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농업 토양을 활용한 탄소 격리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정작 현장 농민들에게는 경제적 유인이 부족하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특히 이탈리아의 주요 작물인 블러드 오렌지 농가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재생농업 전환이 오히려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나 정책적 보완이 시급한 실정이다.
재생농업의 환경적 가치와 경제적 현실의 괴리
최근 발표된 기술·경제성 분석 연구에 따르면, 시트러스(감귤류) 과수원은 재생농업 관행을 도입할 경우 탄소 흡수원으로서 높은 잠재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재생농업은 화학 비료 사용을 줄이고 토양의 생태적 기능을 회복시켜 대기 중 탄소를 토양에 가둠으로써 탄소 시장에서 수익화할 수 있는 '탄소 크레딧'을 생성한다.
하지만 연구팀이 이탈리아 블러드 오렌지 농가를 대상으로 세 가지 시나리오(▲현행 유지 ▲자발적 탄소 시장 참여 ▲의무적 탄소 시장 참여)를 분석한 결과, 재생농업을 채택한 농가는 어떤 시나리오에서도 기존 관행 농법보다 수익성이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높은 진입 장벽과 구조적 한계
탄소 시장은 기후 변화 완화를 위한 유망한 도구임에도 불구하고, 유럽 남부 농업의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연구는 특히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꼽았다.
▲ 높은 진입 장벽: 소규모 및 중소형 농가가 탄소 시장에 참여하기 위해 필요한 인증 비용과 모니터링 절차가 지나치게 복잡하고 비싸다.
▲ 낮은 탄소 가격: 현재 형성된 탄소 가격이 재생농업 전환에 따른 생산량 감소나 추가 비용을 상쇄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구조적 부적합성: 대규모 단일 경작지 중심의 탄소 거래 모델이 이탈리아와 같은 남유럽의 파편화된 농지 구조에는 적합하지 않다.
"탄소 가격 넘어 '친환경 프리미엄' 정책 뒷받침돼야"
보고서는 탄소 시장이 실질적인 기후 대응책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배출권 거래를 넘어선 다각도의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선, 남유럽 농업의 구조적 특성에 맞춘 탄소 시장의 유연한 설계가 요구된다. 무엇보다 환경 보호에 기여한 농민들의 노력을 보상할 수 있도록 '저탄소 농산물에 대한 프리미엄 가격 책정'이 핵심 과제로 제시되었다. 소비자와 시장이 환경 친화적 제품의 가치를 인정하고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할 수 있는 유통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탄소중립은 농민의 희생만으로는 달성할 수 없다"며, "환경적 가치가 경제적 이익으로 직결될 수 있는 실질적인 인센티브 체계가 마련되어야 유럽의 기후 야심이 현장에서 실현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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