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곳곳의 항구는 기후 변화 및 연안 개발과 관련된 환경 문제의 최전선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를 위해 기후에 탄력적인 인프라를 조성하고 구축하기 위해 항구는 의무적으로 업계 표준을 넘어서는 혁신적인 기술과 설계를 위해 새로운 고려사항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최근 몇 년 동안 재래식 콘크리트 대신 자연 기반의 구조물 솔루션을 항만 인프라 설계에 통합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10월 31일자 발행 토목분야 국제전문지 '시빌 엔지니어링(Civil Engineering)'에 따르면, 자연 기반의 프로세스와 엔지니어링 기술을 사용해 항만의 '생태 발자국(ecological footprint)'을 줄이기 위한 솔루션이 미국 샌디에고 항구를 중심으로 현실화되고 있다.
지난 2019년 '청색경제 인큐베이터 프로그램(Blue Economy Incubator Program)'의 일환으로 미국 샌디에고 항만청은 생태분야 청색기술 전문기업인 '에콘크리트(ECOncrete)'사와 함께 탄소배출 주범으로 지적받는 기존 콘크리트 기반의 해안 및 해양 인프라 대신, 친환경 바이오 강화 콘크리트를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한 바 있다. 이 프로젝트의 주요 목표는 샌디에고 국제공항에 인접한 하버 아일랜드(Harbor Island)의 침식을 방지하는 소위 '립랩 아머(riprap armorㆍ암석 갑옷)'의 생태학적 개선을 위한 접근 방식을 개발하는 것으로, 천연 암반 웅덩이 구조를 모방하여 풍부한 생물다양성에 유리한 환경을 제공하는 지역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었다.
하버 아일랜드는 1960년대 초 항구 준설 과정에서 나온 자재로 만든 인공 반도로 되어 있다. 2마일 길이의 이 섬은 공항에서 하버 드라이브(Harbor Drive) 도로 바로 건너편에 위치하고 있으며, 저층 및 중층 건물 몇 채와 본토와 연결되는 도로가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으로 이어져 있다. 샌디에고 항만청이 토지를 소유하고 지자체 서비스를 제공한다.
'코스탈록(CoastaLockㆍ이하 CL)'으로 알려진 최초의 건설적인 생태 친화형 콘크리트 장갑(armor) 구조물은 해양 생물학자, 산업 디자이너 및 엔지니어로 구성된 다양한 분야의 연구팀이 공동 작업을 통해 개발됐다. 이 구조물의 크기는 길이 약 1.65미터, 깊이 1.5미터, 높이 1.25미터이다. 각 구조물 내부의 비어있는 중앙 계단식 공간은 해양생물용 서식지로 이용 가능한 공간을 제공하며, 연동(interlocking) 시스템을 통해 구조물을 다양한 방향으로 배치할 수 있다.
이 연동식 다방향 구조물 시스템은 해안선 안정화를 위한 기존의 장갑층을 대체하거나 보완하기 위해 방파제, 립랩 및 호안(revetment)을 통합하는 데 필요한 구조 및 해안 공학적 요구사항을 충족하도록 설계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요건을 충족하는 동시에 해양 생물과 지역 생태계 복원을 촉진하고 모든 형태의 해안 및 해양 인프라를 설계할 때 엔지니어가 토착종 해양 서식지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제고함으로써 생태학적 이점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CL 구조물과 연동 시스템의 설계는 일반적인 해안선 보호 방법과 장비를 사용하여 기동하고 설치할 수 있도록 대량의 콘크리트 구조물의 인양, 취급, 보관, 운송, 설치 및 안정화와 같은 운영 측면을 고려했다.
초기 설계는 델프트공과대(Delft University of Technology)의 유압 공학 연구실과 협력하여 물리적 모델링을 통해 평가되었으며, 2D 물리적 모델 테스트를 통해 CL 구조물의 수력학적(hydraulic) 안정성을 조사했다. 물 보유 요소를 포함하고 다양한 서식지를 조성할 수 있는 다방향 설계를 통해 해안 및 해양 인프라에서 일반적으로 누락된 중요한 서식지를 추가할 수 있도록 고려했다. 다각적인 설계를 통해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갯벌, 구멍, 돌출부를 모방함으로써 기존의 립랩에 비해 외래종과 토착종의 비율이 낮아져 지역 종의 구성이 더욱 풍부하고 다양해지며 자연스러운 커뮤니티로 성장할 수 있도록 했다.
2021년 3월, 에콘크리트사는 이전의 해안가 립랩 장갑 보호 시설 때문에 서식지 가치가 제한적이었던 항구 쪽 하버 아일랜드에 첫 번째 CL 설치를 완료했다.
이 설치에는 해안선 23미터 길이의 구간 2개를 따라 4열로 연장된 장갑을 갖춘 74개의 구조물이 투입됐다. 위쪽 세 줄은 자연 조수 웅덩이를 모방해서 배치하고 아래쪽 줄은 동굴 서식지를 만들기 위해 옆으로 회전시켰다. 샌디에고 항만과 에콘크리트는 시스템의 생태 및 구조적 성능을 평가하기 위해 2년 동안 이 프로젝트의 효과를 모니터링했다.
그 결과, 수십 년 동안 방치되어 대조 암석으로 간주되는 60~300kg의 립랩 돌과 비교하여 생물종의 풍부도가 증가하는 추세를 발견했다. 또한 유기물과 무기물 모두에서 대조 암석에 비해 CL 구조물에서 훨씬 더 높은 바이오매스(biomass)의 축적이 발견되었다.
CL 내부 공간은 립랩 암석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물 보유 서식지를 구성하고 있다. 이와 같은 새로운 서식지 덕분에 여러 종의 해조류와 무척추동물이 유입되어 다양한 해양 공간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CL은 생태계 엔지니어를 비롯한 지표종, 핵심종(keystone species)과 같은 종들이 마음놓고 번성하는 연결망 역할을 함으로써 생태계를 개선시켜 주고 있다.
그리고 CL 구조물은 물리적 설계 외에도 에콘크리트사의 어드믹스(admix) 혼합물과 표면 질감을 위한 텍스처 에이전트(texture agents), 폼 라이너(form liner) 및 거푸집을 사용하여 생산되었다. 이 기술은 생태 공학 및 자연을 포용하는 설계 원칙에 입각하여 해안 및 해양 인프라의 구조적, 생태적 특성을 향상시켜 준다. 콘크리트의 구성, 표면 질감, 전체적인 매크로 디자인이라는 세 가지 핵심 요소의 조합을 통해 자연 그대로의 해양 서식지를 모방해 해안 및 해양 인프라 제품이 탄생하게 되어 강력하고 건강한 생태계를 지원하고 해안 개발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을 줄이게 됐다. 이는 디자이너가 혁신적인 기술과 소재를 사용하여 현재의 기후변화 문제에 맞설 수 있는 설계와 인프라를 조성할 수 있다는 증거가 된다.
이 프로젝트는 미국토목공학원(ASCE) 샌디에고 지부로부터 인정을 받아 2022년 우수 공항 및 항만 프로젝트상, 디자인 교육상, 그리고 2022년 에너지 글로브 내셔널 어워드 등을 수상했다.
서해, 남해, 동해 어디를 가도 아름다운 우리나라의 해안과 항구에도 이러한 혁신적인 생태 보전 구조물이 설치된다면 건강한 생태계를 유지하는 지속가능한 한반도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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