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35년까지 히트펌프 350만대 보급을 목표로 제시하면서, 실현 가능성과 함께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시각이 교차하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 15일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 겸 성장전략TF를 통해 ‘히트펌프 보급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고 본격적인 전환 전략을 제시했다.
연간 수십만대 보급 목표…시장 형성은 아직 초기 단계
정부의 보급 로드맵에 따르면 1단계(2029년까지)는 약 42만대, 2단계(2035년까지)는 308만대 등 총 350만대 보급을 목표로 한다. 1단계 기간 동안 연평균 10만대, 2단계에선 연 50만대에 달하는 수준이다. 그러나 정부는 연간 동일 물량을 보급하는 방식이 아닌, 초기에는 소규모에서 시작해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방식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현실적인 시장 기반이 부족한 점을 우려하고 있다. 정부가 제시한 2022년 기준 공기열원 히트펌프 판매량 36만대는 대부분 냉방 중심의 ‘공기-공기 방식’이고, 이번 보급 전략의 핵심인 ‘공기-물 방식’ 난방용 히트펌프는 아직 통계조차 없는 초기 시장이다. 한 에너지 전문가는 “2030년 이후 대규모 보급을 계획하고 있지만, 공동주택 등 주요 적용처에서 제도적·기술적 기반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내년 2만5000대 보급 목표…단독주택·사회복지시설부터 착수
정부는 2025년부터 도시가스 미공급 지역의 단독주택, 마을 단위, 사회복지시설, 농업용 시설 등을 중심으로 우선 보급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제주·경남·전남 등 기온이 온화한 지역의 태양광 설치 주택을 대상으로 2580가구에 히트펌프를 설치할 예정이다.
또한 상수원관리지역 마을회관과 같은 공동시설에는 태양광과 히트펌프를 패키지로 결합해 10개소를 시범 운영하며, 점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사회복지시설 37개소에 전기화 설비를 도입하고, 수막재배를 포함한 농업시설에도 난방전환을 추진한다.
탄소중립 위한 필연적 선택…2035년 518만t 감축 기대
목표는 도전적이지만, 정부는 이를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필수 수단으로 보고 있다.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는 2018년 순배출량 대비 최대 61% 감축이며, 건물 부문에서는 최대 56.2%의 감축이 요구된다. 전체 에너지 소비 중 절반 이상이 난방과 급탕 등 ‘열부문’에서 발생하는 점을 고려할 때, 히트펌프 보급은 핵심 전략으로 평가된다.
기후부는 히트펌프 350만대 보급 시 2035년까지 온실가스 518만t 감축이 가능하다고 밝혔으며, 이 중 1단계에서 62만t, 2단계에서 456만t의 감축 효과가 예상된다. 이는 건물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을 최대 2280만t까지 낮춰야 하는 상황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치다.
보급 확산 위한 법·제도 정비 및 재정 지원 병행
정부는 성공적인 보급 확대를 위해 ▲부문별·단계별 전략적 보급 ▲보급 촉진을 위한 인센티브 제공 ▲화석연료 기반 제도 개선 ▲히트펌프 산업 생태계 기반 마련 등 4대 전략을 추진한다.
이와 함께 내년 2월까지 ‘공기열 히트펌프’를 재생에너지로 인정받기 위해 재생에너지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고, 에너지이용합리화법의 고효율기자재 고시에 가정용 ‘공기-물 히트펌프’를 포함시키는 방안을 병행할 예정이다.
공동주택 적용을 위한 건축기준 개정도 국토교통부와 협의 중이며, 광주 지역 아파트 117세대를 대상으로 한 실증사업이 이미 진행 중이다. 지역난방 연계형 대용량 히트펌프 및 산업용 고온 히트펌프 R&D도 동시 추진된다.
재정 측면에서는 초기 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부 보조금이 유지된다. 내년에는 단독주택 전기화, 사회복지시설 및 소상공인 고온설비 교체 등에 총 583억 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기후부 관계자는 “이번 목표는 정부의 강력한 탄소중립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시장 확대와 민간 참여를 통해 달성 가능성을 높이겠다”며 “내년도 사업 추진과 함께 제도 정비, 예산 확대 등을 병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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