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1일자 인터넷 매체 《조선에듀(Chosunedu》에 실린 매우 흥미롭고 의미 있는 기사가 눈길을 끌고 있다.
바로 서울 도곡동에 위치한 ‘책읽기와 글쓰기 리딩엠’ 도곡교육센터의 이주영 원장이 은유적 사고의 습관화를 강조하면서 '청색기술'을 언급한 내용 때문이다. 우리가 청소년 학창시절 음악 시간에 열심히 배우고 노래 불렀던 시 “내 마음은 호수요 그대 노 저어 오오~” 구절을 예로 들며 설명한 이 원장의 의미심장한 은유의 글이 가슴에 와 닿는다.
매년 10월은 노벨상의 계절이다. 10월 초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화학상, 평화상, 경제학상, 문학상 수상자 발표에 이어서 분야별 수상자가 가려진다. 해마다 미국, 영국, 독일, 일본, 중국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는 수상자가 다수 배출되는 반면, 우리나라는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이후 단 한 명의 수상자도 배출하지 못했다.
노벨상 수상자가 발표될 때마다 언론은 왜 우리나라는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하는지, 여러 시스템적 한계에 관해 분주하게 분석하고 관련 정책의 필요성을 제시한다. 이에 필자는 책읽기와 글쓰기 지도 교사로서 방안을 제시해 보겠다. 물론 수상자 배출 방법이 아닌 ‘발명이나 발견을 통해 실질적인 인류 복지에 기여한 인물’을 육성하기 위한 방안에 방점을 찍고서 말이다. 그 해답은 바로 ‘은유적 사고’에 있다.
“내 마음은 호수요 그대 노 저어 오오.”
학창 시절 마르고 닳도록 배웠던 ‘원관념 A는 보조관념 B’라는 형태의 은유법을 활용한 김동명 시인의 ‘내 마음은 호수’의 한 구절이다. 중학생들과 해당 구절을 다룬다면 은유법의 특징, 직유법과의 차이, 은유법의 효과, 은유법을 활용한 다른 시들에 관해 학습한 뒤 문제의 요구사항에 맞게 선택지에서 정답을 가르거나 서술하도록 지도할 것이다.
초등학생들을 지도할 때는 내 마음과 호수 사이에 어떤 관련이 있을까? 내 마음이 도대체 왜 호수일까? 어떻게 그대가 노를 저어 올 수 있을까? 등 여러 후속 질문을 주고받으며 생각을 확장해 나아갈 것이다. 나아가 직접 은유적 표현도 만들어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초등학생들이 은유법을 이해하기도, 직접 은유적 표현을 활용해 문장을 만들기도 쉽지 않다. 따라서 먼저 보조관념의 특징들을 다양하게 파악한다. 예를 들어 호수는 잔잔하고 깊다, 넓다, 많은 생명체를 품고 있다는 특징들을 도출할 수 있겠다. 이어서 마음과 호수를 연계해 공통점을 헤아린다. 내 마음은 호수처럼 잔잔하다, 내 마음은 호수처럼 깊다, 내 마음은 호수처럼 넓다, 내 마음은 호수처럼 넉넉하다 등과 같이 직유법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이어서 그대가 노 저어 오기 위해서는 내 마음이 호수처럼 잔잔해야 한다는 점, 결론적으로 내 마음은 잔잔한 호수라는 점을 연계해 생각해 볼 수 있다.
현장에서 초등 1학년 학생들에게 눈, 여름, 팥빙수 각각을 은유법으로 표현하도록 지도했다. 그러자 저마다 눈은 하얗다, 여름은 덥다, 팥빙수는 달콤하다 등 해당 어휘를 설명하는 선에 머물렀다. 눈, 여름, 팥빙수라는 원관념과 연계해 표현할 수 있는 보조관념을 직관적으로 파악해 눈은 포근한 이불, 여름은 뜨거운 화산, 팥빙수는 차가운 빙하 등 은유적으로 표현하도록 이끌기란 쉽지 않다. 주변의 여러 대상을 소환한 뒤 유사성을 발견해 조합하고 유추해야만 가능한 고차원적 사고 과정인 셈이다.
덴마크의 물리학자 ‘보어’(1885~1962)는 원자 구조를 설명하는 보어 모형의 아이디어를 태양계에서 착안했다. 독일의 화학자 케쿨레(1829~1896)는 벤젠의 분자식을 ‘꼬리를 물고 있는 뱀(우로보로스)’에서 착안했다. 누구도 생각해내지 못했던 새로운 연결을 통해 기존에 있던 생각이나 개념을 새롭게 조합하고 효용성을 발견해 낸 결과다. 이렇듯 은유는 단순히 수사법으로서만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고차원적 사고 과정을 반영한다.
은유적 사고는 유추, 즉 유비추리와도 연결된다. 유비추리는 주어진 두 사물의 관계를 파악하고 그 관계를 다른 사물 사이에서 발견하는 과정이다. 유추를 활용하면 유용한 발명품을 개발하거나 새로운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 옛날 중국의 노반이라는 목수는 산에 나무를 베러 갔다가 끝이 뾰족뾰족하고 예리한 모양의 풀잎에 손가락을 다친 뒤 유추의 과정을 거쳐 풀잎의 모양을 본뜬 톱을 만들었다. 영국의 물리학자 뉴턴(1643~1727)이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만유인력에 관해 생각해 낸 것 역시 유추의 과정이다.
동식물에서 영감을 얻거나 특질을 모방해 개발하는 기술을 '청색기술'이라고 한다. 어린이들에게 물체의 표면에 달라붙을 때 특정 단백질을 활용하는 홍합, 뛰어난 탄성을 지녀 형태를 자유롭게 변형하는 말미잘, 해조류의 미끈거리는 성분 등 여러 특질을 알려준 뒤 유비추리 과정을 통해 어떤 발명품을 개발할 수 있을지 생각하도록 이끄는 것도 사고력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다.
다시 ‘내 마음은 호수’로 돌아가 보자. 은유를 가장 잘 활용한 분야는 시다. 시를 읽으면 전혀 연계성이 없을 것만 같았던 단어들의 조합을 발견해 대상을 새롭게 해석하면서 자연스럽게 창의력도 향상된다. 직접 은유적 표현을 활용한 시를 써 보는 것도 좋겠다. 기초과학에 대한 긴 안목의 장기적 지원 역시 중요하지만, 미래의 과학자들이 어릴 적부터 일상에서 은유적으로 사고하고 표현하는 방법을 체화하도록 이끄는 것은 어떨까?
자연 속에 살고 있는 생물로부터 영감을 얻거나 모방하여 산업화 함으로써 우리의 삶에 도움을 주는 청색기술이야 말로 은유적 사고를 지속 가능하게 해주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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