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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색경제

다윈의 '진화론'두통거리, ‘진화의 시계’가 풀어줄 수 있을까

‘분자시계(molecular clock)’ 이론은 문제를 푸는 새로운 열쇠로 주목

다윈의 '진화론'두통거리, ‘진화의 시계’가 풀어줄 수 있을까
삼엽충 같은 딱딱한 껍질을 가진 동물은 연체 동물보다 화석화되기 훨씬 쉽다.
삼엽충 같은 딱딱한 껍질을 가진 동물은 연체 동물보다 화석화되기 훨씬 쉽다.

복잡한 동물의 기원은 진화생물학에서 가장 오래된 수수께끼 중 하나다. 약 5억3,800만 년 전 캄브리아기 지층에서 갑작스럽게 등장하는 동물 화석들은 과학자들을 지금까지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머리와 꼬리를 가진 벌레형 생물이 남긴 흔적 화석인 '트렙티크누스(Treptichnus)'를 시작으로, 절지동물의 조상, 껍질을 지닌 연체동물, 불가사리와 성게의 선조까지 전혀 다른 계통의 생물들이 거의 동시에 출현한다. 이처럼 이전 지층에서는 거의 보이지 않던 복잡한 생명체들이 짧은 지질학적 시간 안에 집중적으로 나타난 현상은 ‘캄브리아기 대폭발’로 불린다.

이 문제는 진화론을 정립한 찰스 다윈에게도 큰 고민이었다. 다윈은 1859년 출간한 '종의 기원'에서 “만약 나의 이론이 옳다면, 태고의 장구한 시간 동안 세계는 생명으로 가득 차 있었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왜 그러한 원시 생물의 흔적이 화석으로 남아 있지 않은지에 대해 “만족스러운 답을 제시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점진적 변화에 기반한 자연선택 이론과, 지질 기록 속 ‘갑작스러운 등장’ 사이의 간극은 이후 한 세기 반 동안 이어진 논쟁의 핵심이었다.

20세기 후반 등장한 ‘분자시계(molecular clock)’ 이론은 이 문제를 푸는 새로운 열쇠로 주목받았다. 유전자 변이가 일정한 속도로 축적된다는 가정에 따라, 두 종 사이의 유전적 차이를 계산하면 공통 조상이 언제 살았는지를 추정할 수 있다는 개념이다. 이 방법을 적용한 초기 연구들은 복잡한 동물의 공통 조상이 무려 12억 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는 결론을 내놓기도 했다. 이후 분석 기법이 정교해지면서 현재는 약 5억7천만 년 전으로 추정치가 조정됐지만, 여전히 최초 화석 기록보다 약 3천만 년 앞선다.

이 ‘3천만 년의 공백’은 한편으로 다윈의 점진적 진화를 옹호하는 근거로 해석돼 왔다. 화석으로 남지 않았을 뿐, 오랜 시간 동안 미세하고 연약한 동물들이 서서히 분화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 기간 동안 단 하나의 확실한 화석 증거도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일부 학자들은 초기 동물들이 너무 작고 말랑말랑해 화석화되기 어려웠고, 산소 농도 상승 등 환경 변화로 몸집이 커지면서 비로소 화석으로 남기 시작했다고 주장해 왔다.

최근 고생물학자 그레이엄 버드와 수학자 리처드 만이 제시한 새로운 연구는 이 논쟁에 다른 방향의 해법을 내놓는다. 이들의 핵심 주장은 분자시계가 항상 일정한 속도로 ‘똑딱거리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대규모 생물군이 처음 등장하는 시기에는 진화 속도가 일시적으로 빨라져, 유전자 변화가 평상시보다 더 빠르게 축적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만약 분자시계가 이처럼 가속된다면, 유전적 차이를 바탕으로 계산한 조상의 연대는 실제보다 더 오래된 것으로 나타나게 된다.

이 가설은 복잡한 동물들이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빠르게 다양화되면서도, 화석 기록과 큰 시차 없이 등장할 수 있었음을 설명한다. 즉, 분자시계의 ‘속도 조절’을 고려하면 캄브리아기 대폭발은 더 이상 다윈 이론의 예외가 아니라, 진화 과정의 자연스러운 한 국면으로 이해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러한 접근이 동물 진화뿐 아니라, 꽃식물의 기원이나 초기 포유류가 공룡과 공존했는지 여부 같은 다른 진화 논쟁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본다.

아직 이 이론은 추가 검증이 필요하지만, 진화의 시간표를 다시 쓰게 만들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다윈이 생전에 풀지 못했던 ‘화석 기록의 공백’이라는 난제가, 21세기 과학을 통해 새로운 해석의 문을 열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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