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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색경제

“해충에서 핵심 자연자본으로”…날여우, SDGs 시대의 숨은 인프라로 부상

회색머리날여우는 단순한 야생동물이 아니라 ‘생태계 엔지니어’로 기능 날여우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초대형 종자 확산자(mega-disperser)’

“해충에서 핵심 자연자본으로”…날여우, SDGs 시대의 숨은 인프라로 부상
호주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CSIRO)의 1,200여 개 서식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날여우는 약 9,100만 그루의 나무 생성에 기여했으며, 이는 유칼립투스를 중심으로 한 산림 생태계 유지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호주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CSIRO)의 1,200여 개 서식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날여우는 약 9,100만 그루의 나무 생성에 기여했으며, 이는 유칼립투스를 중심으로 한 산림 생태계 유지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호주에서 오랫동안 해충으로 낙인찍혀 온 대형 박쥐 ‘날여우(flying fox)’가 생태계와 경제를 동시에 지탱하는 핵심 종으로 재평가되고 있다. 과거에는 군용 소이탄까지 동원해 집단 서식지를 제거하던 정책이 시행됐지만, 최근 연구는 이들이 연간 수억 달러 규모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며 산림 복원과 기후 대응에 결정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제학술지 Scientific Reports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회색머리날여우는 단순한 야생동물이 아니라 ‘생태계 엔지니어’로 기능한다. 이들은 호주 동부 해안을 따라 수백 km를 이동하며 먹이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배설물과 함께 씨앗을 광범위하게 퍼뜨리는 ‘씨앗 비(seed rain)’ 현상을 유발한다. 연구진이 호주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CSIRO)의 1,200여 개 서식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날여우는 약 9,100만 그루의 나무 생성에 기여했으며, 이는 유칼립투스를 중심으로 한 산림 생태계 유지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이러한 생태적 기능은 경제적 가치로도 이어진다. 연구는 날여우가 목재 산업에 연간 1억9,500만~6억7,300만 달러 규모의 효과를 제공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탄소 흡수, 토양 보전, 수자원 유지 등 다양한 생태계 서비스까지 포함한 수치로, 자연자본이 실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평가된다.

특히 날여우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초대형 종자 확산자(mega-disperser)’라는 점이다. 이들은 새나 벌보다 훨씬 먼 거리를 이동하며 더 큰 씨앗을 운반할 수 있어, 서로 단절된 생태계를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연구진은 이를 ‘박쥐 파급 효과(bat ripple effect)’로 정의했으며, 이는 산불과 개발로 파편화된 호주 산림을 복원하는 데 핵심적 메커니즘으로 작용한다. 전문가들은 날여우를 “숲을 이어주는 접착제”로 표현하며, 이들의 이동성이 산림의 유전적 다양성과 회복력을 유지한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기능은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와도 밀접하게 연결된다. 날여우의 활동은 탄소 저장을 촉진하는 자연 기반 해법으로서 SDG 13(기후행동)에 기여하며, 생물다양성 보전과 산림 복원을 통해 SDG 15(육상생태계 보호) 달성에 핵심 역할을 한다. 또한 목재 산업 등 경제적 효과를 창출함으로써 SDG 8(양질의 일자리와 경제성장)과도 연계된다. 나아가 자연자본의 가치 인식 확대는 지속가능한 생산과 소비를 지향하는 SDG 12와도 맞닿아 있다.

그러나 날여우는 여전히 다양한 위협에 직면해 있다. 도시 개발로 인한 서식지 감소,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 대형 산불 등이 주요 요인이다. 특히 극단적 고온 현상은 단 하루 만에 수만 마리의 폐사를 초래할 수 있어,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위기가 동시에 작용하는 대표적 사례로 지목된다. 이는 기후 적응 전략과 생태계 보호 정책의 통합 필요성을 시사한다.

사회적 인식 또한 해결해야 할 과제다. 박쥐는 감염병과 연관된 부정적 이미지로 인해 오랜 기간 공포와 혐오의 대상이 되어 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인식이 과학적 근거보다 과장된 측면이 크다고 지적하며, 정책 결정 역시 과학 기반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는 SDG 16(제도와 거버넌스)의 관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전문가들은 날여우 보호를 단순한 종 보전 차원을 넘어, 규제 정책, 지역사회 참여, 자연자본 투자 등을 결합한 통합적 접근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이는 SDG 17(파트너십)의 핵심 원칙과도 부합한다.

결국 날여우는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재정의하는 상징적 존재로 부상하고 있다.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붕괴가 동시에 심화되는 시대, 이 작은 포유류는 생태계와 경제를 연결하는 보이지 않는 인프라로 기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장 과소평가된 종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자연에 대한 인식 전환이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출발점이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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