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장어 전 종을 국제 거래 규제 대상인 멸종위기종에 포함하려는 유럽연합과 파나마의 제안이 최종 부결되면서 국내 양식업계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정부가 40여 개국과의 외교 협의를 통해 광범위한 지지를 이끌어낸 결과다.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해양수산부, 외교부, 산림청으로 구성된 정부대표단은 5일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개최된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의 국제 거래에 관한 협약' 제20차 당사국총회 본회의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고 밝혔다. 수석대표는 유호 국립생물자원관장이 맡았다.
특히 우리나라가 핵심 의제로 대응했던 '뱀장어속 전 종의 사이테스 부속서 Ⅱ 등재 제안'이 최종 채택되지 않아 완전히 부결됐다. 사이테스는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의 국제 거래에 관한 협약을 뜻하는 영문 약자다.
해당 제안서는 유럽연합과 파나마가 공동 제출한 것으로 뱀장어속 모든 종에 대한 국제거래 규제를 강화하자는 내용이다. 앞서 11월 27일 표결에서 찬성 35개국, 반대 100개국, 기권 8개국으로 큰 표 차이로 부결된 바 있으며, 이번 총회에서도 이 결정이 그대로 유지되어 최종 부결로 확정되었다.
유럽연합과 파나마는 이미 부속서 Ⅱ에 등재된 유럽산 뱀장어 보호를 위해 이와 형태가 비슷한 모든 뱀장어류의 국제 거래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 미국, 캐나다 등 다수 국가는 과학적 근거 부족과 과도한 규제 확대 등을 이유로 반대 입장을 제시했다.
정부대표단은 표결 이후에도 유럽연합 및 파나마의 제안서 재상정 가능성에 대비해 총회 최종 확정 전까지 제안국의 동향을 살피고 협력국과의 실무간 협의를 지속해왔다.
우리나라는 뱀장어 인공종자 생산이 어려워 양식에 필요한 실뱀장어의 약 8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해당 제안이 채택될 경우 실뱀장어 거래 비용 급증 등이 우려되어 정부는 등재 반대 입장을 개진했다.
뱀장어속 전종의 사이테스 부속서 Ⅱ 등재 부결은 40여 개 당사국과의 양자·다자 협의를 통해 광범위한 지지를 이끌어낸 결과다. 정부대표단은 우리나라의 뱀장어 자원관리 노력, 뱀장어 신속 종판별 간이키트 개발, 동북아 협의체를 통한 협력 체계 구축, 유엔식량농업기구 전문가 자문단의 부속서 Ⅱ 등재 기준 미충족 평가 결과 등을 근거로 회의 전 과정에서 과학 기반의 반대 입장을 일관되게 제시해왔다.
또한 대표단은 미국, 캐나다, 온두라스 등 12개국과의 고위급 양자 회담과 30개국 이상과의 실무급 회담을 통해 우리의 입장을 설명하고 제안안 반대를 위한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적극적인 외교 노력을 기울였다.
현재 국내 뱀장어 양식장은 614개소로 연간 1만6000톤, 5139억 원의 생산량을 기록하고 있다. 뱀장어는 내수면 양식산업의 핵심 자원으로 만약 부속서 Ⅱ에 등재될 경우 수출국 정부가 발행하는 수출허가서가 있어야만 국제거래가 가능해 실뱀장어 수급에 큰 차질이 우려됐다.
한편 총회에서는 다른 멸종위기종들에 대한 결정도 이뤄졌다. 브라질은 고급 현악기 활 소재인 '브라질나무'의 국제거래 전면 금지를 제안했으나 협의 결과 야생 개체에 한해 국제거래를 금지하는 것으로 조정되었다. 또한 이 나무로 만든 악기 등을 비상업적 목적으로 다른 나라로 이동시키는 경우 기존과 같이 사이테스 규제를 적용하지 않기로 하였다.
또한 오카피, 칠레와인야자 등 일부 국가에만 제한적으로 서식하는 고유종의 국제거래 금지가 채택되었다. 오카피는 콩고민주공화국에만 서식하는 희귀 포유류로 기린과에 속하지만 외형은 얼룩말을 닮았다.
고래상어 및 쥐가오리과 전종에 대해서도 국제거래 금지 및 일부 까치상어류 등 연골어류 종에 대한 규제 강화가 함께 의결되었다. 사이테스 부속서 Ⅰ에 등재되면 학술·연구 목적을 제외한 상업용 목적의 수출입이 제한된다.
이번 당사국총회는 기후에너지환경부, 해양수산부, 외교부, 산림청 등 관계부처가 유기적으로 협력하여 국제사회에 우리 정부의 과학적이고 책임 있는 입장을 효과적으로 전달한 계기가 되었다.
정부는 앞으로도 멸종위기종 보전과 지속가능한 이용을 위해 국제 협력에 계속 참여하고 관련 부처 간 협업 체계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제20차 사이테스 당사국총회에서 결정된 사항은 총회 공식 웹사이트에 조만간 게시될 예정이며 별도 조건이 없는 경우 회의 종료 90일 후인 2026년 3월 4일부터 발효된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국제적 멸종위기종 목록에 관한 고시 제정 등 국내 제도 정비를 차질 없이 추진할 계획이다.
사이테스는 1973년 미국 워싱턴에서 80개국 대표 회의 결과에 의해 체결되어 워싱턴 협약으로도 불린다. 불법거래나 과도한 국제거래에 의해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을 보호하기 위해 수출입국이 상호 협력하여 국제거래를 규제하는 것이 목적이다. 대한민국은 1993년 7월 협약에 가입했다.
사이테스 부속서는 Ⅰ, Ⅱ, Ⅲ로 분류된다. 부속서 Ⅰ은 멸종위기에 처한 종으로 상업적 목적의 국제거래가 금지되며, 부속서 Ⅱ는 현재 멸종위기에 처해있지는 않으나 국제거래를 엄격하게 규제하지 않으면 멸종위기에 처할 수 있는 종이다. 부속서 Ⅲ은 자국 내에서 보호가 필요한 종으로 다른 국가의 협력이 필요한 경우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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