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ㆍ김한아 변호사/칼럼니스트, ESG청색기술포럼 회원
필수재 중 필수재는 과연 무엇일까. 에너지일 것이다. 가령 사람은 밥을 먹어야 에너지가 공급되어 살아갈 수 있다. 자동차로 이동하려면 휘발유나 경유를 넣어줘야 한다. 추운 겨울에 난방을 하기 위해서도 기름이나 가스를 공급하여 보일러를 돌려야 한다. 스마트폰도 전기로 충전을 해야 쓸 수 있다. 전기를 만들기 위해 발전소에서는 석탄, 가스 등 화석연료를 사용한다. 요컨대, 식량과 화석연료는 인류 삶의 핵심 필수재이다. 문제는 화석연료의 사용증가로 대기 중에 탄소가 많아져 '지구온난화(Global Warming)' 현상이 발생했고 이제는 온난화를 넘어 '끓는 지구(Global Boiling)'로 악화되어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가 공멸할 수도 있는 위기에 처하였다는 것이다.
필자의 남편 폴(Paul)은 세계적인 전기 에너지 전문가로서 늘 엔지니어임을 자랑스러워하는 영국 남자다(시아버지도 전기 엔지니어셨다). 이 영국 남자는 늘 필자에게 전기 에너지와 관련한 수많은 지식들을 자상하게 가르쳐 준다. 폭우, 폭설, 폭염, 폭한 등 극단적 이상기후현상이 극심해져가던 최근 5년간 이 영국남자신랑은 필자에게 수시로 “넷제로(Net-Zero)”에 대해 언급했다. 넷제로는 탄소중립을 말한다. 그리고 탄소는 기후변화의 주범이다.
무식했던 필자는 처음에는 ‘도대체 전기 에너지 기술자와 탄소가 무슨 관계란 말인가’라고 생각했었다. 폴은 언제나와 같이 자상하게 설명해주었다. 자동차든 보일러든 모두 기존의 화석연료 대신 탄소배출이 없는 전력, 즉 전기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으로 변경하고, 전기 에너지를 만들 때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석유, 석탄, 가스 등 기존 화석연료 대신 탄소배출이 없거나 현저히 적은 풍력, 수력, 태양력(태양광, 태양열), 지열, 조력 등 재생가능에너지나 수소 에너지와 같은 신재생에너지, 그리고 원자력 등의 에너지원을 사용하는 것으로 교체하자는 기조가 에너지 부문에서의 넷제로 전략이라는 것이라고 말이다.
쉽게 얘기하자면, 전기만드는데 탄소가 많이 배출되었는데 그 이유가 화석연료를 사용해서 그런 것이니 탄소 배출이 없거나 적은 비화석연료를 써서 전기를 만들자는 것이다. 그리고 화석연료를 직접 사용하는 자동차나 보일러 등 난방에서도 탄소가 많이 배출되는데 이 역시 전기에너지를 사용하는 자동차(전기차)와 보일러 등 난방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삶의 필수재 중의 필수재인 에너지와 관련하여 국제사회 전체가 이런 시대로 변해가고 있는 마당인데 전기차 공장이 아니라 내연기관차 공장을 더 짓는 것, 혹은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짓는 것이 아니라 주유소를 더 짓는 것, 전장부품과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아니라 내연기관차 정비사를 양성하는 것은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것이 된다. 이미 각 세대로 개별 상수도가 들어왔는데 마을 공동 빨래터 우물을 더 만들겠다는 정책을 짜고 예산을 집행하는 우를 범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폴의 나라 영국은 창의력이 뛰어나고 세상의 스탠다드와 룰을 선제적으로 셋팅하여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탁월한 나라다. 한 예로 국제 금융, 파이낸스만 봐도 그렇다. 즉, 요즘 용어로 '플랫폼', 무형적 플랫폼을 선제적으로 만들어 다른 나라들도 다 쓸 수밖에 없게 하는 나라다. 이에 비록 유형의 엠파이어(즉, 대영제국)는 사라졌어도 무형의 엠파이어는 아직도 곳곳에서 여전한 것 같다는 생각을 늘 갖게 하는 나라다. 탄소중립 역시 마찬가지다. 최초로 탄소중립선언을 한 나라 역시 바로 영국이다(2019년).
이런 영국 출신 에너지 전문가 폴은 얼마전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을 이끌어내는데 결정적인 공헌을 한 존경하는 반기문 前 유엔 사무총장님과 함께 신년 저녁 식사를 하며 에너지와 탄소중립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필자에게는 살아있는 전설이신 존경하는 반총장님으로부터 기후변화와 관련한 그 열정 가득한 신념을 사적으로 오랜 시간 직접 듣게 된 인상 깊은 날이자 반총장님으로부터 친필사인도 직접 받은 날이 되어 여러모로 감사한 날이 되었다.
《 2편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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