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는 8개 다리에 2000개가 넘는 빨판으로 먹이를 잡고 바위에 지탱하기도 한다. 다른 동물과 달리 신경세포가 뇌보다 다리에 더 많이 집중돼 먹이감의 맛을 보기도한다.
문어의 빨판은 오래전부터 과학자들의 주 연구대상 중 하나였다. 문어의 부드러운 빨판이 불규칙한 표면에 유달리 잘 흡착하는 기능과 모양, 그 원리를 첨단 기술과 산업 분야에 응용하기 위해서다.
문어 빨판을 모방한 패치가 뷰티상품으로 출시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뷰티 스타트업 미메틱스(대표 박형기)가 개발한 문어 빨판 흡착 패치제가 바로 그것이다.
문어 빨판은 둥근 돔 형태로 빨판을 표면에 놓으면 밀폐된 공간이 생긴다. 문어가 빨판 주변의 근육을 수축시키면 밀폐된 공간의 압력이 감소해 흡입력이 발생하는 음압 환경이 만들어진다.
이 패치제의 피부에 닿는 면에는 지름 3㎜ 이하인 작은 돔들이 붙어있다. 피부에 화장품을 바르고 그 위에 패치제를 붙이면 문어 빨판처럼 돔들이 음압을 발생시켜 화장품의 흡수력을 높이도록 고안됐다.
문어 빨판 흡착 패치제는 박 대표의 스승이자 미메틱스의 기술 자문역인 성균관대 화학공학과 방창현 교수 연구팀이 2015년부터 연구하기 시작해 2017년 특허를 냈다.
미메틱스는 이를 상용화해 내년 상품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미 미국, 프랑스, 일본 등 글로벌 화장품 업체들과 제품을 생산, 공급하는 계약까지 맺은 상태이다.
박 대표는 "아무리 좋은 화장품이라도 피부층을 뚫고 들어가지 못하면 소용없다"고 전제하며 "문어빨판패치는 피부층에 물리적으로 공간을 만든 뒤 그 안으로 화장품이 스며들어 최대한의 효과를 내도록 도와준다"고 말했다.
미메틱스는 자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기술을 개발하는 청색기술 스타트업으로 주목받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문어 빨판 패치 외에도 환경에 따라 색이 변하는 카멜레온에서 영감을 받아 주변 치아 색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카멜레온 레진도 개발했다.
문어 빨판의 원리는 의료계에서도 모방이 활발하다. 최근 문어에서 영감을 얻은 패치로 환자의 피부에 해를 끼치지 않으면서도 치료효과를 높일 수 있는 실험적인 새로운 의료용 패치가 등장해 관심을 끌고 있다.
대부분의 의료용 패치는 접착 화학물질, 즉 접착제를 사용해 일시적으로 피부에 붙인다는 점에서 반창고와 매우 유사하다. 하지만 화학 물질로 인해 피부가 자극을 받아 가려움증, 발적, 염증, 물집 등의 부작용이 생기기도 한다. 접착제가 젖으면 접착력이 떨어지는 경우도 많다. 특히 패치를 떼어낼 때 아프고, 패치를 다시 붙이면 잘 붙지 않는 단점이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킹압둘라과학기술대(KAUST)의 과학자들은 덜 자극적이고 덜 아프며 더 견고하고 재사용이 가능한 패치 개발을 위해 문어 빨판에 활용했다. 문어 빨판이 화학 물질을 사용하지 않고도 표면에 반복적으로 부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수중에서도 부착할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한 것이다.
연구진은 ‘접착식 소형 문어형 빨판(AMOS: adhesive miniaturized octopus-like suckers)’ 패치를 만들기 위해 광경화성 수지가 담긴 통에 자외선 레이저를 선택적으로 조사해 물체를 만드는 3D프린팅 기술을 사용했다.
연구진은 구불구불한 선으로 얽힌 작은 돔 형태의 재료에 폴리디메틸실록산(PDMS)이라는 생체 적합성 폴리머를 액체 형태로 금형에 도포한 다음 경화되면 고체 탄성 형태로 벗겨냈다. 이렇게 해서 결과물인 패치에서 돔은 작은 빨판을 생성하고 선들은 패치 가장자리까지 이어지는 작은 채널을 생성했다.
완성된 AMOS 패치를 사람의 피부에 눌렀을 때 빨판은 각각의 아래에 작은 진공을 형성하여 표면에 단단히 밀착됐다. PDMS 자체에 어느 정도 접착력이 있는 미세 구조가 있다는 사실은 패치를 붙이는 데 도움이 됐으며, 동시에 고통 없이 제거할 수 있었다. 특히 채널은 모세관 작용을 통해 패치 아래에서 수분을 배출해 피부가 숨을 쉴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사실도 입증했다.
연구를 주관한 수석 과학자 나젝 엘-아탭 조교수는 “우리의 목표는 웨어러블 건강 모니터링 및 진단 기술을 혁신할 수 있는 포괄적이고 다재다능한 피부 부착형 기기를 개발하는 것”이라면서, “실제 의료 응용 분야에서 효능을 검증하기 위해 광범위한 임상 시험을 수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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