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청색경제

도심 유리창에 부딪힌 부엉이...연간 800만 마리 '윈도 스트라이크' 피해

서울 종로구 고층건물서 발견...조류 충돌 방지 제도화 필요성 재확인

도심 유리창에 부딪힌 부엉이...연간 800만 마리 '윈도 스트라이크' 피해
17일 서울 종로구 수송동 고층 건물 유리창에 부딪혀 바닥에 떨어진 부엉이가 어리둥절한 모습으로 앉아 있다. 건물 외벽의 유리에 하늘이나 나무 등 주변 환경이 비치면서 조류가 장애물로 인식하지 못하고 충돌하는 '윈도 스트라이크'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17일 서울 종로구 수송동 고층 건물 유리창에 부딪혀 바닥에 떨어진 부엉이가 어리둥절한 모습으로 앉아 있다. 건물 외벽의 유리에 하늘이나 나무 등 주변 환경이 비치면서 조류가 장애물로 인식하지 못하고 충돌하는 '윈도 스트라이크'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17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수송동의 한 고층 건물 앞 바닥에서 부엉이 한 마리가 발견됐다. 건물 유리창에 부딪힌 것으로 추정되는 이 부엉이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바닥에 앉아 있었다.

이는 건물 유리창이나 투명 방음벽에 야생조류가 충돌하는 '윈도 스트라이크(Window Strike)' 사고의 전형적인 사례다. 국내에서는 연간 800만 마리의 조류가 이러한 인공구조물 충돌로 목숨을 잃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환경부와 국립생태원이 2018년 발표한 '인공구조물에 의한 야생조류 폐사 방지 대책 수립'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투명 유리창·방음벽 등 인공구조물에 충돌해 폐사하는 야생조류가 하루 2만여 마리, 한 해 800만여 마리에 달한다.

이 중 건물 유리창에 의한 폐사가 765만 마리로 대부분을 차지하며, 투명 방음벽에 의한 조류 피해는 23만 마리로 집계됐다. 건축물에서 발생하는 피해가 방음벽보다 30배가량 많은 셈이다.

윈도 스트라이크는 조류가 투명한 유리창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유리에 반사된 하늘, 나무 등 주변 환경을 실제 자연으로 착각해 발생한다. 건물 외벽의 유리에 주변 경관이 비치면 조류는 이를 장애물로 인식하지 못하고 그대로 날아가 충돌하게 된다.

조류는 대부분 눈이 머리 측면에 위치해 전방 거리 감각이 떨어진다. 천적을 빨리 보기 위해 측방 시각이 발달했지만, 상대적으로 바로 앞의 물체를 인식하는 능력이 약하다.

게다가 조류는 평균 36~72㎞/h의 빠른 속도로 비행하기 때문에 충돌 시 충격이 매우 크다. 비행을 위해 두개골이 스펀지 구조로 되어 있고 뼈가 얇아 유리창 충돌 시 대부분 치명적인 부상을 입거나 즉사한다.

국립생태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리창과 충돌한 새는 잠시 기절하거나 가벼운 상처만 입는 경우도 있지만, 많은 경우 충격으로 인한 뇌내출혈이나 타박상으로 목숨을 잃는다.

자연관찰 플랫폼 '네이처링' 내 '야생조류 유리창 충돌조사' 미션에 기록된 데이터에 따르면, 2017년 4월부터 2023년 4월까지 조사된 서울시내 유리창 새 충돌사고만 2558건에 달한다.

멧비둘기가 유리창 충돌로 죽는 새 가운데 가장 많은 종으로 확인됐다. 연중 번식을 하기 때문에 개체수가 많고, 조류 로드킬이 주로 발생하는 숲이나 들판 인근 건물과 서식지가 겹치기 때문이다.

멸종위기종도 윈도 스트라이크 피해를 입고 있다. 매, 수리부엉이, 긴꼬리딱새 등 멸종위기종을 포함한 다양한 야생조류가 지속적으로 유리창 충돌로 폐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시는 지난 2023년 7월 '서울특별시 야생조류 충돌 방지 조례'를 별도 제정했다. 2025년 3월에는 야생조류 충돌 피해를 줄이기 위한 구조물 설치 사업도 시작했다.

서울시는 야생조류 충돌 방지 사업을 통해 선정된 장소에 최대 1000만 원 이내의 '5㎝×10㎝' 간격 점이 찍혀있는 충돌 방지 테이프를 지원하고 있다.

'5×10 규칙'은 환경부가 권장하는 조류 충돌 방지 방안이다. 상하 5㎝, 좌우 10㎝ 간격으로 조류가 인식할 수 있는 무늬를 유리창에 적용하는 것이다. 국립생태원 김영준 박사 연구진은 새들이 높이 5㎝, 폭 10㎝보다 좁게 점을 찍거나 선을 그으면 비행을 시도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착안해 이 규칙을 만들었다.

실제로 5×10 규칙에 따라 모든 유리창에 도트 필름을 붙인 국립생태원에는 조류 충돌 사건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조류 서식지 한복판에 설치된 국립생태원 관람객 휴게실은 충돌 위험도가 매우 높았지만 스티커 부착 이후 한 건의 충돌도 발생하지 않았다.

2022년 5월에는 국회에서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개정돼 2024년 1월부터 시행됐다. 이 법은 야생동물이 인공구조물에 충돌하거나 추락해 폐사하는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국가기관 등이 인공구조물을 설치·관리할 때 야생동물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규정했다.

환경부는 인공구조물로 인한 충돌·추락 등 야생동물 피해 현황 파악을 위한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피해가 심각한 인공구조물에 대해 피해방지 조치를 요청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

2021년 4월부터는 '소음진동관리법에 따른 방음시설의 성능 및 설치기준' 환경부 고시에 따라 새로 세워지는 투명 방음벽에 조류충돌 방지 기능이 있는 문양을 넣도록 의무화했다.

서울·경기·인천 등 전국 31개 지자체에서도 야생조류의 투명유리창 충돌을 막기 위한 조례안을 통과시켜 공공 건축물과 투명 방음벽에 스티커를 붙이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조례와 법안은 공공기관이 관리하는 건축물에 한정된다는 한계가 있다. 우리나라 건축물 720만 동 가운데 공공건축물 비율은 20%, 민간건축물은 80% 정도로, 대부분의 건축물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환경부가 2020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건축물·투명방음벽 조류 충돌 방지 테이프 지원 사업'도 실제 조치를 취한 기관이 연평균 16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단체들은 보다 실효성 있는 방안이 마련될 수 있도록 정부 및 관련기관의 적극적인 실태조사와 관리를 요청하고 있다.

녹색연합은 2019년부터 '새친구 캠페인'을 진행하며 유리의 투명성 또는 반사성 때문에 죽어가는 새를 보호하기 위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유리창에 점을 찍거나 스티커를 붙이는 방법, 조류 충돌 지점과 종류를 기록하고 모니터링하는 작업 등이 진행 중이다.

이화여대 동아리 '윈도우 스트라이크 모니터링 팀'은 2019년부터 교내에서 발생하는 조류 충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충돌 사례를 수집하고 문제가 자주 발생하는 건물에 저감조치를 하도록 학교에 요청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건축물 설계 단계부터 조류 충돌을 예방할 수 있는 구조로 지어지도록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강조한다. 기존 구조물에 필름이나 스티커를 붙이는 방식은 자외선과 바람 등으로 노후화되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 캐나다, 스위스 등에서는 건축물 관련 규정에 조류 충돌 방지를 제도화하고 가이드라인을 발간하며 충돌 방지 제품 인증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2011년 연방 조류 안전 건물법을 도입해 공공 건축물 건설 과정에서 조류 충돌을 방지하도록 하고 있다.

이수연 서울시 정원도시국장은 "야생조류 충돌 방지사업을 통해 서울에서 인공구조물로 인한 야생조류의 충돌을 감소시키고 시민의 조류 충돌 방지 필요성에 대한 인식을 높일 계획"이라며 "서울이 사람과 야생생물이 공존할 수 있는 생물 다양성이 강화된 정원도시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시민들도 자발적으로 조류 충돌 방지에 참여할 수 있다. 자택이나 사무실 유리창에 스티커를 붙이거나,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조류 충돌 피해를 기록하고 모니터링하는 작업에 참여하는 방법이 있다. 2012년부터 지난해 1월까지 시민들이 앱을 통해 수집한 조류 충돌 피해 건수만 약 1만 9000건에 달한다.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