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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색경제

호르무즈 해협의 침묵하는 비명…전쟁이 길어질수록 사라질 수 있는 페르시아만의 바다 생명권

유조선·원유·포성 사이에 갇힌 ‘생태학적 왕관’…돌고래, 고래상어, 바다거북, 산호초가 서 있는 전선 중동의 지정학적 chokepoint가 지구 해양생태계의 최전선으로…전쟁과 기후위기, 석유오염이 겹치는 이중 붕괴의 경고

호르무즈 해협의 침묵하는 비명…전쟁이 길어질수록 사라질 수 있는 페르시아만의 바다 생명권
석유오염은 단순 질식만이 아니다. 후각, 시각, 진동 감지 능력 저하가 발생할 수 있다. 이는 포식자 회피 실패, 먹이 탐색 실패, 번식 행동 장애로 이어진다. 
석유오염은 단순 질식만이 아니다. 후각, 시각, 진동 감지 능력 저하가 발생할 수 있다. 이는 포식자 회피 실패, 먹이 탐색 실패, 번식 행동 장애로 이어진다. 

호르무즈 해협(Strait of Hormuz)은 세계 지정학에서 가장 위험한 해상 병목지점 중 하나로 불린다. 전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핵심 통로이자, 페르시아만과 오만만, 더 넓게는 인도양을 연결하는 전략적 관문이다. 국제 에너지 시장에서 이 좁은 수로는 곧 세계 경제의 동맥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지금까지 국제사회가 주목해온 것은 주로 유조선, 해군력, 봉쇄 위협, 유가 급등 같은 지정학적 요소였다. 정작 그 아래 펼쳐진 바다, 즉 세계에서 가장 독특하고도 회복력 있는 해양생태계 중 하나는 상대적으로 덜 조명돼 왔다.

하지만 이란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이제 호르무즈 해협은 단지 에너지 안보의 분기점이 아니라 해양생태학적 재앙의 잠재적 진원지로 부상하고 있다. 수면 위에서는 군사 충돌과 유조선 공격이 이어지고, 수면 아래에서는 산호초, 돌고래, 고래상어, 바다거북, 듀공(바다소), 맹그로브와 해초지가 석유와 독성 화학물질, 군사적 긴장 속에서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현재 임시 휴전에도 불구하고 약 2,000척의 선박이 페르시아만에 발이 묶여 있으며, 이들이 실은 원유 규모는 약 210억 리터에 달한다. 전쟁 발발 이후 페르시아만 및 호르무즈 인근에서는 최소 16건 이상의 선박 공격이 발생했다. 이는 단순한 군사적 긴장 수치가 아니다. 그 자체가 해양 생태계 위기 가능성의 지표다. 선박 피격, 유류 누출, 해상 화재, 침몰, 군사적 기동 증가는 모두 석유오염 가능성을 기하급수적으로 높인다.

‘세계 경제의 목줄’ 아래 숨겨진 생태학적 왕관

아랍에미리트 샤르자 아메리칸대학교의 생물학자 아론 바솔로뮤는 호르무즈 해협을 “걸프 해역의 생태학적 왕관(ecological crown)”이라 부른다. 이 표현은 과장이 아니다. 호르무즈 해협은 단순한 좁은 수로가 아니라, 깊고 차가운 오만만과 얕고 뜨거운 페르시아만이 만나는 생태 전이지대다.

이 독특한 위치는 영양염 순환, 플랑크톤 번성, 산호 군락, 계절성 회유 어종, 고래상어 이동, 해양 포유류 서식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 오만만에서 유입되는 해류는 영양분과 산호 유생을 공급하고, 깊은 해수의 용승은 어류와 대형 해양생물의 먹이망을 지탱한다.

평시에는 오만 무산담 반도(Musandam Peninsula)가 스쿠버다이빙과 돌고래 관광의 중심지였다. 그러나 지금 이 바다는 관광 명소가 아니라 전쟁 리스크 지대로 변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혹독한 조건을 견디는 ‘초강인 산호’

호르무즈 해협의 가장 특별한 생태적 자산은 산호초다.
호르무즈 해협의 가장 특별한 생태적 자산은 산호초다.

호르무즈 해협의 가장 특별한 생태적 자산은 산호초다. 이 지역은 페르시아만 전체에서 가장 높은 산호 다양성과 피복률을 자랑하는 구역으로 평가된다. 특히 이란 측 연안과 남부 걸프 일부 해안은 산호 생물다양성의 핵심지다. 이 산호들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한 아름다움 때문이 아니다. 이곳 산호는 지구상에서 가장 극단적 환경을 견디는 생물학적 모델 중 하나다.

여름에는 극단적 고수온, 겨울에는 예상외의 저수온, 여기에 높은 염도까지 겹친다. 대부분 해역이라면 산호가 집단 폐사할 조건이지만, 이 지역 산호는 이를 견뎌왔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이 산호를 미래 기후위기 시대 ‘초고온 해양 적응 모델’로 연구하고 있다.

즉, 호르무즈의 산호초는 단순한 지역 자산이 아니라, 기후변화 이후 지구 산호 생존전략 연구의 살아 있는 실험실이다. 만약 전쟁과 석유오염으로 이 생태계가 붕괴된다면, 인류는 단지 지역 생태계 하나를 잃는 것이 아니라 미래 해양 회복력 연구의 핵심 모델을 상실할 수 있다.

돌고래와 고래상어, 바다거북…수면 위로 올라와야 하는 생명들의 취약성

무산담 반도에는 인도-태평양 혹등돌고래와 큰돌고래가 서식한다. 계절에 따라 고래상어도 이 해협을 지난다. 카타르 인근 산란장의 고등어참치 알을 따라 이동하는 고래상어는 사실상 이 지역 먹이사슬의 상징적 존재다.

문제는 이들 다수가 ‘수면 호흡 종’이라는 점이다.
돌고래, 바다거북, 바다뱀은 수면 위 공기와 직접 접촉해야 한다. 따라서 해수면 유막은 단순한 오염이 아니라 호흡 장벽이 된다. 석유가 수면에 퍼지면 폐와 호흡기 자극은 물론, 피부·점막 손상, 방향감각 저하, 포식 회피 능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직접 폐사뿐 아니라 장기적 번식률 저하와 개체군 붕괴 가능성으로 이어진다.

특히 UAE와 이란 사이 섬 지역은 녹색바다거북과 매부리바다거북의 산란지다. 이미 과거 걸프 해역 유류 유출 사례에서 기름에 뒤덮인 거북 사체가 해안으로 떠밀려온 바 있다.

듀공과 해초지…조용하지만 거대한 생명의 기반

호르무즈 해협에서 다소 떨어진 아부다비 서부와 카타르 남부 얕은 연안에는 세계 2위 규모의 듀공 개체군이 산다. 듀공은 해초지에 절대적으로 의존한다.

이 지역은 세계 최대 연속 해초지 중 하나를 보유한다. 문제는 대형 유류 유출이 해초 광합성을 방해하고, 퇴적 오염을 통해 먹이 기반을 붕괴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듀공은 직접적 전쟁 지역에 있지 않더라도, 오염 확산 경로에 따라 심각한 2차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이는 해협 위기가 단지 좁은 수로 문제가 아니라 걸프 전체 생태권 위기라는 의미다.

맹그로브의 방패도 한계가 있다

아부다비와 북부 토후국 연안의 회색 맹그로브(Avicennia marina)는 비교적 회복력이 강한 생태계다. 그러나 이 역시 기름이 호흡근(pneumatophores)을 덮을 경우 질식 위험에 직면한다. 맹그로브는 탄소흡수, 유어장, 해안방어, 생물다양성 유지 측면에서 핵심이다. 즉, 맹그로브 손상은 단순한 나무 손실이 아니라 블루카본 저장소 붕괴와 연안 보호 약화를 뜻한다.

석유는 생각보다 훨씬 더 깊이, 더 오래 생태계를 파괴한다

마이애미 대학교 해양생물학자 마틴 그로셀은 “기름과 물은 섞이지 않는다”는 통념이 과학적으로 불완전하다고 지적한다. 파도와 물리적 교란은 원유를 미세 방울로 분해해 수중으로 침투시킨다. 또한 수천 종의 화학물질이 수층(water column)에 녹아든다.

이 과정은 두 가지 재앙을 만든다.
첫째, 수면 호흡 생물은 표면 오염에 노출된다.
둘째, 아가미 호흡 생물과 산호는 용존 독성물질에 직접 노출된다.

원유 속 화합물은 심장 기능, 호흡기, 면역체계, 감각기관, 중추신경계에 영향을 미친다.

‘보이지 않는 독성’의 진짜 공포: 감각과 판단의 붕괴

석유오염은 단순 질식만이 아니다. 후각, 시각, 진동 감지 능력 저하가 발생할 수 있다. 이는 포식자 회피 실패, 먹이 탐색 실패, 번식 행동 장애로 이어진다. 즉, 개체가 즉시 죽지 않더라도 생존 확률은 지속적으로 낮아진다. 이는 생태계 전체에서 먹이망 붕괴, 번식률 저하, 종간 상호작용 왜곡으로 연결된다.즉,어류 번식력 감소까지 보여줬다. 호르무즈 같은 폐쇄성·고염 환경에서는 이러한 영향이 더 오래 지속될 가능성도 있다.

전쟁과 기후위기의 ‘이중 압력’

호르무즈 생태계는 이미 해양열파와 산호백화라는 기후위기 압력을 받고 있었다. 여기에 군사 충돌과 석유오염이 더해지면 복합 스트레스가 된다.

기후위기가 산호를 약화시키고, 전쟁이 독성 충격을 가하면 회복력은 급격히 감소할 수 있다. 이는 단순 덧셈이 아니라 상승작용적 붕괴다.

결론: 호르무즈는 단지 석유의 길이 아니라 생명의 회랑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경제의 혈관이지만, 동시에 해양 생명의 회랑이다.
전쟁이 장기화될수록 위험해지는 것은 유가만이 아니다. 돌고래의 호흡, 산호의 생존, 거북의 산란, 듀공의 초지, 맹그로브의 뿌리, 그리고 미래 기후적응 연구의 핵심 자산이 함께 흔들린다.

지금 호르무즈에서 벌어지는 일은 단순한 지역 분쟁의 환경 부수 피해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지정학이 지구 생태학과 충돌할 때 무엇이 희생되는지를 보여주는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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