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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색경제

'사이클론 세냐르' 수마트라 강타…홍수·산사태로 836명 사망·실종

북수마트라·서수마트라·아체 3개 주 집중 피해…도로·다리 끊기고 통신망 마비

'사이클론 세냐르' 수마트라 강타…홍수·산사태로 836명 사망·실종
4일 인도네시아 아체 주 베네르메리아 지역의 돌발 홍수로 피해를 입은 논밭 한가운데 한 남성이 서 있다. . [사진=차이디르 마히우딘/AFP]
4일 인도네시아 아체 주 베네르메리아 지역의 돌발 홍수로 피해를 입은 논밭 한가운데 한 남성이 서 있다. . [사진=차이디르 마히우딘/AFP]

믈라카 해협에서 이례적으로 형성된 사이클론이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을 강타하며 사망·실종자가 836명에 달하는 초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후와 수십 년간 지속된 산림 파괴가 결합하며 피해 규모가 대폭 확대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도네시아 국가재난관리청은 4일 사이클론 세냐르가 몰고 온 집중 호우로 발생한 홍수와 산사태로 수마트라섬 북부 3개 주에서 최소 744명이 숨지고 551명이 실종됐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말 시작된 폭우는 일주일 넘게 이어졌으며, 구조 작업이 진행되면서 사망자 수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이는 인도네시아가 2018년 술라웨시 지진 이후 겪은 최악의 자연재해로 기록됐다.

피해는 북수마트라주, 서수마트라주, 아체주 등 3개 주에 집중됐다. 특히 북수마트라주 타파눌리 지역에서는 전체 사망자의 약 4분의 1이 발생했다. 서수마트라주 아감 지역 3개 마을에서는 80명이 매몰돼 여전히 실종 상태다. 아체주에서는 주도 반다아체와 남부 지역을 잇는 다리가 무너져 고립된 마을이 속출했다.

홍수와 산사태로 2600여 명이 부상했고 약 57만 명이 집을 잃었다. 도로와 철도가 끊기고 통신망이 마비되면서 3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접근로가 끊기고 통신이 두절된 지역도 많아 구조대가 아직 들어가지 못한 곳도 여러 곳에 달한다.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1일 북수마트라를 긴급 방문해 피해 현장을 직접 점검했다. 수비안토 대통령은 "정부의 우선순위는 필요한 지원금을 즉시 보내는 것"이라며 "신의 뜻대로라면 우리가 도달할 수 있는 고립된 마을이 여러 군데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구호 활동을 돕기 위해 헬리콥터와 항공기를 배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자카르타에서 군함을 띄워 구호물자를 수송하고 있다. 내각 장관 테디 인드라 위자야는 헬기 11대가 파견돼 피해 지역, 특히 육로 접근이 끊긴 지역에 물자를 수송 중이지만 예측할 수 없는 날씨 탓에 구호 작전이 자주 방해받고 있다고 밝혔다. 식량조정부 장관 줄키플리 하산은 재해 지역에 물자 및 생필품을 필요량의 2배로 공급하라고 지시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구호품이 도달하기 전 주민들이 식량과 물을 구하기 위해 상점에 침입하는 일도 발생했다. 인도네시아 경찰은 이에 대해 "약탈은 물자 지원이 도달하기 전에 발생했다"며 "주민들이 굶주릴까 두려워해 일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재난의 원인으로는 믈라카 해협에서 발생한 이례적인 열대성 폭풍이 지목됐다. 지난달 25일 형성된 사이클론 세냐르는 26일 자정 무렵 수마트라섬 북부에 상륙했다. 믈라카 해협은 적도와 가까워 통상 사이클론이 형성되지 않는 지역으로, 세냐르는 2001년 태풍 와메이 이후 이 해역에서 기록된 두 번째 열대저기압이었다.

호주 센트럴퀸즐랜드대 환경지리학과 스티브 터튼 교수는 "일반적으로 사이클론은 적도 바로 근처에선 형성되지 않는데 세냐르는 말라카해협 적도 바로 북쪽에서 생성됐다"며 "세냐르가 사이클론에 익숙하지 않은 인도네시아 등지를 지나며 인명 피해가 커졌다"고 분석했다. 필리핀 인근에서 형성돼 베트남 쪽으로 서진한 태풍 고토와 세냐르의 이례적 상호작용 탓에 강수량이 더 많아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가 이번 재난의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터튼 교수는 "기후변화가 이번 열대성 폭풍들을 강화했다고 단언할 순 없지만,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온실가스 증가는 지구의 대기 및 바다 온난화 속도를 가속화하고 사이클론은 따뜻한 바다에서 더 많은 에너지를 얻는다"고 설명했다.

수십 년간 이어진 무분별한 산림 파괴도 피해를 키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타파눌리 지역 행정 책임자 구스 이라완 파사리부는 "사이클론 때문도 있지만 숲이 잘 보전돼 있었다면 이렇게 끔찍한 결과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마트라섬은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많은 산림이 파괴된 지역"이라며 "홍수의 가장 큰 원인은 지구 온난화이지만 산림 파괴도 부차적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환경단체 글로벌 포레스트 워치에 따르면 북수마트라주에서는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산림 160만 헥타르가 사라졌다. 이는 수마트라섬 전체 산림 면적의 28%에 해당하는 규모다. 산림 파괴 감시 단체 누산타라 아틀라사 설립자 데이비드 가보는 "같은 기간 수마트라섬 전체에서 산림 440만 헥타르가 사라졌다"며 "이는 스위스 면적보다 더 큰 규모"라고 지적했다.

팜유 생산을 위한 기름야자 농장 조성 과정에서 많은 자연림이 개간됐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최대 팜유 생산국이다. 내년부터 북수마트라주 바탕 토루에서 가동될 대규모 수력발전소 건설 과정에서도 산림이 크게 훼손됐다. 현지 환경단체 JATAM은 "자원 채굴 산업에 의해 상류 생태계와 유역이 파괴되면서 나온 결과"라고 비판했다.

프라보워 대통령은 이번 홍수와 산사태로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하자 "산림 벌채와 산림 파괴를 반드시 막아야 한다"며 "숲을 보호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기후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지방 정부는 환경 보호 및 향후 기후 변화로 인해 발생한 극단적 기상 조건 대비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인도네시아 환경부는 수마트라섬에서 벌목 행위를 벌인 업체 8곳을 소환해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또 벌목 업체에 내준 허가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산림부 장관 라자 줄리 안토니는 "경제와 생태 사이의 균형추가 경제 쪽으로 지나치게 기울어졌다"며 "중심점을 되돌려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약 1만7000개의 섬으로 이뤄진 인도네시아에서는 보통 10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우기가 이어지며, 이 기간에 홍수와 산사태가 자주 일어난다. 기상 전문가들은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태풍이나 열대성 폭풍이 더 잦아졌고 강도마저 세지면서 피해가 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라니냐 현상이 이번 재난의 원인 중 하나라고 지목했다. 라니냐는 적도 부근 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낮아지는 현상이다.

비슷한 시기 동남아시아 전역이 폭우에 시달렸다. 태국 남부에는 300년 만에 기록적 폭우가 쏟아져 181명이 숨졌다. 특히 말레이시아와 가까운 남부 송클라주에서만 131명이 사망했다. 스리랑카에서도 사이클론 디트와로 인한 홍수 피해가 심화되며 410명이 숨지고 336명이 실종됐다. 스리랑카 정부는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국제 사회에 지원을 호소했다. 동남아시아 전역의 사망자는 1000명을 넘어섰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홍수와 산사태로 인도네시아에서 110만 명가량이, 태국에서 300만 명가량이 피해를 당했다고 추산했다. 수하리안토 국가재난관리청장은 "많은 시신이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며 "사망자 수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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