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정밀 로봇과 인공지능(AI)의 진화 이후 전세계 과학자들은 사람의 생체를 모방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사람의 각종 장기의 특장점을 정밀하게 모사해 각종 IT(정보기술) 기기의 성능을 더욱 고도화하기 위해서다.
귀도 그 중의 하나다. 최근 국내외 과학자들 사이에서 사람 귀의 달팽이관을 모방한 청색기술 개발이 한창이다. 달팽이관은 귀의 가장 안쪽에 위치해 소리의 진동(주파수)을 전기신호로 바꿔 뇌로 전달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나선형으로 감긴 달팽이관을 펼치면 내부 관을 따라 아주 얇은 세포 경계막인 기저막이 존재한다. 기저막은 얇고 폭이 넓은 기저부에서 꼭대기로 올라갈수록 좁고 두껍다. 이러한 독특한 형상 덕분에 사람은 주파수 대역별로 구분해 다양한 소리를 감지할 수 있다.
사람의 달팽이관을 정밀 모사해 다양한 주파수 검출이 가능한 초정밀 음향센서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생체모방 기술을 활용한 '인공 귀'가 등장한 것이다.
고려대 한창수교수·전은석 박사가 주도하는 연구팀은 최근 생체 기저막의 3차원 구조특징을 효과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 달팽이관의 기저막 형상을 정밀 모사하는 데 성공했다고 24일 밝혔다.
연구팀이 개발한 이 기술은 달팽이관의 기저막처럼 방향에 따라 폭이 변하도록 인공 기저막 구조를 설계하고 나선형 구조를 적용해 면적 대비 길이를 최대한 길게 만둘어 주파수 대역을 크게 확장한 것이 특징이다.
현재 국내외적으로 생체모방 음향 센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지만, 기존 센서는 주파수 대역이 좁고 대역 분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소리를 정밀 검출 및 분석하는 데 한계가 뚜렷했다.
연구팀은 사람 달팽이관의 기저막과 청각 신경을 정밀하게 모방해 24개의 압전 센서(압력을 전기로 변환하는 센서) 모듈을 부착하는 방식으로 24개의 독립적인 주파수 대역을 구현해 이를 완벽히 극복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렇게 개발한 무전원 음향 센서를 사용해 실제 도로를 달리는 버스, 자동차, 트럭, 오토바이 등 고속·고중량 차량의 주행음을 정밀 분석한 결과 소리만으로 차량의 종류를 구별할 수 있는 수준까지 도달했다. '인공 귀'로 불러도 손색없는 기술이다.
소음이 많은 다양한 환경에서 위험 신호를 미리 감지해 사고에 대비할 수 있는 조기 경보 시스템에 활용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보청기를 착용해도 청력이 나아지지 않는 난청 환자들에게도 희소식이다. 연구팀을 이끌고 있는 한창수 교수는 "이 기술이 인공 와우 등 청각 보조장치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 지난달 17일자에 게재됐다.
한편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연구팀이 2022년 3월 사람 동작, 촉감, 소리를 인식해 기계에 전달할 수 있는 달팽이관 모방 센서를 개발하는 등 국내 과학계에도 '인공 귀' 연구가 활발하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