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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색경제

기후변화 법안 ‘법제화’는 아직… 세계는 갈 길이 멀다 -1-

2021년 9월 기준 법제화 국가는 14개국에 불과, 우리나라는 14번째

전 세계 많은 국가가 탄소중립 정책을 수립하거나 그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2021년 9월 기준 실제로 이를 법제화하는 데까지 이른 국가는 영국, 프랑스, 헝가리, 뉴질랜드, 덴마크, 스웨덴 등 14개국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사진 무디스 제공
전 세계 많은 국가가 탄소중립 정책을 수립하거나 그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2021년 9월 기준 실제로 이를 법제화하는 데까지 이른 국가는 영국, 프랑스, 헝가리, 뉴질랜드, 덴마크, 스웨덴 등 14개국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사진 무디스 제공

2015UN 기후변화 회의에서는 참여한 195개국 전원의 만장일치로 파리기후변화협약이 신()기후체제로 채택됐다. 이에 세계 각국은 지구평균기온 상승폭을 2이하로 유지하고, 나아가 1.5를 달성하기 위한 장기저탄소발전전략(LEDS)과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제출하기로 합의했다.

아울러 각국이 자발적으로 제출한 NDC가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설정한 목표인 1.52목표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검토하고자 5년 주기로 '전 지구적 이행점검(Global Stocktake)'도 실시하기로 했다. 첫 이행점검은 2023년 시행될 예정이다.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미국, 유럽 등을 포함한 많은 주요 배출국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한 상황이며, 세계 1위의 탄소 배출국인 중국은 그보다 좀 더 완화된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감축 목표를 공언했다. 물론 핀란드(2035), 오스트리아(2040), 아이슬란드(2040) 등과 같이 2050년보다 더 이른 시기에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포한 국가들도 있다.

그러나 이처럼 앞다퉈 발표하고 있는 '장기적인 탄소중립 공약'에 대한 각국 정부의 정치적인 집착이 오히려 즉각적이고 가시적으로 취해야 할 현실적인 조치에는 소홀하게 만든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는 시험을 앞둔 수험생이 한 해 동안의 거창한 계획 짜기에만 몰두한 나머지 정작 당장 시작해야 할 공부에는 소홀한 것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전 세계 많은 국가가 탄소중립 정책을 수립하거나 그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20219월 기준 실제로 이를 법제화하는 데까지 이른 국가는 영국, 프랑스, 헝가리, 뉴질랜드, 덴마크, 스웨덴 등 14개국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나라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이 지난 8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924일 이를 공포함에 따라, '2050 탄소중립'과 그 이행체계를 법제화한 14번째 국가로 이름을 올렸다.

오는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개최되는 '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에는 세계 196개국의 대표단이 참석해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해 머리를 맞댈 예정이다. 또 이들은 상향 조정한 2030년까지의 NDC를 제출하고, ESG 정보공개 표준 단일화 등 핵심 사안을 두고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물론 '논의'에만 지나치게 집중한 나머지, 자신들이 해야 할 책임을 전부 완수했다고 착각하는 일은 없어야만 한다.

2020년 코로나19의 본격화와 함께 세계 경제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세계 탄소 배출량 역시 급감했다. 유럽의 에너지 전문 조사업체 Enerdata에 따르면, 2020년 한 해 전 세계 이산화탄소배출량은 2019년 수준 대비 약 4.9% 감소했다. 배출량 감소의 대부분을 견인한 것은 미국(-10.7%)과 유럽(-10,6%)이었다. 인도 역시 석탄화력발전 및 석유제품의 소비 감소로 5.5%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다만, 중국만이 유일하게 2020년에조차 탄소 배출량이 2019년 대비 1.6%의 상승률을 보였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2020년 석탄 소비량은 2060 Mtoe(Million tonne of oil equivalent, 석유환산톤)으로, 2046 Mtoe를 기록한 2019년보다 오히려 증가했다.

그리고 2020년 상반기를 지나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탄소 배출량이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반등하기 시작했다. 침체된 경기가 다시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신흥국과 개도국 중심으로 에너지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석탄 등 화석연료에 대한 수요가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인 2019년 수준을 웃돌았다.

IEA는 올해 4, 2021년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약 15억 톤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이는 역대 두 번째 증가율로 기록될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 7월 전 세계 평균 이산화탄소 농도는 416ppm을 기록했는데, 이는 370ppm 수준에 머물렀던 2000년 이후 약 12% 증가한 수치이다.

장기적인 탄소중립 목표를 세우고, 그에 관한 공약을 남발하는 것은 정치인들 입장에서는 쉬운 일이다. 그들로서는 본인의 재임 기간이 끝난 이후의 계획 실행 여부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후임자의 잘못으로 떠넘길 수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위원회'(탄중위)가 올해 529일 출범한 이래 밟아온 행보도 이와 비슷한 면모가 있다.

탄중위는 지난 85'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을 발표했다. 이 계획안에서는 총 3개의 탄소중립 시나리오가 제시됐는데, 사실상 그중 3번째 안만 2050년까지 '탄소중립'에 성공하는 시나리오였고, 나머지 둘은 실패 시나리오였다. 이에 나머지 두 안을 과연 '탄소중립 시나리오'라고 이름 붙일 수 있는지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기도 했다.

현실적이지 못한 계획안의 내용 역시 논란에 불을 지폈다. 3안에서조차 어느 시점에 어떤 식으로 화석연료 기반 발전소나 수송수단을 퇴출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전망 없이 그저 2050년까지 석탄 및 LNG 발전을 모두 퇴출한다는 내용만 제시했기 때문이다.

2050년 전체 발전량에서 '무탄소 신전원'이란 생소한 이름의 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1/5이나 됐다. 이때 '무탄소 신전원'에는 연소 속도와 발열량이 아직은 LNG에 비해 현저히 낮은 암모니아가 포함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상용화되기에는 시기상조인 발전원에 타당한 근거도 마련하지 않은 채 전체 발전량의 상당 부분을 배정한 셈이다.

이외에도 전체 발전량에서 재생에너지발전 비중을 최대 70.8%까지 제시하거나, 아직 상용화되기엔 이른 에너지저장장치(ESS)나 충분한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CCUS) 등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에 탄중위가 임기 말에 이른 대통령 치적 쌓기에 열중하는 것 아니냐는 거센 비난 여론에 직면한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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