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서 가장 강인한 생명체 중 하나인 완보동물(緩步動物ㆍtardigrade)은 물곰(water bear) 또는 곰벌레라고 불리는 데, 1777년 이탈리아의 생물학자 라차노 스팔란차니는 이 녀석을 '느리게 걷는 것들'이라는 뜻의 'Tardigrada(완보동물)'라고 명명했다.
그런데 최근 과학자들이 완보동물이 극심한 스트레스에 직면했을 때 무적에 가까운 은폐막을 치는 희귀한 능력을 갖게 하는 정확한 분자 메커니즘을 처음으로 밝혀냈다.
다리가 8개인 이 수생 무척추동물은 극심한 더위와 추위, 건조한 환경을 견딜 수 있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미생물에 불과한 이 녀석은 원래 크기의 3분의 1로 줄어들고 공 모양으로 말려 들어가는 가사 상태에 빠져 동면 상태에 들어간다. 신진대사가 극도로 느려지는 이 휴면 상태, 즉 무수생물의 한 형태인 이 동물은 오랜 기간 동안 살다가 스스로를 보호하는 동면에서 깨어나 정상적인 활동을 재개할 수가 있다.
이전 연구에서 이러한 정지 상태의 애니메이션을 가능하게 하는 생물학적 과정을 밝혀냈지만, 무엇이 이 상태를 유발하는지는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었다.
그러나 21일 비영리 공공과학도서관(PLOS: Public Library of Science) 역할을 하는 'PLOS One' 저널이 최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와 마샬대학 연구진이 이끄는 연구팀이 완보동물의 변화를 시작하는 분자 스위치를 파악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완보동물의 한 종(種)인 '히시비우스 예마라리스(Hypsibius exemplaris)'를 영하 80°C의 극한 온도와, 높은 과산화수소 농도, 강한 소금과 설탕 용액에 노출시켜 변태를 유발시키자 아미노산 시스테인(cysteine)에 내장된 분자 센서가 동물이 필요에 따라 이 상태를 켜고 끄는 능력의 핵심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극한의 조건에서 완보동물은 세포 내부에 유리기(遊離基ㆍfree radical), 즉 산소 원자나 분자가 축적되어 다른 원자로부터 전자를 훔치는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고농도의 유리기는 많은 산화 스트레스를 유발하지만, 완보동물에게는 무산소증을 유발하는 방아쇠 역할을 한다.
환경이 더 우호적인 조건으로 돌아오자 이 과정은 역전됐고, 완보동물은 원래의 완전한 기능 상태로 돌아가도 무방하다는 분자 메시지를 받았다.
그러나 연구진이 시스테인을 차단했을 때, 이 녀석들은 생명을 구하는 휴면 상태에 들어갈 수 없었으며, 산소 유리기와 이러한 아미노산 '스위치' 조합 사이의 중요한 상호 작용이 드러났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우리는 완보동물의 생존이 가역적으로 산화된 시스테인이 고도로 조절된 방식으로 생존 상태로의 진입과 출현을 조정하는 데 의존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성과를 결론냈다.
이처럼 완보동물의 신체 메커니즘에서 영감을 얻는 청색기술을 활용하면 극한 환경에서의 보관, 포장 기술은 물론 스트레스 극복과 생명 연장까지도 가능해지지 않을까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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