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합은 몸에서 족사(足絲, Byssus)라는 섬유질을 분비해 몸을 벽면에 고정시키고, 여러 무리일 경우 서로 연결시키는 식으로 수중에서도 단단하게 고정한다.
족사는 고동, 소라 등 천적에 대한 방어 용도로도 사용하며 껍질을 주변에다 고정시켜 버려 못 움직이게 만들어 아사시키는 홍합의 필살기다.
홍합의 강한 접착력에서 영감을 얻은 족사 모방 폐암 치료용 흡입형 생체 나노입자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돼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포항공과대학교(포스텍) 화학공학과·융합대학원 차형준 교수와 정연수 박사 연구팀은 경북대 첨단기술융합대학 의생명융합공학과 조윤기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폐암 치료에 효과적인 흡입형 생체 나노입자를 개발했다고 5일 밝혔다.
5대 암중 하나인 폐암의 85%를 차지하는 비소세포 폐암은 조기 발견이 어렵고 치료가 까다롭다. 특히 기존 항암제는 일반적으로 정맥주사를 통해 전신에 투여되는데 암세포뿐 아니라 정상 조직까지 영향을 미쳐 부작용이 많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폐에 약물을 직접 투입하는 ‘흡입형 치료법’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문제는 이 방식이 폐의 점막 장벽과 면역세포가 폐암치로 약물 전달을 방해해 치료 효과가 떨어진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수중 접착력이 뛰어난 홍합 접착단백질을 모방한 청색기술을 활용해 폐암 치료에 적합한 점막 접착성 나노입자를 설계, 기존 흡입형 치료법을 단점을 극복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홍합의 족사단백질 1형(fp-1)에 단백질의 생합성에 쓰이는 아미노산인 시스테인을 추가해 강한 접착력을 유지하면서 폐암 세포 주변에서 약물을 선택적으로 방출할 수 있도록 고안했다.
홍합 단백질이 가진 생체 적합성과 생분해성, 면역 적합성 덕분에 인체 안전성을 더욱 높이면서 항암물질의 체류시간을 늘렸다.
연구팀은 동물 모델 실험을 통해 나노입자와 그 안에 담긴 항암제가 '네뷸라이저'를 통해 폐로 이동한 뒤 점막에 오랫동안 머물며 암세포의 전이와 침윤을 억제하는 효과를 실증했다고 설명했다.
네뷸라이저는 액체 약물을 미세한 입자로 변환해 흡입할 수 있도록 돕는 의료기기다. 주로 호흡기 질환을 치료할 때 사용된다. 약물이 폐나 기도에 직접 전달되도록 도와준다.
차형준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기술을 이용하면 폐암 환자들이 병원에 가지 않고도 집에서 손쉽게 약물 흡입을 통해 자가 투여할 수 있기 때문에 폐암 치료의 접근성을 높이고 삶의 질을 개선하는데 큰 도움이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사업, 보건복지부 치의학의료기술연구개발사업과 범부처 재생의료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연구결과는 생체재료 분야 최고 권위의 국제학술지인 ‘바이오머터리얼즈’에 최근 온라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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