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연 기반 해법(Nature-based Solutions)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탄소시장이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유력한 재원 조달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탄소배출권 거래를 통해 기업과 투자자 자본을 산림, 습지 등 자연 생태계로 유입시키고, 이를 통해 탄소를 흡수·저장하는 프로젝트를 확대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그러나 국제 학술지 Nature Reviews Biodiversity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탄소시장은 생물다양성 보전 수단으로 활용되기에는 구조적 한계와 근본적 불일치를 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우선 탄소시장 설계의 핵심 기준인 ‘추가성(additionality)’, ‘누출(leakage)’, ‘영구성(permanence)’이 생물다양성의 복잡한 생태적 요구와 충분히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추가성은 해당 프로젝트가 없었을 경우보다 추가적인 탄소 감축 효과를 입증해야 한다는 개념이지만, 생물다양성은 단일 지표로 측정하기 어렵고 장기적·비가시적 변화가 많아 동일한 기준 적용이 어렵다. 또한 특정 지역에서 보전 활동이 강화되더라도 인근 지역으로 개발 압력이 이동하는 ‘누출’ 문제는 생태계 단위의 통합 관리 없이는 해결이 쉽지 않다. 영구성 역시 기후변화, 산불, 정책 변화 등 외부 변수에 취약해 장기적 보전 효과를 보장하기 어렵다.
더 큰 문제는 자연을 ‘탄소 크레딧’이라는 상품으로 환원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왜곡된 유인 구조다. 연구는 탄소 중심의 가치 평가가 특정 고탄소 저장 생태계에만 집중되도록 만들고, 상대적으로 탄소 저장량이 낮지만 생태적으로 중요한 지역은 소외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이는 결과적으로 생물다양성의 질적 가치보다 탄소량이라는 단일 지표가 우선되는 ‘생태적 편향’을 초래할 수 있다.
사회적 측면에서도 부작용이 제기된다. 일부 지역에서는 탄소 프로젝트 추진 과정에서 지역 공동체의 토지 이용권이 제한되거나, 전통적 생계 방식이 훼손되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이는 환경 보호를 명분으로 한 새로운 형태의 ‘녹색 수탈(green grabbing)’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지역 주민의 참여와 지지를 약화시켜 보전 성과 자체를 훼손할 가능성이 있다.
이와 같은 한계에도 불구하고, 연구진은 탄소시장을 완전히 배제하기보다는 보다 넓은 정책·재정 체계 속에 통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즉, 규제 기반 보호정책, 지역사회 중심의 관리 체계, 공공·민간이 결합된 혼합금융(blended finance) 구조와 결합할 때 비로소 탄소시장이 보조적 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생태적 무결성과 사회적 형평성을 동시에 확보하기 위한 기준과 거버넌스 체계가 필수적이라고 지적된다.
결국 생물다양성 보전은 단순한 시장 메커니즘만으로 해결될 수 없는 복합적 과제다. 탄소시장이 제공하는 재정적 유인은 분명 의미 있는 역할을 할 수 있지만, 그것이 곧 지속가능한 생태계 보전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전문가들은 “생물다양성의 장기적 회복과 보호를 위해서는 시장을 넘어선 제도적·사회적 접근이 병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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