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마리 헤일 박사(Dr. Marie Hale) / MLA College 시니어 강사
오늘날 전 세계는 유례없는 생물다양성 위기에 직면해 있다. 수많은 국가가 보호구역을 지정하고 환경 보전 목표를 수립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연의 쇠퇴는 멈추지 않고 있다. 유엔(UN)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수십 년 내에 약 100만 종의 생물이 멸종 위기에 처할 것으로 보이며, 이는 인간 활동에 의한 지구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왜 그토록 많은 자원과 노력을 투입하고도 생물다양성 손실을 막지 못하고 있는가? MLA College의 지속가능발전 포트폴리오 책임자인 마리 헤일(Marie Hale) 박사는 그 원인을 '보전 전략의 실패'가 아닌 '관계의 실패'에서 찾는다.
장벽 속에 갇힌 보전의 한계: "인간과 자연은 분리될 수 없다"
그동안의 환경 보전은 주로 인간의 활동 범위를 제한하고 특정 구역을 '보호구역'으로 설정하는 격리 방식에 의존해 왔다. 그러나 헤일 박사는 "지도는 경계선을 그릴 수 있지만, 실제 생태계와 인간의 삶은 그 선을 넘나드는 역동적인 시스템"이라고 지적한다. 종은 이동하고, 기후에 따라 생태계는 변화하며, 인간의 문화와 경제는 특정 장소와 깊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인간을 배제한 채 자연을 고립시켜 보호하려는 방식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이제는 인간과 장소, 그리고 자연이 서로 어떻게 의존하고 있는지 이해하는 '관계론적 접근(Relational Approach)'이 절실하다.
사회-생태 시스템으로서의 경관
현대 보전 과학은 우리가 살아가는 '경관(Landscape)'을 단순한 물리적 공간이 아닌, 농업, 산업, 거버넌스, 문화, 교육이 어우러진 '사회-생태적 시스템(Social-Ecological System)'으로 정의한다. 헤일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회복 탄력성 있는 생물다양성 보전은 다음의 세 가지 조건이 충족될 때 가능하다.
* 생태적 연결성(Ecological Connectivity): 종과 생태적 프로세스가 자유롭게 이동하고 적응할 수 있는 환경.
* 사회적 참여(Social Engagement): 지역 공동체가 보전의 감시자가 아닌 '지기(Stewardship)'로서 참여하는 것.
* 적응형 거버넌스(Adaptive Governance): 기후 변화나 경제적 충격 등 불확실성에 대응하며 UN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와 연을 맺는 유연한 체계.
이 요소들이 조화를 이룰 때, 생물다양성은 기후 변화나 정치적 변화라는 압박 속에서도 지속 가능한 성과를 낼 수 있다.
'회복'을 넘어 '재생'으로: 관계가 만드는 시너지
사람이 자연과 깊은 유대감을 느낄수록 보전 정책을 지지하고 장기적인 관리 활동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은 이미 증명되었다. 반대로 지역 공동체를 배제한 하향식 보전 사업은 사회적 저항에 부딪히거나 자생력을 잃기 일쑤다.
이러한 흐름은 최근 '리와일딩(Rewilding, 야생화)' 개념의 변화에서도 나타난다. 과거의 리와일딩이 인간을 땅에서 내쫓는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대화와 가치 공유를 통해 인간과 생태계가 공존하는 '관계 중심 프로세스'로 진화하고 있다.
또한 단순히 피해를 복구하는 '회복력(Resilience)'의 단계를 넘어, 인간의 웰빙과 생태계 건강이 서로를 강화하는 '재생(Regeneration)'의 모델로 나아가야 한다. 이는 가뭄, 홍수, 경제적 위기 속에서도 공동체가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원주민과 지역 지식: 선택이 아닌 필수
전 세계 생물다양성 연구에서 일관되게 나타나는 결과 중 하나는, 원주민과 지역 공동체가 관리하는 토지의 생태적 성과가 국가 주도의 보호구역보다 높거나 대등하다는 점이다. 이들의 시스템이 성공적인 이유는 설계 단계부터 '관계론적'이기 때문이다. 생태적 지식이 문화적 관습과 사회적 정체성, 거버넌스에 깊이 스며들어 있어 인간과 자연을 분리하지 않는다. 따라서 원주민의 지식을 존중하는 것은 도덕적 의무일 뿐만 아니라, 가장 강력한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 전략이다.
숫자로 보는 위기와 기회
생물다양성 위기는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인류 생존의 시스템적 위험이다.
* 75%와 66%: 인간 활동으로 변형된 육상 및 해양 환경의 비율.
* 50% 이상: 자연과 생태계 서비스에 의존하고 있는 글로벌 GDP 규모.
* 85% 이상: 자연 기반 솔루션(NbS)이 생물다양성과 지역사회에 혜택을 준 사례.
교육: 관계 역량을 키우는 미래의 보루
헤일 박사는 보전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동력으로 '교육'을 꼽는다. 현대의 복합적인 환경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관계적 역량(Relational Competence)'을 갖춘 전문가가 필요하다. 즉, 생물과 인간 사회의 복잡한 연결 고리를 이해하고, 지역 공동체와 기관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는 인재다.
MLA College와 같은 교육 기관들은 UN 지속가능발전목표(SDG 11: 지속 가능한 도시와 공동체, SDG 14: 해양 생태계 보전)에 발맞추어, 학생들이 경관과 사회의 상호작용을 깊이 이해하도록 돕고 있다. 교육을 통해 자연과의 유대감을 회복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장기적이고 확실한 투자다.
결론: 보전의 미래는 '관계'에 있다
생물다양성 손실을 늦추고 회복력 있는 공동체를 만드는 길은 명확하다. 정책과 기술, 보호구역도 중요하지만,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가 없다면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인간을 자신이 의존하는 경관과 다시 연결하는 것은 결코 이상적인 수사가 아니다. 그것은 불확실한 미래에서 생물다양성을 지키고 우리 사회를 강화할 수 있는 가장 실질적이고 과학적인 전략이다. 우리가 자연의 일부임을 깨닫고 그 유대를 회복할 때, 비로소 지구와 인류의 공존은 시작될 것이다.
마리 헤일 박사 소개: MLA College 시니어 강사이자 지속가능발전 프로그램 책임자. 인간과 장소의 관계가 사회·생태적 경관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며, 학제간 접근법을 통해 글로벌 지속가능발전 교육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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