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 떠다니는 쓰레기를 배 위에서 ‘수거→처리→에너지 자원화’로 원스톱 처리하는 ‘해양쓰레기 처리 수소 선박’ 프로젝트가 세계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선박은 해양쓰레기를 활용해 수소를 생산하는 친환경 선박으로, 액화천연가스(LNG·liquefied natural gas)와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하는 하이브리드 동력체계를 갖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산업통상자원부·해양수산부가 공동으로 지원하는 ‘11차 다부처 협력 기술 개발사업’의 하나로 추진되는 이 프로젝트는 부산대학교 주관으로 지난해부터 수행되고 있다. 오는 2025년 선박 건조를 목표로 핵심 모듈 제작과 부산시·울산시·경남도 등 3개 광역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받아 선체 설계 등이 진행 중이다. 개발비는 총 450억 원이 투입된다.
국내에서는 해수부와 지자체가 연간 약 12만 톤의 해양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다. 그러나 수거 이후 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이다. 수거된 해양쓰레기는 오염도가 높은데다 수분과 염분을 포함하고 있어 처리 시간과 비용 소모가 많아 재활용이 원활하지 않고, 소각과정에서 오염물질이 발생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그동안 해양쓰레기는 바다에서 수거한 후 육상으로 운반해 매립하거나 소각했다.
그러나 이번 사업을 통해 개발한 선박을 이용하면 해상에서 쓰레기 수거부터 처리, 에너지 자원화까지 원스톱으로 가능하게 된다. 이에 따라 기존 해양쓰레기 수거·처리 방식에 비해 시간과 비용이 감축될 뿐만 아니라, 선박 이동량이 최소화돼 온실가스 발생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 선박은 LNG 연료 사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냉열을 이용해 선상에서 수거한 해양쓰레기를 동결 분쇄한다. 분쇄된 분말은 플라즈마 기술을 이용한 합성가스 생산의 원료로 투입된다.
플라즈마 가스화 기술은 폐기물을 1,300℃ 이상의 초고온으로 가열해 유기물들을 열분해하고, 단위 분자인 수소·일산화탄소 등으로 쪼개어 가스화한다. 기존 폐기물 소각방식과 대비해 대기환경 오염물질이 발생하지 않는 친환경 기술이다. 합성가스로부터 생산된 수소는 선내에 탑재된 수소연료전지로 연결돼 선내 전력 공급과 추진용 보조 동력으로 활용된다.
이러한 공정은 온실가스를 발생시키는 쓰레기처리 공정을 수소생산으로 대체하는 혁신 기술로서, 선박에 필요한 에너지를 저비용·친환경적으로 제공한다. 동시에 선내 적재 용량 제한으로 인해 수거한 해양쓰레기를 수시로 귀항해 하역하는 기존 수거·처리 방식의 비효율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선박 개발사업 책임자인 이제명 부산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수소선박기술센터장)는 “이 선박은 해양쓰레기 처리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새로운 시도”라고 강조하면서 “세계 최고의 조선해양 기술을 보유한 우리나라 기술진이 글로벌 해양환경 개선 활동을 선도할 수 있도록 우선 선박 건조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선박에는 국내에서 독자적으로 개발한 세계 최초 기술들이 다수 적용되고 있어 유엔 국제해양폐기물컨퍼런스(IMDC·International Marine Debris Conference)를 비롯해 일본 NHK 방송 등에도 연이어 소개되면서 국제적으로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특히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지난 9일부터 12일까지 이어진 AIS포럼(Archipelagic & Island States Forum)에서 중점적으로 소개됐다. AIS포럼은 세계 최대 규모의 섬나라 연합 정책 포럼으로 의장국인 인도네시아를 비롯해 일본·필리핀·세이셸군도 등 47개 국가가 회원국으로 참가하고 있다. 올해 처음 개최된 최고 정책 회의에서는 ▲기후변화 완화 ▲블루이코노미 ▲해양쓰레기 ▲해양분야 국제거버넌스 활성화 등 4개 카테고리별로 다양한 당면 이슈를 다뤘다.
지난 9일 메인 세션에서는 인도네시아 해양수산부가 포럼 참가국들을 대상으로 해당 프로젝트와 기술 내용을 직접 소개하는 형식으로 이 선박이 상세하게 소개됐다. 이어 태평양·인도양 등 해양쓰레기로 고통받는 국가들에서의 활용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인도네시아는 이미 이 선박의 자국 활용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중이다. 선박뿐만 아니라 선박에 적용된 다수의 기술들을 해양쓰레기 문제로 고심하는 회원국들에게 소개해 표준 기술로의 활용도 제안했다. 우리나라가 개발 중인 해양쓰레기 처리 선박에 대한 소개를 포럼 의장국이 직접 소개함으로써 한층 더 국제적 관심을 불러일으킨 셈이다.
직접 프로젝트를 발표한 헨드라 유스란 시라이(Hendra Yusran Siry) 인도네시아 해양수산부 해양공간관리총국 해양연구센터장은 “2018년 인도네시아 대통령령(No.83)으로 지정된 해양쓰레기 관리 계획의 직접적인 관리 실행 방안이자 연구개발 강화 차원에서 한국과의 협력 프로젝트를 긴밀하게 추진하고 있다”며 양국의 협력 프로젝트도 소개했다.
이와 관련 이제명 교수는 13일 “도서국가들 연안의 해양쓰레기 문제만이 아니라 아직 어느 누구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태평양 쓰레기섬 문제까지 해결해서 친환경 해양기술 강국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이는 데 일조하고 싶다”고 선박 개발의 의미를 밝혔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