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동차 산업을 향한 탄소중립 압박이 한층 강화되고 있다. 과학 기반 감축 목표 이니셔티브(SBTi)는 2050년 자동차 산업의 넷제로(Net-Zero) 달성을 목표로 한 ‘자동차 넷제로 표준(Automotive Net-Zero Standard)’ 개정안의 2차 공청회를 공식 개시했다고 밝혔다.
이번 공청회는 2026년 2월 3일부터 3월 22일까지 전 세계 자동차 제조사와 부품 공급업체, 투자자, 정책 입안자, 시민사회 등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 방식으로 진행된다. SBTi는 수렴된 의견을 토대로 최종 표준을 확정해 기존 ‘육상 운송 가이드라인(Land Transport Guidance)’을 대체하는 부문별 공식 지침으로 통합할 계획이다.
■ “배출의 70~80%는 도로 위에서”… 사용 단계(Scope 3) 전면 강화
이번 2차 초안의 핵심은 사용 단계 배출량(Use-phase emissions), 즉 Scope 3(Category 11) 관리 강화다. SBTi가 인용한 산업 분석에 따르면 자동차 제조사의 전체 온실가스 배출 중 판매된 차량이 실제로 주행하면서 발생하는 배출량이 70~8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개정안은 제조 공정이나 공급망을 넘어, 기업이 시장에 내놓은 차량의 실질적 운행 배출량을 감축 목표의 중심에 두도록 요구한다. 이는 곧 발표가 예정된 ‘SBTi 기업 넷제로 표준 버전 2’와도 방향을 같이하며, 산업 간 배출량 산정의 일관성을 강화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 ‘저공해’ 개념 폐기… ‘무배출 차량(ZEV)’만 공식 인정
기술 정의 역시 대폭 강화됐다. 개정안은 기존에 폭넓게 사용돼 온 ‘저공해 차량(Low-emission vehicles)’ 개념을 사실상 퇴출하고, 이를 ‘무배출 차량(Zero-Emission Vehicles, ZEV)’으로 엄격히 제한했다.
이는 하이브리드 차량 등 과도기적 기술에 대한 해석 논란을 차단하고, **전기차(EV)**와 수소연료전지차(FCEV) 등 주행 과정에서 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기술로의 전환을 명확히 요구하는 신호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내연기관 기반 기술의 사실상 종말 시계를 앞당기는 기준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 글로벌 격차 고려… 목표 설정 방식에 ‘유연성’ 부여
SBTi는 과학적 엄격성을 유지하면서도, 지역별 인프라와 기술 성숙도의 차이를 고려한 유연한 이행 경로도 함께 제시했다.
주요 내용은 ▲사용 단계 절대 배출량 감축 목표와 무배출 차량 판매 비중 목표 중 선택 가능 ▲지역별 기술·충전 인프라 격차를 반영한 감축 경로 수렴일(Convergence date) 조정 ▲다국적 기업을 위한 소형차(LDV) 글로벌 통합 목표 설정 허용 등이다. 다만 어떤 방식을 선택하더라도 장기적 탈탄소 결과는 동일해야 한다는 원칙은 유지된다.
SBTi 자동차 부문 책임자인 칼 다우니(Karl Downey)는 “도로 교통의 탈탄소화는 글로벌 넷제로 달성의 핵심 축”이라며 “이번 표준은 선언적 목표를 넘어, 실제로 검증 가능한 기후 행동을 끌어내기 위한 설계”라고 강조했다.
■ 신흥 시장·금융권에 던지는 신호… ‘표준이 곧 투자 기준’
이번 표준은 아프리카 등 신흥 시장에도 중대한 함의를 갖는다. 이들 지역은 전기차 보급 속도가 더딘 대신, 향후 차량 수요 증가 폭이 큰 시장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기준이 명확해질수록, 자동차 기업과 금융기관의 장기 투자·제품 전략 역시 해당 표준을 기준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커진다.
특히 기후 공시 규제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SBTi 검증 목표를 채택한 기업은 규제 대응력과 투자 신뢰도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1만 개 이상 기업이 SBTi 검증을 받은 가운데, 자동차 부문 표준은 자본의 흐름을 가르는 새로운 잣대로 부상하고 있다.
■ 지상에서 우주까지… 에너지 전환은 ‘문명 단계’의 문제
SBTi의 자동차 넷제로 표준은 단순한 산업 규제를 넘어, 인류의 에너지 활용 방식 전환이라는 더 큰 흐름과 맞닿아 있다. 최근 스페이스X는 AI 연산 효율 극대화를 목표로 궤도 데이터센터용 위성 100만 기 발사 계획을 신청하며, 이를 인류가 카르다쇼프 2유형 문명으로 진입하기 위한 기반으로 설명한 바 있다.
지상 교통의 전면적 탈탄소화와 우주 기반 에너지·연산 인프라 확장은 모두 에너지 전환의 스케일을 문명 단위로 끌어올리는 시도라는 점에서 궤를 같이한다. 자동차 산업의 넷제로 전환은 그 출발점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 공청회 참여 및 향후 일정
SBTi는 2026년 3월 22일까지 이해관계자들의 온라인 의견을 수렴한 뒤, 이를 반영해 최종 ‘자동차 넷제로 표준’을 확정할 예정이다. 업계와 금융권, 정책 당국, 시민사회가 제시하는 피드백은 향후 수십 년간 자동차 산업의 방향을 규정할 실무적 기준을 형성하게 될 전망이다.
[용어 설명]
SBTi(Science Based Targets initiative):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1.5℃ 이내로 제한하기 위해,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과학적으로 검증하는 국제 이니셔티브
Scope 3(Category 11): 기업이 판매한 제품(차량)을 소비자가 사용하면서 발생하는 간접 온실가스 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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