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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색경제

기후·생물다양성·오염 ‘3중 위기’…국제 제네바, 정의로운 전환의 허브로 부상

12억 개 이상의 일자리가 농업·어업·임업·관광 등 안정적인 생태계에 의존 화석연료와 과잉소비 중심 모델에서 벗어나, 사람과 자연의 권리 중심 경제로 나가야

기후·생물다양성·오염 ‘3중 위기’…국제 제네바, 정의로운 전환의 허브로 부상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절반 이상과 12억 개 이상의 일자리가 농업·어업·임업·관광 등 안정적인 생태계에 의존하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절반 이상과 12억 개 이상의 일자리가 농업·어업·임업·관광 등 안정적인 생태계에 의존하고 있다.

기후변화, 생물다양성 손실, 오염으로 대표되는 ‘3중 행성 위기(triple planetary crisis)’가 심화되면서 국제사회가 보다 근본적인 정책 전환을 요구받고 있다. 화석연료 기반 경제와 자원 집약적 생산·소비 구조를 지속하는 한 위기의 악순환을 끊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가운데, 국제 제네바는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을 글로벌 의제로 구체화하는 핵심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정의로운 전환은 저탄소·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제로의 이행 과정에서 “그 누구도 뒤처지지 않도록(Leaving No One Behind)” 보장하는 접근을 의미한다. 단순한 산업 구조 개편을 넘어, 인권·사회정의·평등 원칙을 토대로 사람과 지구를 동시에 보호하는 전환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이는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와도 긴밀히 연결된다.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전 세계 각 국내총생산(GDP)의 절반 이상과 12억 개 이상의 일자리가 농업·어업·임업·관광 등 안정적인 생태계에 의존하고 있다. 기후 대응이 미흡할 경우 향후 10년 내 최대 1억3000만 명이 빈곤으로 내몰리고, 2030년까지 열 스트레스로 8000만 개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의로운 전환은 기후·환경 정책의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고, 보다 야심찬 감축 목표를 가능하게 하는 촉매로 평가된다.

노동에서 출발한 정의로운 전환

정의로운 전환 개념은 본래 환경 규제로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한 노동자의 권익 보호에서 출발했다. 이후 그 범위는 지역사회, 취약계층, 세대 간 정의, 참여적 의사결정 등 절차적 정의까지 포괄하는 방향으로 확장됐다.

ILO와 국제노동총회(ILC)는 이 개념의 제도화에 핵심적 역할을 해왔다. 2023년 제111차 ILC에서는 “모두를 위한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제와 사회로의 정의로운 전환”에 관한 결의가 채택됐다. 이 결의는 정의로운 전환이 양질의 일자리 창출, 불평등 완화, 사회적 대화 강화, 노동기본권 존중을 통해 포용적 녹색경제를 촉진한다고 명시했다.

아울러 ILO는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제와 사회로의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지침’을 마련해, 정책 대응이 노동자 이동, 일자리 감소, 에너지 가격 상승 등 의도치 않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음을 경고하며,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사회적 보호 장치를 제시했다.

SDGs와 ‘구조적 전환’의 교차점

2030 지속가능발전의제는 ‘그 누구도 소외되지 않도록’ 하는 것을 핵심 원칙으로 삼는다. 그러나 SDGs 달성 시한이 4년도 채 남지 않은 현재, 진전 속도는 목표에 크게 못 미친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최근 보고서(A/78/80)에서 “사람과 지구를 위한 구출 계획(Rescue Plan)”을 촉구하며, 녹색·순환경제에 대한 투자가 2030년까지 1억 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자리와 사회보호는 SDGs를 가속화할 6대 전환 영역 중 하나로 꼽힌다. 정의로운 전환은 이러한 구조적 전환의 설계 원칙으로 작동하며, 인권·성평등·포용성을 전면에 내세운다.

인권 기반 전환의 필요성

정의로운 전환은 본질적으로 인권 의무에 뿌리를 둔다.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된 사무총장 보고서(A/HRC/60/52)는 기후변화·생물다양성 손실·오염 등 복합 위기를 다루는 과정에서 기존 국제 인권 체계가 전환의 방향타가 될 수 있다고 제시한다. 이는 파리협정과 기타 환경협약 이행 과정에서도 인권 기준을 통합해야 함을 의미한다.

녹색 일자리나 자연기반해법(Nature-based Solutions) 분야의 고용 역시 자동으로 ‘정의로운’ 것이 되는 것은 아니다. 안전하고 건강한 노동환경, 사회보장 접근권, 성평등 보장, 비공식 부문 노동자 보호 등이 수반되어야 진정한 정의로운 전환이라 할 수 있다.

제네바의 인권 기구들도 적극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와 ILO는 공동 메시지를 통해, 정의로운 전환이 최대 가용 자원의 동원, 정보 접근·참여·사법적 구제 보장, 기업의 인권 존중 의무, 환경 인권옹호자 보호 등을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후변화와 인권에 관한 유엔 특별보고관 엘리사 모르헤라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광물 채굴이 인권에 미치는 긍정·부정적 영향을 분석하며,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참여·책임성 메커니즘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권옹호자 상황에 관한 특별보고관 메리 롤러 역시 기후 대응 과정에서 활동가 보호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극빈과 인권에 관한 전 특별보고관 올리비에 드 쉬터는 ‘행성 한계 내 빈곤 퇴치’라는 관점에서 정의로운 전환을 재해석했다. 그는 에너지·식량·주거·이동 분야에서 ‘3중 배당(triple dividend)’ 정책을 통해 생태발자국을 줄이면서 동시에 저숙련층 고용을 확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녹색금융이 원주민 권리를 침해하지 않도록 사회·환경적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됐다.

국제 제네바의 전략적 역할

국제 제네바에는 ILO, OHCHR, UN무역개발회의(UNCTAD), 세계보건기구(WHO) 등 다수의 국제기구가 집결해 있다. 이들은 노동, 인권, 무역, 보건, 개발금융 등 다양한 분야를 연결하며 정의로운 전환의 다차원적 과제를 조율한다. 부문 간 협력과 정책 일관성을 확보하는 데 있어 제네바는 사실상 글로벌 거버넌스의 실험실로 기능하고 있다.

결국 정의로운 전환은 단순한 환경 정책이 아니라 사회계약의 재구성에 가깝다. 화석연료와 과잉소비 중심 모델에서 벗어나, 사람과 자연의 권리를 중심에 두는 경제로 나아가는 과정이다. 국제 제네바의 다양한 제도와 논의는 이러한 전환을 제도화하고 구체화하는 데 중요한 발판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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