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곤충 대부분이 갖고 있는 안구형태는 겹눈이다. 가느다란 낱눈(個眼, 개안)이 벌집 모양으로 모여 생긴 눈으로 복안(複眼)이라고도 한다. 잠자리의 경우 무려 3만개 정도의 낱눈으로 겹눈 형태를 띠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놀랍게도 겹눈은 각각의 낱눈이 각막, 유리체, 소망막을 가지고 있는 거의 일반적인 안구와 흡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겹눈을 바탕으로 곤충들은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를 병렬적으로 감지하는 특별한 능력의 소유자다. 어두운 환경에서는 겹눈 감도를 높이기 위해 시각 세포가 여러 시간의 신호를 합쳐서 반응해 움직임을 결정한다.
국내 연구진이 곤충의 겹눈, 즉 생체모사 기술을 활용해 기존 고속 카메라가 직면했던 프레임 속도와 감도 간의 한계를 극복한 저비용 고속 카메라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청색기술이 빚어낸 또 하나의 기술진화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정기훈·전산학과 김민혁 교수 연구팀은 곤충 특유의 겹눈 시각 구조에서 영감을 받아 초고속 촬영이 가능한 동시에 고감도를 구현한 신개념 생체모사 카메라를 개발했다고 16일 밝혔다.
기존 카메라기술로는 고속 및 저조도 환경에서 고품질 이미지를 구현하기 어렵다. 고품질 이미지 응용 분야에서 한계점이 뚜렷했다. 빠른 움직임을 포착하는 데 강점을 가지고 있으나 프레임율을 높일수록 빛을 수집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어 저조도 환경에서는 감도가 부족한 치명적 단점이 있다.
연구팀은 곤충의 시각 기관처럼 여러 개의 병렬 광학 채널과 시간 합산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이러한 단점을 극복했다.
기존 단안 카메라 시스템과 달리 생체모사 카메라는 겹눈을 통해 서로 다른 시간대의 프레임을 병렬적으로 획득한다. 이 과정에서 각 프레임이 중첩되는 시간 동안 빛을 합산함으로써 신호 대 잡음비를 증가시킬 수 있다.
연구팀은 이러한 방식을 적용한 생체모사 카메라가 기존 고속 카메라 대비 최대 40배 더 어두운 물체까지 포착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카메라의 속도를 크게 향상하기 위해 채널 분할 기술을 도입해 패키징에 사용된 이미지센서보다 수 천배 빠른 프레임률을 획득했기에 가능했다.
연구팀은 또 압축 이미지 복원 알고리즘을 활용해 합산된 프레임에서 발생할 수 있는 흐림 현상을 제거해 보다 선명한 이미지를 재구성했다.
이를 통해 두께 1㎜ 이하의 매우 얇고 작은 크기에도 불구하고 초당 9120프레임을 촬영할 수 있는데다 낮은 조도에서도 선명한 이미지를 제공한다.
연구팀은 3D 이미징 및 초해상도 이미징을 위한 고급 이미지 처리 알고리즘을 통해 바이오 및 의료 응용뿐 아니라 모바일 등 다양한 카메라 응용 기술을 개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김현경 박사과정(제1 저자)은 "곤충 눈 카메라가 작은 크기임에도 불구하고 고속 및 저조도 촬영에서 뛰어난 성능을 발휘하는 것을 실험적으로 검증했다”며 “이 카메라는 이동식 카메라 시스템, 보안 감시, 의료 영상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응용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이달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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