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행정부가 단 일주일 만에 미국의 핵심 환경보호 제도를 근본적으로 뒤바꿀 수 있는 조치들을 잇달아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희귀 고래의 생존부터 허드슨강 수질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경고가 제기된다.
버몬트 로스쿨 기후정책연구소의 패트 패런토 (Parenteau) 선임연구원은 “이번 주는 미국 환경정책에 있어 최악의 한 주였다”며 “법원이 막지 못한다면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11월 24일 월요일: 청정수질법 대폭 축소… 최대 5,500만 에이커 습지 보호 사라질 수도
주초, 미 환경보호청(EPA)은 청정수질법(Clean Water Act)의 적용 범위를 대폭 축소하는 규정을 공개했다.
1972년 제정된 이 법은 ‘미국의 모든 수역 (waters of the United States)’을 오염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 골자지만, 이번 개정안은 수백만 에이커의 습지와 계류 (streams)를 보호 대상에서 제외시킨다.
자연자원보호협의회 (NRDC)는 “전국 습지의 약 85%에 달하는 5,500만 에이커가 연방 보호에서 제외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공화당의 신시아 루미스 상원의원은 “소규모 개울이나 웅덩이까지 정부 규제를 받는 것은 과도하다”며 농가·토지 소유자의 규제 완화를 환영했다.
11월 26일 수요일: 멸종위기종법 개정… 경제적 손실 고려 허용
이틀 뒤, 미 어류·야생동물국(FWS)과 해양수산국(NMFS)은 멸종위기종법(ESA) 적용 기준을 완화하는 개편안을 발표했다.
핵심은 멸종위기종 지정 시 경제적 비용을 고려할 수 있게 하고
보호지역 지정 시 산업계 피해를 평가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는 “과학적 근거만을 기준으로 보호 여부를 결정한다”는 기존 원칙을 흔드는 조치다. 하버드대 환경법 전문가 앤드루 머겐은 “대중이 주목하지 못한 사이, 멸종위기종의 미래가 위태로워졌다”며 “작은 누적 피해가 ‘천 개의 작은 칼날’처럼 종을 멸종으로 이끌 것”이라고 우려했다.
11월 27일 목요일: 13억 에이커 해역 신규 석유·가스 시추 허용 추진
지난달 27일 목요일에는 미 내무부가 1.27억 11월 26일에이커 (약 510만 km²)에 달하는 연방 해역에서 최대 34건의 신규 시추 임대 (lease sale)를 허용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미국 전체 면적의 절반이 넘는 규모로, 캘리포니아 연안 6건, 멕시코만 7건, 알래스카 연안 및 북극해 21건이 포함된다.
알래스카 북극해 지역은 그동안 단 한 번도 시추가 이뤄지지 않았던 곳으로, 이번 발표는 전례 없는 조치다.
오일·가스 업계는 멕시코만에서의 시추 기회 확대를 가장 환영했다. 해양시추협회(NOIA)의 에릭 밀리토 회장은 “멕시코만은 인프라, 노동력, 전문성이 이미 갖춰져 가장 생산적인 지역”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환경단체는 멕시코만에만 서식하는 라이스고래 (Rice’s whale)의 절멸 위험을 강하게 경고하고 있다. 2010년 BP 기름 유출 사고 이후 약 22% 감소해 현재 개체수는 100마리 미만으로 추정된다. 천연자원보호위원회(NRDC)는 “추가 시추와 지진 탐사 소음은 라이스고래에 치명적”이라고 밝혔다.
급류처럼 진행된 규제 완화… “UN 기후정상회의와 무관”
이번 조치들은 미국이 30년 만에 처음으로 국제연합(UN) 기후정상회의(COP)에 불참한 시점과 겹쳤다.
백악관은 “시기적 일치는 우연일 뿐”이라며 회의 불참과 환경 규제 완화를 연결짓는 해석을 부인했다.
백악관 대변인 테일러 로저스는 “트럼프 대통령은 기후운동가의 ‘세기적 사기극’에 휘둘리지 않는다”며 “이번 주 발표는 미국 에너지 지배력(American energy dominance)을 강화하는 역사적 조치”라고 주장했다.
산업계는 일제히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미국 제조업협회(NAM) 정책부사장 크리스 팔렌은 “이번 조치는 에너지·제조업 우위를 회복하기 위한 대통령의 약속을 이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규제 완화는 최대 2년 후 시행… 치열한 법적 공방 예고
행정절차에 따라 이번 개편안이 최종 확정되기까지 최대 2년이 소요될 수 있으며, 그 사이 환경단체의 소송이 이어질 전망이다.
EPA 국장 리 젤딘 (Lee Zeldin)은 “우리는 선거 결과가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는 ‘지속 가능한 규제’를 만들 것”이라며 “2025년은 역사상 가장 많은 환경 규제 완화가 이뤄지는 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젤딘 국장은 한 보수 성향 팟캐스트에서 “우리는 다른 행정부가 수십 년에 걸쳐 모든 기관을 총동원해도 하지 못한 만큼의 규제 철폐를 한 해 안에 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법 전문가들 “환경·생태·기후에 장기적 타격 우려”
전문가들은 이번 주 발표된 3대 조치가 모두 법정에서 저지되지 않는다면 미국의 환경정책이 오랜 기간 후퇴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청정수질법 약화 → 수질 악화 및 홍수 위험 증가
▷멸종위기종법 완화 → 보호종 회복 지연 및 서식지 파괴
▷해양시추 확대 → 고래·해양포유류·해양생태계 전반에 위협
패런토 교수는 “이번 조치는 미국 생태계 전반에 되돌릴 수 없는 상처를 남길 것”이라며 “오는 수년간 환경정책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을 수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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