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증가로 인한 지구의 평균 온도가 예상보다 빠르게 상승하며 연일 새로운 기록을 써내려가고 있다. 가마솥 더위가 전세계를 강타하며 폭염 사망자가 급증하는가하면 가뭄, 집중호우, 태풍 등 이상기후가 더 잦아지며 지구와 생태계를 위협한다.
유럽연합(EU) 기후감시기구인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 서비스(C3S)에 따르면 지난 21일(현지시간) 전 세계 지표면의 평균 기온이 17.09도로 최고치를 찍었다. 1940년 기후 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높은 기온이다.
지구의 온도가 평균적으로는 급상승하고 있음에도 반대로 온도가 낮아지는 곳도 있다. 대표적인 곳이 동태평양 지역이다.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로 지구의 평균온도가 가파르게 상승한 지난 수십 년간 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는 오히려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과학자들은 기후변화의 단초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란 기대속에서 너도나도 동태평양에 주목했다. 그런데, 대한민국 과학자들이 마침내 그 이유를 알아냈다.
극지연구소(소장 신형철)는 25일 1970년대 말 이후 열대 동태평양의 수온 하강 원인을 규명하는데 성공했다고 25일 밝혔다. 대부분의 기후모델이 재현하지 못한 동태평양의 이례적 현상의 원인을 찾아낸 것이다.
극지연구소에 따르면 1979년부터 2014년까지 관측된 태평양의 수온을 보면, 적도를 중심으로 태평양 중앙과 동쪽에서 낮아진 양상을 보인다.
수온 하락폭이 가장 큰 곳은 미국 캘리포니아에 인접한 바다로, 30여 년간 수온이 약 0.5도 낮아졌다. 평균온도가 0.5도가 낮아진 것은 굉장히 의미가 있는 일이다.
통상적으로 지역에 따라 기후변화의 영향은 다소 다르게 나타난다. 특히 차가운 심층의 물이 표층으로 올라오는 용승 현상 때문에 적도 동태평양의 수온 상승은 서태평양보다 느릴 수 있다. 하지만, 지구온난화에 역행하는 이같은 수온 하강 현상을 설명하기엔 부족하다.
극지연구소 연구팀은 이같은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 하강 경향의 주 원인으로 자연변동성을 지목했다. 극지연구소의 김성중 박사 연구팀과 미국 해양대기국, 부산대학교, 한양대학교,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등 국내외 과학자들로 구성된 국제공동연구팀이 대규모 기후변화 실험 결과를 분석해서 찾아낸 것이다.
연구팀은 자연에서 수 십년 주기로 나타나는 수온 변화가 온실기체 증가의 영향을 상쇄할 만큼 컸다는 결론을 얻었다. 자연변동성은 인간 활동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낮은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다양한 시공간의 해양과 대기 변화를 말한다. 엘니뇨와 라니냐 같은 자연현상이 대표적인 예다.
연구팀은 기존 기후 모델이 부정확했던 또 다른 이유로 남극 오존홀을 제시했다. 남극 성층권의 오존 농도가 감소하면서 남극과 열대 태평양 사이에 위치한 고기압이 강해졌고, 이로 인해 열대 태평양의 무역풍이 덩달아 강해지면서 동태평양의 수온 하강을 증폭하는 '양의 되먹임'(positive feedback) 현상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즉, 힘을 키운 무역풍이 바닷물을 동쪽에서 서쪽으로, 저위도에서 고위도 방향으로 흐름을 바꾸면서 열대 동태평양의 용승 현상을 부추겨 동서간 해수면 온도차를 키웠고, 이는 다시 무역풍을 강화시키는 순환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극지연구소 정의석 책임연구원은 “해수면 온도를 낮출 수 있는 다른 냉각 효과들도 검토했는데 동태평양을 중심으로 나타나는 공간적 변화 양상과 그 변화폭을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자연변동성과 남극 오존홀 효과였다”라며 기존 모델의 한계를 극복한 과정을 설명했다.
김성중 극지연구소 부소장은 "몬트리올 의정서 발효 이후 남극 오존홀이 줄어드는 상황을 고려하면, 열대 동태평양 냉각 효과는 둔화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우리 삶 전반에 기후변화의 영향이 계속되는 만큼 대응과 예측을 위해 관련 연구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정 책임연구원을 1저자로해 국제학술지 ‘기후와 대기과학'Climate and Atmospheric Science) 7월24일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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