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발적 탄소시장(VCM·Voluntary Carbon Market)의 최대 인증기관으로 꼽히는 베라(Verra)가 기후금융 시장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Verra가 운영하는 VCS(Verified Carbon Standard) 프로그램은 전 세계 기업들의 탄소중립(Net-Zero) 전략에서 가장 널리 활용되는 국제 탄소배출권 인증 체계 중 하나로 평가된다.
Verra가 인증해 발행하는 탄소배출권은 ‘VCU(Verified Carbon Unit)’로 불린다. 이는 특정 프로젝트가 실제로 온실가스를 감축하거나 제거했다는 사실을 검증받은 뒤 발행되는 자발적 탄소배출권이다. 글로벌 기업들은 이를 구매해 자사의 탄소배출을 상쇄하는 방식으로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활용하고 있다.
Verra는 단순 인증기관 역할을 넘어 탄소배출권의 생성부터 거래, 폐기(상쇄)까지 전 과정을 관리하는 레지스트리(Registry)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동일한 탄소감축 효과가 중복 계산되는 ‘이중 계산(Double Counting)’ 문제를 방지하고, 시장의 투명성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Verra Registry는 국제 자발적 탄소시장에서 사실상 표준 플랫폼으로 기능하고 있으며, 다양한 금융기관과 거래소가 이를 기반으로 탄소 크레딧 거래를 확대하고 있다. 실제로 VCUs는 CME Group 산하 CBL(Carbon Blockchain & Exchange) 등 글로벌 탄소거래 플랫폼에서도 거래되고 있다.
현재 Verra 인증 프로젝트는 산림 보전(REDD+), 재생에너지, 메탄 감축, 탄소 포집·저장(CCS), 블루카본, 토양 탄소 저장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석탄화력발전소 조기 폐쇄 프로젝트와 천연가스 처리시설 CCS 프로젝트 등 새로운 유형의 감축 방법론(Methodology)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이는 기존의 단순 재생에너지 중심 탄소시장 구조에서 벗어나 산업 전환과 직접 탄소 제거(Carbon Dioxide Removal·CDR) 분야까지 시장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Verra 인증의 핵심은 ‘추가성(Additionality)’ 검증에 있다. 즉 해당 프로젝트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탄소 감축이 실제로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는 의미다. 탄소시장의 신뢰성은 결국 “실제로 감축이 이뤄졌는가”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Verra를 둘러싼 논란도 확대되고 있다.
2023년 국제 조사보도와 학술 분석에서는 Verra가 인증한 일부 열대우림 보호(REDD+) 프로젝트의 탄소 감축 효과가 과장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일부 프로젝트는 실제 산림 훼손 위험이 낮았음에도 지나치게 많은 탄소배출권을 발행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특히 브라질에서는 일부 탄소 프로젝트와 관련해 불법 벌목 및 환경 훼손 논란이 발생하면서 법적 대응까지 이어지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특정 프로젝트가 지역사회와 생태계 보호에 실질적으로 기여했는지에 대한 재검증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같은 논란은 자발적 탄소시장 전체의 신뢰성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기업들이 넷제로 목표를 선언하며 대규모 탄소상쇄 크레딧을 구매하고 있지만, 실제 감축 효과가 불확실할 경우 ‘그린워싱(Greenwashing)’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 기업들과 금융기관들은 단순히 “Verra 인증 여부”만 확인하는 수준을 넘어 개별 프로젝트의 품질과 실제 감축 효과를 더욱 엄격하게 검토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특히 ▲감축량 산정 방식 ▲추가성 입증 ▲장기 저장 가능성 ▲생물다양성 영향 ▲지역사회 기여도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Verra 역시 신뢰 회복을 위해 인증 기준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VCS 표준 버전(v4.5 등)을 업데이트하며 프로젝트 검증 절차를 보다 엄격하게 개편하고, 데이터 투명성과 외부 감시 체계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 중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자발적 탄소시장이 지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크레딧 거래 확대보다 ‘고품질 탄소감축’에 대한 신뢰 확보가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유럽연합(EU)의 탄소제거 인증체계(CRCF), 국제탄소시장무결성협의회(ICVCM)의 핵심탄소원칙(CCPs) 등 글로벌 규제와 표준화 움직임이 강화되면서, Verra 역시 보다 엄격한 국제 기준과 시장 감시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자발적 탄소시장의 미래는 얼마나 많은 크레딧을 발행하느냐보다, 실제로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 탄소 감축 효과를 입증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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