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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색경제

[책방] 자연의 악...물질과 문명의 역사로 바라본 미래교훈서

천연자원의 물질적·문화적·정치적 삶을 파헤친 보물창고 기후재앙의 위협은 인류의 전 지구적 문제 및 공동관심사

자연의 악: 천연자원의 문화사 | 알렉산드르 옛킨트 저자(글) · 김홍옥 번역 | 에코리브르 · 2023년 10월 30일 | 552쪽
자연의 악: 천연자원의 문화사 | 알렉산드르 옛킨트 저자(글) · 김홍옥 번역 | 에코리브르 · 2023년 10월 30일 | 552쪽

이 책은 대마·석탄·밀 같은 천연자원의 토대 위에 구축된 문화적·경제적·역사적 제도들을 탐구한다. 역사 속에서 인간이 천연자원을 어떻게 획득해 이용하고 가치를 부여하며, 그것을 개발하고 거래하는지를 파헤친다.

저자인 알렉산드르 옛킨트의 통찰력과 유익한 정보가 가득한 이 책을 통해 물질의 역사와 관념의 역사를 생생하게 볼 수 있고, 문명의 개념과 그 기원 및 미래에 대해 다시금 곰곰이 생각해볼 수 있다.

자연은 ‘공짜’가 아니다

천연자원의 문화사: 아래로부터의 역사

곡물 한 자루, 목화 한 가마니, 석유 한 배럴 등 모든 자원은 저만의 행위주체성을 띤다.

자원의 역사는 더 이상 내려갈 곳 없는 진정한 아래로부터의 역사이며, 저만의 고유한 행위주체성으로 가득 차 있다.

이 책은 더없이 다양한 천연자원을 본격적으로 다루면서 지상에서부터 국가로, 즉 아래로부터 위로, 그것들의 경제적·문화적·정치적 삶을 탐구한다.

아래로부터 위로의 이동에서는 저마다 다음 4단계를 거친다. ▲첫째, 원자재의 고유한 특성을 살펴본다. ▲둘째, 요구되는 노동의 세부사항을 규정하는 그 가공법을 확인한다. ▲셋째, 노동을 조직하고 이 원자재로부터 수익을 창출하는 제도에 관심을 기울인다. ▲넷째, 주어진 자원에 의존하는 국가의 정치적 특색을 다룬다.

가이아의 반격: 자연은 ‘공짜’가 아니다

경제적 가치가 있는 2차적 자원의 소비가 경제적 가치가 없는 1차적 자원의 파괴로 이어지며, 그 결과로 오늘날 우리가 마주하는 잦은 산불, 대규모 홍수, 극심한 무더위 등 이상 기후가 일상화되고 있다.

자연은 ‘공짜’가 아니다

저자는 이 같은 자연의 반격을 자애로운 ‘가이아’가 제 안에 똬리 틀고 있는 또 다른 면모인 괴물의 속성을 발현하는 과정으로 해석한다. 가이아 가설을 공식화한 제임스 러브록은 “인간이 가이아를 위태롭게 만들 경우, 가이아는 지구를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 필요하다 싶으면 바로 그 인간을 희생시킬 것”이라고 경고한다.

저자는 “가이아는 인류만큼이나 무수히 많고 사회만큼이나 다원적이다. 악의 자연사는 무궁무진한 다채로움을 자랑한다. 각 천연자원은 나름의 고유한 정치적 특성을 띤다. 각 자원은 그것을 추출하고 가공하고 거래하는 인간들과 함께, 자연이 정한 규칙에 따라 작동하는 사회적 제도다. 인간과 자연을 통합하기 위해서는 자연현상에 시민권을 부여하고, 인간의 목소리뿐 아니라 자연의 이야기도 국민투표에 반영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인류가 그동안 정반대 방향으로 치달았기에 저자는 비관적이다.

에너지의 역사: 인류 문명의 역사

증기와 전기는 생산적 노동력이 마구간·물레방아·풍차 등 고정된 특정 장소에서 에너지를 공급받아야 했던 유구한 관행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새로 얻은 이 자유는 산업과 무역, 자원 소비, 환경 오염의 전례 없는 증가로 이어졌으나, 산업 기술들로 무장한 우리는 이제 화석연료에서 풍력·수력·태양광으로 다시 돌아가고 있다.

풍력 발전 지대, 태양광 패널 및 정교한 배터리로 전환하면서 모래에서 희귀 금속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류의 신구(新舊) 원자재에 대한 필요성이 급증하였지만, 21세기에 재생 에너지의 성장은 19세기의 증기력 발전보다 한층 더디다.

또한 네 번째 에너지 전환은 달성할 수야 있겠지만, 지극히 어려운 과정이 될 것이다. 재생 에너지가 오늘날의 농업 및 운송 수요를 맞출 수는 없기 때문이다.

자원의 축복과 저주는 각국 차원의 문제지만, 자원의 오용이 빚어낸 기후변화라는 궁극적 결과는 공공선에 입각한 국가의 선택 및 정치적 의지, 그리고 국제공조로만 해결할 수 있는 전 지구적 문제다.

가용 자원의 불균질한 분포는 무역을 가능케 한 가장 중요한 요소였으며, 무역은 다시 부의 축적·불평등의 증가·악의 확산으로 이어졌다.

또한 다양한 종류의 원자재는 서로 다른 정치적 함의를 띠며, 서로 다른 사회적 제도를 낳았다.

어떤 나라가 한 상품에 의존하는 데서 또 다른 상품에 의존하는 단계로 전환하면, 전쟁과 혁명이 뒤따르곤 한다. 하지만 저마다 나름의 의미를 지니는 이러한 위기들은 하나같이 물질·노동·국가 간의 관계를 극적으로 변화시킨다.

우리 세계는 인간과 자연이 허술한 조약을 체결한 결과물이다.

기후재앙의 위협이야말로 진정한 인류의 첫 번째 공동 관심사이자 여러 부분으로 나눌 수 없는 글로벌 이슈다.

우리가 기후재앙에 직면하자 자연은 선과 악을 구분하는 우리의 투쟁에 가세했다. 그간 세상을 변화시키는 데 실패해온 우리로서는 지금이야말로 세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해야 할 때다.

자원의 축복과 저주는 각국 차원의 문제지만, 자원의 오용이 빚어낸 기후변화라는 궁극적 결과는 공공선에 입각한 국가의 선택 및 정치적 의지, 그리고 국제공조로만 해결할 수 있는 전 지구적 문제다.

저자는 “생태학·정치학·경제학은 늘 불화하지만, 지금이야말로 그들이 조화를 꾀해야 할 때이며, 이 새로운 질서는 분명 생태학이 이끌어가게 될 것”이라고 강조하며 책을 마무리한다.

[ 저자 ]

알렉산드르 옛킨트 (Alexander Etkind)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태어나 헬싱키 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현재 중부유럽대학교(Central European University) 국제관계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피렌체 유럽대학원(European University Institute, 2013~2022), 케임브리지 대학교(2004~2013), 상트페테르부르크 유럽대학교(1999~2004)에서 가르쳤다. 뉴욕 대학교와 조지타운 대학교의 객원 교수를 지냈으며, 하버드 대학교·프린스턴 대학교·워싱턴 DC 소재 우드로 윌슨 센터·베를린 지식연구소(Wissenschaftskolleg zu Berlin)·뉴질랜드 캔터베리 대학교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기도 했다.

관심 분야는 러시아제국의 내부 식민지화, 문화 기억 비교 연구, 러시아-미국 및 러시아-유럽 관계사, 저항운동의 동역학 등이다.

2010~2013년 케임브리지 대학교 킹스 칼리지 연구원으로서 유럽 연구 프로젝트인 “전쟁의 기억: 폴란드·러시아·우크라이나의 문화적 역학(Memory at War: Cultural Dynamics in Poland, Russia, and Ukraine)”을 이끌기도 했다.

지은 책으로 《근대성에 반대하는 러시아(Russia Against Modernity)》 《가보지 않은 길(Roads not Taken. An Intellectual Biography of William C. Bullitt)》 《뒤틀린 애도(Warped Mourning. Stories of the Undead in the Land of the Unburied)》 《내부 식민지화(Internal Colonization. Russia’s Imperial Experience)》 등이 있다.

[ 목차 ]

감사의 글

머리말

1부 물질의 역사

01 불 다루기

02 곡물의 길

03 육류, 어류 및 각종 가죽

04 설탕, 향신료, 그리고 온갖 좋은 것들

05 섬유

06 금속

2부 관념의 역사

07 자원과 상품

08 자원 프로젝트

09 노동과 중상주의 펌프

10 실패한 자원들

3부 에너지의 역사

11 토탄

12 석탄

13 석유

맺음말

참고문헌

옮긴이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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