니 등이다.
특히 아유타야주는 44만2519라이가 물에 잠겼으며, 104개 학교와 3개 병원이 침수 피해를 입었다. 일부 지역은 3개월 넘게 물에 잠긴 상태가 지속되면서 주민들의 생활 기반이 완전히 무너졌다.
이번 홍수는 우기 동안 내린 집중호우와 함께 열대폭풍 칼마에기의 영향으로 발생했다. 칼마에기는 필리핀과 베트남에서 수백 명의 사망자를 낸 후 11월 7일 태국 동북부 우본랏차타니주를 통해 진입했다.
태국 왕립관개국은 차오프라야댐의 방류량을 초당 2700~2900㎥로 증가시켰다. 이는 상류 지역 댐들이 저수 용량의 90%를 초과하면서 불가피한 조치였으나, 하류 지역의 침수를 악화시키는 요인이 됐다.
차오프라야강은 태국의 젖줄로 불리며, 유역 면적이 15만9000㎢에 달한다. 태국 북부에서 발원한 여러 강들이 이 강으로 합류하면서 우기에 홍수 위험이 커지는 구조적 취약점을 안고 있다.
아유타야주 세나, 방반, 팍하이 지구 주민 300여 명은 7일 정부 관계자를 만나기 위해 도로를 봉쇄하는 시위를 벌였다. 주민들은 3개월 이상 침수 상태가 지속되는 가운데 물을 다른 지역으로 우회시켜줄 것을 요구했다.
총리실 소속 파라돈 프리싸나난타쿨 장관은 현장을 방문해 주민들과 함께 클롱 카놈진 수문을 개방했다. 정부는 또한 왕립관개국과 협력해 추가 수문 개방을 통해 지역 사회의 물을 분산시키기로 했다.
방콕에서도 논타부리와 파툼타니 등 차오프라야강 인근 지역에서 국지적 침수가 발생했다. 왕립관개국 수자원관리국장 타네스 솜분은 "방콕이 물 펌프 덕분에 버티고 있다"며 "올해 물의 양은 2011년만큼 심각하지 않지만, 빗물과 북부에서 내려오는 유출수, 조수 간만의 세 가지 수원이 동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태국은 열대 몬순 기후로 인해 매년 우기마다 홍수 위험에 노출된다. 특히 평탄한 지형으로 인해 강물이 천천히 흐르고 배수가 어려워 한번 홍수가 발생하면 장기간 지속되는 특성이 있다.
2011년 7월부터 10월까지 발생한 태국 대홍수는 815명의 사망자와 465억 달러(약 60조 원)의 재산 피해를 냈다. 당시 침수 면적은 600만 헥타르에 달했으며, 수도 방콕까지 침수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인해 동남아시아에서 열대 저기압이 더욱 강력해지고 빈번해지고 있다고 경고한다. 강우량 증가와 함께 폭풍의 파괴력도 커지면서 홍수 피해가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태국 정부는 11월 말까지 홍수가 점차 완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만조 시기인 11월 중순까지는 배수가 지연되면서 산사태와 돌발 홍수 위험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당국은 17개 북부 및 동북부 주에서 산사태 위험이 있다며 주민들에게 재난예방완화국 핫라인(1784)을 통해 수위를 지속적으로 확인할 것을 당부했다.
구호 활동으로는 차오프라야강 주변 제방 강화를 위한 모래주머니 설치, 구호물품 배포, 대피소 운영 등이 진행 중이다. 타이 국왕은 5일 우타이타니주 홍수 이재민들에게 왕실 구호품을 전달하기도 했다.
부총리 탐마낫 프롬파오는 "2011년 대홍수의 재발을 막기 위한 선제적 조치가 필요하다"며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농업 피해도 심각하다. 약 37만1475라이의 논이 침수되면서 수확을 앞둔 벼가 물에 잠겼다. 일부 농민들은 4개월째 침수 상태가 지속되면서 생계 기반을 완전히 상실한 상태다.
정부는 장기간 침수 피해를 입은 주민들을 위한 추가 구호 대책을 논의 중이다. 재정 지원과 함께 지속 가능한 홍수 관리 계획 수립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한편 태국 기상청은 안다만해에서 파고 2~3m의 높은 파도가 발생하고 있다며 소형 선박의 출항을 자제할 것을 권고했다.
태국을 방문하려는 여행객들은 홍수 상황을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아유타야, 싱부리, 앙통, 차이낫 등 침수 지역 방문을 연기할 것을 권장한다. 도로 폐쇄와 교통 혼란이 계속되고 있어 안전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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