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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색경제

기후 위기는 인간적 잣대로 찾아오지 않는다…불시에 어디든 닥칠 수 있어

전 세계 전문가, “이대로 가다간 돌이킬 수 없는 재앙 수준 위기 닥칠 것” 경고

2021년 올해, 과학자들이 오랫동안 경고하고 예견해 왔던 일들이 마침내 차례로 터지기 시작했다. 북미,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등 세계 각지에서 역대 최고 수준의 혹서와 혹한, 산불과 가뭄, 폭우와 홍수, 녹조 현상 등이 잇따라 발생했다/사진 세계기상기구 제공
2021년 올해, 과학자들이 오랫동안 경고하고 예견해 왔던 일들이 마침내 차례로 터지기 시작했다. 북미,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등 세계 각지에서 역대 최고 수준의 혹서와 혹한, 산불과 가뭄, 폭우와 홍수, 녹조 현상 등이 잇따라 발생했다/사진 세계기상기구 제공

지난 수십 년간 과학자들은 기후 변화가 인류 역사상 그 무엇보다도 극심한 자연재해를 일으킬 것이라고 거듭 경고해왔다. 계속해서 증가하는 온실가스 배출이 지구 온도를 상승시킴으로써 이전보다 훨씬 뜨거운 폭염과 극심한 가뭄, 더 위력적인 폭풍 등을 야기할 것이라고 누누이 말해왔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정책 결정자들은 과학자들이 말하는 사건을 마치 먼 미래의 일인 양 취급했다.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분투했던 사람들조차 그 대응 방식으로 지나치게 '기후 완화'에만 초점을 맞췄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기후 변화를 늦추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을 감소시키는 등의 수동적이고 방어적인 노력에만 집중했을 뿐, 현재 진행 중인 기후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자 산업을 전면 재편하고 재구조화하는 등의 '기후 적응'은 부차적인 문제로 여긴 것이다.

그리고 2021년 올해, 과학자들이 오랫동안 경고하고 예견해 왔던 일들이 마침내 차례로 터지기 시작했다. 북미,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등 세계 각지에서 역대 최고 수준의 혹서와 혹한, 산불과 가뭄, 폭우와 홍수, 녹조 현상 등이 잇따라 발생했다. 지금껏 각국이 구비하고 있던 인프라와 재난 대응 시스템은 이러한 기후 이변에 완전히 무력함을 드러내 보였다. 선진국과 개도국 모두 예외가 없었으며, 결과적으로 각지에서 수많은 사상자와 재해민이 속출했다.

선진국의 이미 갖춰진 인프라와 시스템조차 '일반적인 상황'을 가정한 것이었을 뿐, '재난 상황'을 대비한 것이 아니었다. 혹한으로 전력이 끊기고, 폭우로 배수 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렸으며, 폭염으로 아스팔트 도로가 휘어졌다. 또 산불로 마을 몇 개가 통째로 전소됐고, 유구한 시간 유지돼온 그린란드의 빙하는 역대 최고 속도, 최대 규모로 융해되는 중이다. 어디 그뿐일까. 가뭄으로 수많은 이들이 식량 위기 사태에 직면해 있으며, 많은 아동이 영양실조에 허덕이고 있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은 앞서 8, "지난 7월 캘리포니아에서부터 터키, 시베리아, 캐나다 등에 걸쳐 발생한 전 세계적 산불의 영향 등으로 20217월은 역대 최고로 뜨거웠던 달"이라고 전한 바 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위치한 한반도 역시 한낮 기온이 30도를 웃도는 고온 지역이 급증하고, 무더위가 도래하는 시점도 점차 앞당겨지고 있다. 이에 따라 201418,000여 명에 불과했던 국내 온열질환자 수도 2018년에는 44,000여 명으로 약 2.5배 급증했다. 해당 질환으로 인한 사망자 수도 증가하는 추세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처럼 단기간에 가시적으로 관찰되는 현상만이 아니다.

유럽과 북미 대륙 사이에 있는 세계 최대의 섬 그린란드에서는 지난 727(현지 시각) 단 하루 동안 녹은 얼음의 양만 85억 톤에 달했다. 이는 플로리다주 전체를 2인치(5cm) 정도 물로 덮을 만한 양이었다. 그린란드는 지난 2019년 한 해에만 약 5,320억 톤의 얼음을 바다에 흘려보냈으며, 이러한 해빙 현상의 가속화는 곧 전 세계 해안 도시들이 해일 범람에 취약해졌다는 사실과 직결된다. 실제로 따뜻해진 기후와 7월의 폭염으로 지구 해수면은 1.5mm 영구히 상승했다. 과학자들은 그린란드의 해빙 현상으로 21세기 말까지 지구 해수면이 2~10cm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그린란드의 해빙 현상에 국한해 예상한 결과일 뿐이다. 20218월에 발표한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제6차 평가 보고서 제1실무그룹 보고서에서는 전() 지구적으로 극한 고온과 고수온 등 온도 상승이 뚜렷하게 관찰되고 있으며, 금세기 말까지 지구 평균 해수면이 최대 1.01m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2014년에 발표한 IPCC의 제5차 평가 보고서에서 전망한 최대 0.82m 상승폭보다 비약적으로 높아진 수치이다.

우리나라 국립해양조사원의 최근 연구 결과도 이와 비슷한 결론을 뒷받침한다. 국립해양조사원은 올해 1, 국내 최초로 고해상도 지역 해양기후 수치예측모델을 적용해 IPCC가 제시한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른 우리나라 주변 해역의 해수면 상승 전망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앞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지 않을 경우 우리나라 주변 해역의 평균 해수면 상승 속도가 기존보다 2배 이상 빨라져 2100년에는 최대 73cm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는 최근 30년간(1990~2019) 10cm 상승했던 것을 고려해 단순 산술계산한 수치보다도 2배가 넘는 수준이다.

또 세계식량계획(WFP)에 따르면, 아프리카 동부 마다가스카르 남부에서는 주민들이 40년 만에 최악의 가뭄을 겪으면서 식량 위기에 빠졌다. 원인은 전쟁이나 갈등이 아니었다. 바로 기후 변화로 초래된 극심한 가뭄 때문이었다. 아이러니한 사실은 이 지역 주민들이 지구 온실가스 배출에 거의 아무런 책임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온실가스가 초래한 기후 위기로 인해 가장 값비싼 값을 치르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해당 지역에서는 114만 명을 웃도는 사람들이 식량 불안으로 고통받고 있으며, 14,000여 명은 이미 최고 재난 상황인 IPC 5단계(기근과 인도주의적 재해 단계)에 처해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WFPIPC 5단계에 처한 이들의 수가 오는 10월까지 2배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전 세계적 기후 위기에 대해 세계 3대 환경보호단체 중 하나인 '지구의 벗'"우리가 평상시처럼 계속 사업을 해나간다면, 극한 기온과 치명적인 날씨는 갈수록 악화될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는 여전히 기후 위기를 부채질하는 기업들에 매년 수십억 달러씩 세금을 쏟아붓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세계적인 에너지 자문업체 DNV(Det Norske Veritas) 역시 코로나19의 영향력을 완화하기 위해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들이 취한 일련의 경제 회복 조치들이, 오히려 기존 시스템을 더욱 견고히 만듦으로써 화석 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촉진할 좋은 기회를 놓치게 했다고 지난 831(현지 시각) 전한 바 있다. 레미 에릭센 DNV 최고경영자(CEO)"에너지 전환이란 측면에서 볼 때 코로나19는 우리에게 잃어버린 기회가 됐다."라면서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들의 경기 회복을 위한 일련의 조치들은 현존하는 산업을 전환하기보다는 오히려 보호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라고 신랄하게 꼬집었다.

20218, 세계 유수의 과학자들은 IPCC의 제6차 평가 보고서를 통해, 기후 위기가 빠르고도 광범위하게 심화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온실가스 감축을 조금씩 실천해갈 단계는 이미 지났으며, 즉각적이고 대대적인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이 없다면, 온도 상승폭을 섭씨 1.5도로 제한하자는 파리기후협약의 목표를 달성하기란 요원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오래전부터 회자돼온 '환경보호'라는 슬로건이 더는 기업과 국가의 캠페인, 또는 홍보 활동으로 진행될 게 아니라, 범세계적 차원에서 모든 주체에게 즉각적인 실천을 촉구하는 말로서 작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아울러 앞으로의 대응은 지금까지 취해온 소극적 방식인 '기후 완화'가 아니라, 적극적 방식인 '기후 적응'이 돼야 함을 요구한다. 실제로 오늘날 일어나는 기후 이변은 역대 최고치를 잇따라 갱신하고 있으며, 이는 지금껏 인류가 수집해 온 과거 데이터에 기반한 대응으로는 분명한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설사 지난 수십 년간 온실가스에 관한 데이터를 수집해 왔을지라도 그것은 앞으로 10년 동안의 온실가스 증가량을 가늠케 하는 충분한 지표가 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심지어 온실가스 증가로 인해 다음 1년 동안 어떤 재난이 어느 지역에서 어느 정도 수준으로 터질지조차 예측할 수 없다. 그만큼 현재 진행되고 있는 기후 위기는 그 규모 면에서나 속도 면에서 우리의 예상을 모두 벗어나 있다.

미국 상원은 지난 810, 1조 2천억 달러 규모의 사회기반시설(인프라) 법안을 통과시켰다. 해당 법안에는 5,500억 달러 규모의 신규 지출이 포함돼 있는데, 주로 기후 변화와 관련해 미국 인프라를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구체적으로는 도로‧교량‧고속도로의 교체 및 수리에 1,100억 달러, 여객‧화물 철도 활성화에 550억 달러, 미국 전역의 납 파이프를 교체하는 등 상수도 문제 해결에 550억 달러, 국가 전력망 현대화에 650억 달러의 예산이 배정됐다. 산불‧가뭄‧해안 침식‧폭염 등 직접적인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470억 달러의 예산이 쓰일 계획이다. 다만 친환경 차 보급 확대를 위해 친환경 버스와 페리에 75억 달러, 전국 전기차 충전소 설비에 75억 달러의 예산을 마련했는데, 이는 전기차와 전기차 충전 인프라에 1,580억 달러의 예산안을 할당했던 기존 안에 비해서는 미미한 수준이었다.

이번 인프라 법안은 지역사회와 시민들이 기후 변화로 초래되는 재난에 대비할 수 있도록 과거 데이터보다는 새로운 가정에 기반해 인프라를 설계하고, 시스템 역시 기후 위기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현대화하는 방안을 포함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에서 보듯, 전 세계 정책 결정자들은 앞으로 어떤 정책 결정을 내리든 기후 변화의 영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중앙정부와 지자체뿐만이 아니다. 기업들 역시 기존의 공급망을 재평가하고 재구조화해야 할 필요성에 직면했으며, 시민 사회에서도 재화의 사용과 소비, 폐기물 배출에 있어 기존보다 더 환경적인 측면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경각심이 확산되고 있다. 그만큼 기후 변화는 전 세계 모든 주체가 당면한 문제로서 실질적인 계획 수립과 실천을 요구하고 있다.

물론 직접적인 기후 위기에 노출되지 않은 지역의 시민이라면, 현재 화두가 되고 있는 기후 변화에 대해 소극적인 반응을 보일 수도 있다. 특히 중위도 지역에 위치한 우리나라의 경우, 기후 변화로 인한 물리적 피해에 크게 노출되지 않아 시민들의 반응이 다소 미온적일 수 있다. 단기적으로 가시화되는 재난 상황보다는 오랜 시간에 걸쳐 점진적으로 진행되는 지구 온난화 등이 실제 시민들이 체감하는 기후 위기의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후 위기는 한 지역의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해당 지역 주민들의 건강과 가정, 일자리를 잃게 하는 정도의 위험이 아니라, 한 국가, 나아가 다수 국가의 전반적인 시스템 마비까지 초래할 위험성을 늘 잠재하고 있다.

일례로 독일 국립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7월 독일을 중심으로 인근 지역에 단 이틀 만에 2개월 동안 내릴 법한 규모의 강우가 쏟아졌다. 이때 발생한 강우량은 100~150mm를 기록했으며, 독일, 벨기에,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등의 여러 국가가 시기적절하게 조기 경보를 발령했음에도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기존 배수 시스템을 넘어선 강우량이 여러 지역에 동시다발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이다.

이외에도 유럽에서는 1970년부터 2019년까지 50년간 총 1,672건의 재해가 발생해 159,438명의 사망자와 4,765억 달러 규모의 경제적 피해가 발생했다. 또 최근에는 기상 이변이 예상을 웃도는 수준으로 심화됨에 따라, 단순한 인명 및 경제적 피해를 넘어, 일시적으로나마 국가 시스템이 마비될 정도의 사건이 빈번해지고 있다.

기후 변화가 전방위적인 문제라는 것은 이제 자명한 사실이다. 최근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을 필두로 세계 각국의 이름 있는 단체가 줄줄이 내놓는 경고성 발언을, 그저 친환경 산업이라는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기 위한 경제 논리에 따른 세력 다툼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지나치게 편협한 생각이다. 설사 그런 측면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을지라도, 중장기적으로 볼 때 기후 변화는 인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이다.

마다가스카르의 예에서 볼 수 있듯, 자연은 인간적인 잣대로 책임을 묻지 않는다. 설령 나와 내가 속한 지역이 기후 변화에 아무런 책임이 없을지라도, 기후 위기는 얼마든지 파괴적인 모습으로 불시에 나와 내 가족을 찾아올 수 있다. 나는 생존을 위협받고, 내 가족은 건강과 일자리를 잃게 되며, 내가 사는 지역공동체는 아무런 준비도 못한 채 고스란히 기후 위기가 촉발한 환경·사회·경제적 문제에 노출될 수 있다. 따라서 본인의 잇속 챙기기에 급급한 정책 결정자들이 아직도 환경과 관련된 방안 마련에 더딘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 그들을 채찍질해 마땅히 할 바를 하도록 하는 것이 시민으로서 진정한 의무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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