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노동기구(ILO)는 UN 내에서 국제 보건 및 노동 문제에 앞장서는 것으로 높이 평가되는 두 기관으로서, 그동안 전 세계에 걸쳐 일터에서의 질병과 부상에 대처하고자 힘을 합쳐왔다.
두 기관은 지난 9월 17일 보건 및 노동 문제에 관한 정기 보고서 중 첫 번째 보고서를 작성했다. ‘업무 관련 질병 및 부상에 대한 추정치 공동보고서 2000-2016’(WHO/ILO Joint Estimates of the Work-related Burden of Disease and Injury, 2000-2016)란 제목의 이 보고서는 2000년부터 2016년까지 세계 노동자들의 질병과 부상에 대한 최초의 공동연구로서, 모든 UN 회원국들에 대한 업무 관련 질병 및 부상에 관한 정보가 상세하게 수록돼 있었다.
특히 각국의 해당 통계에 대한 총인원수 외에도 대부분의 경우 "10만 명당" 통계치를 제공함으로써 전체 인구수에서 크게 차이가 나는 국가 간 데이터를 수월히 비교할 수 있게 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한 해 업무 관련 질병과 부상으로 인해 약 188만 명의 사망자와 8,972만 명의 장애보정생존연수(Disability-Adjusted Life Years, DALYs) 발생자들이 나온 것으로 추정됐다. 장애보정생존연수란, 근로자들이 업무와 관련된 부상, 질병 유발 장애, 삶의 질 상실 등의 결과로 일생 동안 겪는 시간의 추정치를 말한다. 쉽게 말해, 업무로 인해 부상이나 질병이 발생한 사람이 2016년 한 해 8,972만 명이었다고 이해하면 된다.
그런데 이 보고서에서 북한의 업무 관련 사망자 및 장애보정생존연수 발생자 수가 이목을 끌었다.
우선, 북한은 업무와 관련해 근로자 10만 명당 2000년 56.2명, 2010년 78.1명, 2016년 79.5명의 사망률을 보였다. 2000년에는 오직 네팔(10만 명당 65명)과 시에라리온(10만 명당 61명) 두 국가만이 북한보다 높은 사망률을 보였다.
그러나 시에라리온의 경우 2010년 44.6명, 2016년 40명으로 사망률은 급격히 감소했다. 네팔 역시 2010년 55.2명, 2016년 52.7명으로 시에라리온만큼은 아니지만 사망률이 감소세를 보였다. 오히려 동 기간 증가세를 보인 북한과는 대조적이었다. 조사한 가장 최근의 두 기간 동안 북한의 업무 관련 사망률은 다른 어느 나라보다 높았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뇌졸중 사망률"이었다. 이때 장시간 노동이란 한 주에 55시간 이상 일하는 것을 의미하며, 이와 관련해서도 북한은 또 한 번 최악의 결과를 기록했다. 2000년, 해당 사망률에서 북한보다 높은 나라는 10만 명당 18.7명으로 집계된 시에라리온뿐이었다. 그러나 이후 시에라리온의 수치는 2010년 13.8명, 2016년 11.8명으로 점차 감소했다.
반면, 북한의 경우 해당 사망률은 2000년 10만 명당 17.5명에서 2010년 27.5명, 2016년 28.1명으로 점차 증가했다. 북한은 해당 사망률에 있어 2016년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북한의 추세는 우리나라와 무척 대조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업무 관련 사망자 수는 10만 명당 2000년 30.2명에서 2010년 23.2명, 2016년 20.6명으로 점차 감소했다.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뇌졸중 사망률 역시 2000년 8.9명에서 2010년 4.9명, 2016년 3.9명으로 크게 감소했다.
북한의 통계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조사 기간 거의 모든 나라에서 업무 관련 사망률과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뇌졸중 사망률이 크게 감소한 것과 반대로 오히려 더욱 나빠졌다는 점이다. 이러한 조사 결과로 볼 때, 북한 주민들의 건강과 복지 수준이 점차 열악해지고 있으며, 심지어 세계 최저 수준에 도달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